좌장 김재규(중앙의대 교수) / 연자 김상균(서울의대 교수)
좌장 김재규(중앙의대 교수) / 연자 김상균(서울의대 교수)

최근 ‘펙수클루®, 위식도역류질환(GERD)의 새로운 P-CAB 치료제’를 주제로 한 강연이 대한소화기학회 서울국제소화질병질환 심포지엄(SIDDS 2022)에서 진행됐다. 김재규 교수(중앙의대)를 좌장으로 하여 김상균 교수(서울의대)가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강연을 진행한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본지는 이날의 강연 내용을 요약 · 정리하여 게재한다.

 

위산 분비 억제제 개발사

H2 수용체 길항제(H2 receptor antagonist, H2RA)인 cimetidine이 1977년에 처음 개발된 이후 1980년대 ranitidine, famotidine, nizatidine이 연이어 개발됐고, 90년대부터 21세기 초반까지 omeprazole을 필두로 하여 lansoprazole, rabeprazole, pantoprazole 등 여러 프로톤펌프억제제(proton-pump inhibitor, PPI)가 출시됐다. 2005년에는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차단제(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P-CAB)인 revaprazan이 국내 출시되었지만 간독성과 GERD 반응률이 낮아서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vonoprazan, tegoprazan이 널리 상용화된 가운데 현재 P-CAB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신약으로 기대되는 fexuprazan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PPI 제제의 임상적 한계

위에서 산 분비는 위 벽세포(parietal cell)가 histamine, gastrin, acetylcholine과 같은 신호 전달 물질에 의해서 활성화되면 프로톤펌프(H+/K+-ATPase)가 K+ 이온과 H+ 이온을 맞교환하는 기전에 의해 이루어진다. 

PPI는 위 벽세포의 세포질 내로 들어온 후 소관을 통해 분비되고 H+와 결합하여 활성화 물질로 전환되는데, 활성화된 프로톤펌프에 비가역적으로 결합하여 산 분비를 억제한다. PPI는 산 분비 억제 효과가 뛰어나지만 소화기계 질환의 치료에 오랫동안 사용되면서 여러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먼저 산에 의해 활성화되는 과정이 필요하여 약효 발현이 늦고, 위 벽세포 내 프로톤펌프에 비가역적으로 결합하기에 시시각각 재생산되는 프로톤펌프를 모두 억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적절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번 반복 투여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또한 위 소관에서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산 분비 억제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고, 반감기가 약 90분으로 짧아 야간산분비증가(nocturnal acid breakthrough) 및 가슴쓰림 등의 야간 증상이 재발되기 쉽다. 

한편, PPI는 약동학적 특성상 음식 섭취 유무에 따라 생체이용률이 달라지므로 약물 복용 시간이 약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리고 PPI는 체내에서 주로 CYP2C19 효소를 통해서 대사되는데 동일한 경로로 대사되는 다수의 약물과 상호작용 우려가 있어 다제약물 복용 환자에서 처방 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항혈소판제인 clopidogrel은 CYP2C19를 통해 활성 물질로 전환되는 주요 대사 약물 중 하나로 심혈관계 질환 등의 발생 위험을 줄이고자 고령 성인이 많이 복용하고 있다. Clopidogrel 복용 환자에게 PPI를 병용 투여하면 PPI와의 경쟁적 대사로 clopidogrel의 대사가 감소하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임상 연구를 보면 clopidogrel을 PPI와 병용한 환자군에서 단독사용군에 비해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CYP2C19 유전자형에 따라 35~63% 정도 더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Biswas M, et al. 2021). 

요약하자면 임상적 적용에서 빠른 위산 분비 억제 효과와 음식 섭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관된 효과, 약효 지속 시간 연장으로 야간산분비증가까지 완화시킬 수 있는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약제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다.  
 

P-CAB 제제의 작용기전 및 특장점

P-CAB은 벽세포 세포질내로 흡수된 후 소관으로 분비되어 작용하지만 PPI와 달리 활성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프로톤펌프에 결합하므로 보다 빠르게 위산을 억제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프로톤펌프에 가역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분리되었다가 새로이 발현하는 프로톤펌프에 결합하여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지속된다. PPI와 P-CAB의 위산 분비 억제 효과를 비교한 약동학적 연구를 보면 PPI 제제는 최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5일간 5회 정도의 약 복용이 필요한 반면, P-CAB 제제는 보다 빠르게 효과를 발휘하며 단시일 내 최대 효과를 나타냈다<그림 1>. 
 

