펙수클루∙케이캡 저용량 잇달아 출시…GERD 외 적응증 확대 모색
듀비에∙리바록사반 저용량도 매출 상승에 기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저용량 출시를 통해 질환별 틈새 시장 공략을 이뤄내 매출 성장을 도모하는 국내 제약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화기에선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를 갖고 있는 HK이노엔의 케이캡(테고프라잔)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펙수프라잔), 프로톤펌프 억제제(PPI)에서는 대원제약 에스코텐(에스오메플라졸) 등이 저용량 제품을 출시하며, 위식도역류질환(GERD) 외에도 위염, 유지요법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또 종근당은 듀비에 저용량 출시를 통해 약효 유지는 물론 부작용도 줄여 차별화를 꾀하고 있고, 환인제약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화기 시장 대진 2차전 ‘저용량’

대웅제약이 지난 달 7월 P-CAB 제제 펙수클루를 출시하면서 GERD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펙수클루는 출시 후 월 처방액 1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등 케이캡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나가고 있다.

이제 키워드는 저용량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케이캡은 최근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을 새로운 적응증으로 허가 받았다. 기존 50mg에 이어 저용량 제제인 25mg 허가도 새롭게 획득했다.

HK이노엔은 물 없이 입에서 녹는 케이캡 구강붕해정도 출시한 상황에서 이번에 새롭게 허가를 받은 저용량 제품인 케이캡 25mg를 내년 초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소화기 환자들에게 여러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펙수클루 저용량(10mg)의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의 위점막 병변 개선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이로써 펙수클루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40mg),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 위점막 병변 개선(10mg) 총 2개의 적응증을 확보하게 됐다. 위염 적응증에 대한 처방 시점은 올해 12월로 예상된다.

대웅제약은 위염 적응증 관련 펙수클루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 24개 병원에서 급성 또는 만성 위염 환자 대상 임상3상 시험을 2020년 5월부터 2021년 8월까지 1년간 진행했다.

임상시험 결과, 유효성 평가 지표인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상 위점막 미란의 유효율에서 20mg 1일 1회 용법(59/102명, 57.8%)과 10mg 1일 2회 용법(67/102명, 65.7%) 모두 위약(39/96명, 40.6%) 대비 우월함을 입증해 위염 치료효과를 확인했다.

대원제약은 기존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로 승인받은 에스코텐을 통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위염 치료제로 변신을 시도했다.

특히 시장에 출시된 PPI는 GERD에 대한 적응증 밖에 없어 위염, 소화불량과 같은 경증 환자 대상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용량을 줄인 에스코텐이 그 대체제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기존 GERD 치료제로 개발한 회사들이 이처럼 저용량 개발을 통해 유지요법, 위염 등 적응증 확장에 나서는 이유는 소화기 시장의 과도한 경쟁 및 새로운 시장으로의 지속적인 도전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재 P-CAB 제제가 확보하지 못한 적응증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사용 후 출혈 예방 등을 위해 PPI 제제가 내과, 정형외과 중심으로도 처방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순환기내과에서 NSAIDs 처방이 급증하는 가운데, 정형외과에서도 수술 후에도 처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이에 케이캡도 NSAIDs 투여 후 위·십이지장궤양의 예방 요법으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당 적응증을 확보한다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소화기뿐만 아니라 심장내과, 정형외과 등 다양한 과에서 PPI는 NSAIDs에 의한 위, 십이지장 손상 예방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며 “P-CAB이 해당 적응증을 확보한다면 매출 상승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과에서도 저용량 틈새 공략 성공

내분비, 순환기에서도 저용량 개발을 통해 유효성 유지 및 안전성까지 확보하고 있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근당은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 당뇨병 신약 듀비에(로베글리타존)의 투여 용량을 반으로 줄였을 때, 약효는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을 상당 부분 줄이는 것으로 확인했다.

부산대병원 등 경남지역 8개 대학병원 공동 연구팀은 메트포르민+DPP-4억제제 요법으로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으로 듀비에 용량을 다르게 투여해 유효성을 비교했다.

대조군에는 기존 용량인 0.5mg 듀비에를, 시험군에는 0.25mg 듀비에를 24주간 병용 투여하고 당화혈색소(A1C) 수치를 비롯해 체중변화, 부종 등 부작용, 지질 수치 및 간수치 변화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차 목표점인 A1C 수치는 저용량 듀비에 투여군이 7.62%에서 6.87%로 0.75% 감소했다. TZD 계열 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체중증가와 부종은 저용량 투여군이 표준 투여군 대비 적게 발생했다.

한미약품은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저용량을 통해 이상지질혈증 시장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RACING 연구를 통해 한미약품은 스타틴 저용량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에서 LDL 콜레스테롤 조절에 유효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공개하는 등 단일제 고용량 처방 보다 저용량 복합제의 유용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로수젯은 지난 해 매출액은 752억원이다. 한미약품은 RACING 연구의 긍정적인 결과를 통해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영업∙마케팅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환인제약은 최근 DOAC 제제 자로반(리바록사반) 2.5mg 용량 제품을 추가 출시해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해당 제약사는 지난해 이미 10mg, 15mg, 20mg 등 3개 용량 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 등의 치료에 쓰이고 있지만 저용량 제품은 아스피린 등 항혈소판제와 병용해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 발생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앞서 환인제약은 우울증 치료제 데팍신(데스벤라팍신) 25mg도 발매했다. 저용량 제품 허가 전 국내에선 데팍신 50, 100mg 두 가지 용량만 사용되고 있다. 데팍신 25mg을 선보인 것은 환인제약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항우울제 투여를 갑작기 중단하면 금단증상, 공격성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점차적으로 복용량 감소가 필요한데, 25mg 용량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