그림 1. 복용 횟수에 따른 P-CAB과 PPI의 산 분비 억제 효과
그림 1. 복용 횟수에 따른 P-CAB과 PPI의 산 분비 억제 효과


미국소화기협회(AGA) 주관 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간에 가슴쓰림을 경험한 환자 중 75%가 증상으로 인해 잠을 설치며 40%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답변했고, 처방 약물 치료를 받는 환자(일반약 복용 환자 제외)의 50%만이 치료에 충분히 만족한 결과를 보였다. 
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해 PPI를 하루 두 번 투여하거나 PPI에 H2RA를 추가하는 치료 방법이 제안되었지만 PPI 1일 2회 복용군의 64%, PPI/H2RA 병용군의 17%에서 여전히 야간산분비증가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P-CAB은 기존 PPI에 비해 반감기가 최소 2배 이상 길고, 특히 fexuprazan은 약 9시간의 긴 반감기를 가지고 있어 야간산분비증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PPI 제제는 약물의 70~80% 이상이 CYP2C19 효소에 의해 대사된다. 관련 연구를 보면 CYP2C19 유전자형이 신속대사형(extensive metabolizer)인지 지연대사형(poor metabolizer)인지에 따라 PPI의 H.pyroli 제균율이 70.9~88.9%로 약 20% 가량 차이를 보였다. 

반면 P-CAB 계열 약물인 fexuprazan은 주로 CYP3A4 효소에 의해 대사되기 때문에 CYP2C19 연관 약물상호작용의 문제가 적을 뿐만 아니라 CYP2C19 유전자형에 영향을 받지 않아 대다수의 환자에서 일관성 있는 치료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GERD 가이드라인의 변화

2020 서울 컨센서스에서 발표한 ‘GERD 진단과 관리’에서 P-CAB은 GERD의 초치료에서 PPI에 필적하는 효과를 나타내므로 초치료로 사용할 것을 강력(strong) 권고 수준으로 명시했다. 

P-CAB의 뛰어난 효과는 미란성 식도염(erosive esophagitis, EE) 환자에서 PPI와 P-CAB이 동등한 치유율을 가진다고 보고한 4개 RCT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에서 입증되었다(RR=1.02 [95% CI 0.99~1.04]).  

위산 과다 관련 질환의 치료에서 PPI와 P-CAB의 약효를 비교한 일본 연구에서는 P-CAB 약물의 뛰어난 임상적 효능을 발표했고, 이를 근거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Mori H, et al. 2019).

즉, 기존에는 GERD에서 EE와 NERD 모두 초치료로 표준용량의 PPI를 권고했지만, 앞으로의 가이드라인에서는 PPI와 더불어 중증 EE에는 P-CAB 제제 4주 투여를, 중등도 EE와 NERD에서는 P-CAB 4주 투여 및 PPI 8주 투여를 표준치료 및 유지요법으로 권고할 것이라 예측했다.

또한 PPI 치료 저항성 GERD에서도 우선적으로 P-CAB 표준용량 치료를 권고하며 호전되지 않을 경우 2배 용량으로 증량 투여하는 치료를 권고할 것으로 분석했다.
 

Fexuprazan의 임상적 효능 

P-CAB 계열의 일부 약물은 간독성으로 인해 조기에 개발이 중단되거나 퇴출된 바 있다.  Fexuprazan은 화학 구조상 간독성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imidazopyridine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관강 내 H+/K+-ATPase와 결합, K+의 이동을 차단하여 산 분비를 억제하며, 동물실험에서 산 분비를 90% 이상 감소시켰다. 

기존 PPI 약물과 비교한 2상 임상시험에서 fexuprazan은 20, 40, 80 mg 모든 용량에서 4주, 8주째 점막 결손 치유율이 esomeprazole 40 mg과 유사한 효능을 보였고, 7일째와 8주째 가슴쓰림과 산역류 무증상 일수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fexuprazan 40 mg에서 증상 개선 효과가 esomeprazole에 비해 유의하게 우수했다. 

Fexuprazan 40 mg과 기존 PPI 약물과의 효능을 비교한 3상 임상 연구는 국내 25개 병원에서 가슴쓰림 환자(fexuprazan 40 mg, n=107 vs. esomepazole 40 mg, n=111)를 대상으로 진행됐다(NCT 03736369). 

그 결과 fexuprazan은 4주, 8주째 내시경상 점막 결손 부위의 치료로 평가한 치유율이 각각 90.3%, 99.1%로, esomeprazole의 치유율 88.5%, 99.1%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또한 가슴쓰림과 산역류의 증상 감소 효과는 유사하였으나, 투약 3일째 주/야간 가슴쓰림 증상 개선은 즉효성을 지닌 fexuprazan에서 30.8%로 esomeprazole 23.4%에 비해 우수한 경향을 보였고 중등도-중증 가슴쓰림 환자군에서는 유의하게 우수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22.4% vs. 7.9%, p=0.026)<그림 2>. 
 

그림 2. 치료 3일, 7일, 8주째 fexuprazan vs. esomeprazole의 주/야간 가슴쓰림 개선 효과
그림 2. 치료 3일, 7일, 8주째 fexuprazan vs. esomeprazole의 주/야간 가슴쓰림 개선 효과


7일째 및 8주째 가슴쓰림 증상 개선 효과 역시 fexuprazan이 모든 환자, 특히 중등도-중증 가슴쓰림 환자에서 esomeprazole 대비 우세한 결과를 보였다. 일부 가슴쓰림 환자에서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기침 증상은 3일, 7일, 8주째 모두에서 fexuprazan이 유의성 있는 차이로 esomeprazole 대비 우수한 증상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Fexuprazan의 약리·약동학적 특성에 따른 이점 

Fexuprazan은 약 9시간의 긴 반감기를 가지고 있어 24시간 혈중농도를 측정한 결과에서 완만한 농도 감소를 보였다. 실제 임상에서도 fexuprazan은 가슴쓰림 환자에서 esomeprazole 대비 야간 가슴쓰림 개선 효과가 보다 우수한 경향을 나타냈고 중등도-중증 가슴쓰림 환자군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p=0.0350). 

Fexuprazan은 약동학적 연구에서 공복에 복용하거나 고지방식사와 함께 복용하거나에 관계없이 유사한 혈중농도 수치 변화를 보였고, 위 내 산도 pH 4 이상 유지 시간도 낮과 밤 모두에서 음식 섭취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또한 약물학적 임상 연구에서 1회 복용과 7회 복용 후 약물 혈중농도가 거의 동일한 양상을 나타내어, 단 한번의 투약만으로도 즉시 최고 약물 효과를 발휘함을 뒷받침한다.

임상 3상에서 최대 8주간 약물 투여 후 발생한 이상사례와 약물이상반응 평가에서 fexuprazan은 각각 16.79%, 6.87%로 esomeprazole의 19.08%, 5.34%와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나타냈다. 간효소 수치 및 혈청 총 빌리루빈 수치도 유의한 증가가 없어 간독성에 대한 우려 없이 처방할 수 있다. 

위산 분비 억제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gastrin 수치 상승도 기존 esomeprazole 40 mg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한국인, 백인, 일본인을 대상으로 시간대별 pH 변화를 측정한 임상 연구에서 fexuprazan은 인종 간 위산 억제 효과의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여 향후 글로벌 신약으로의 성장도 주목된다.
 

더 강력해진 P-CAB, 펙수클루® 

Fexuprazan은 약물 활성화 과정 없이 바로 프로톤펌프에 작용하여 효과 발현이 빠르며 가역적, 경쟁적 결합으로 복용 첫날부터 최대 약물 효과를 나타낸다. 기존의 PPI에 비해서 우수한 증상 개선 결과를 보이면서 다른 P-CAB 제제보다 길어진 약물 작용 시간으로 야간 증상 및 가슴쓰림 등을 확실히 개선시켜 준다. 

또한 약물의 대부분이 CYP3A4 효소에 의해 대사되므로 CYP2C19 관련 약물상호작용이 적고, 특히 간독성이나 gastrin 수치 증가 등에 대해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여 안심하고 처방할 수 있으며 음식물 섭취와 관계없이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현재 fexuprazan(펙수클루® 40 mg)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의 치료로 허가되어 있다. 기존 PPI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기전의 P-CAB 계열 약물 중에서도 한층 더 진일보한 fexuprazan은 2022년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위식도역류질환, 특히 PPI 치료가 불충분한 중등도-중증 증상 환자의 치료제로서 시장에 잘 정착되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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