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I, 안전성 강조하고 단점 보완
약가도 추가 공략포인트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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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위식도역류질환(GERD) 시장에서 프로톤펌프 억제제(PPI)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는 다른 치료 옵션으로 공존할 전망이다. PPI는 그동안 오메프라졸, 라베프라졸, 란소프라졸, 에스오메프라졸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이 이어지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2018년 P-CAB의 등장으로 시장 판도는 바뀌었다. HK이노엔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시장에 출현하면서 부터다. 실제 케이캡은 작년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GERD 치료제 시장 총 매출의 20%를 차지했다.

P-CAB 제제가 시장 잠식에 나서면서 PPI 제제를 보유한 회사들은 제산제를 추가한 개량신약을 개발하는 등 방어에 나서고 있어 두 계열 간 공방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① PPI부터 P-CAB까지 각축 중...P-CAB, GERD 시장 지각변동 일으켜
② PPI, 개량신약 개발로 점유율 확보...P-CAB·PPI, 결국 ‘함께할 것’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겠지만 소화기질환 환자에서도 다양한 환자 프로파일이 고려되는 만큼 PPI는 그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하며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업계는 PPI가 소화기뿐만 아니라 NSAID 처방율이 높은 순환기내과와 정형외과에서도 꾸준한 처방 실적을 기록해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한다.

또 경미한 GERD 증상의 경우 PPI 치료제를 먼저 사용함으로써 P-CAB을 치료 옵션으로 남겨둘 수 있는 측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전반적으로 안전한 약물로 인식되고 있는 측면도 일조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에스오메프라졸 성분 오리지널 품목 넥시움은 2020년 430억원, 2021년 39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출시 이후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매출을 보였다.

동일 성분 개량신약 한미약품의 에소메졸도 2019년부터 250억원 이상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라베프라졸 역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에자이의 파리에트는 2020년 120억원, 2021년 148억원을 올려 꾸준한 상승폭을 보였다. 일동제약의 라비에트는 2020년 137억원, 2021년 151억원을 기록하는 등 제네릭 품목이지만 오리지널 매출을 뛰어넘었다.

PPI는 기존 약점으로 지적되던 즉각적 약효 발현이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PPI 제제는 위산에 분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용코팅 기술이 적용돼 위에 흡수 후 약효가 발현되기까지 2~3시간이 걸린다.

위산에 쉽게 분해되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장용코팅 기술을 적용했는데, 되레 약효 발현 시간이 늦어지면서 환자들은 고통받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종근당,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PPI+제산제(탄산수소나트륨) 품목을 출시했다.

탄산수소나트륨은 위산으로부터 분해되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위에 흡수 후 약 30분만에 약효가 발현된다. 또 위산 분비가 증가하는 위산 반동현상(Acid Rebound)이 없다.

종근당의 에소듀오(에스오메프라졸+제산제)는 출시 이후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성장했다.

종근당 에소듀오의 2021년 매출은 148억원이었다.

최근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동화약품, 삼진제약, 영진약품, 환인제약 등도 라베프라졸+제산제를 출시하면서 복합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라베프라졸 성분이 함유된 복합제는 올해 처음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해당 성분 복합제는 P-CAB 뿐 아니라 PPI 단일제 보다 약가가 낮아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강점이다.

 

P-CAB · PPI, 차별화 전략 있지만 결국 ‘함께’

P-CAB과 PPI는 모두 각각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케이캡은 약효뿐만 아니라 약물상호작용에도 크게 우려 사항이 없고 식사 유무에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한 점 등 GERD 치료의 다양한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켑의 이러한 성공은 P-CAB 후발주자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

후발주자 펙수클루는 현재로서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외에 추가 적응증이 없기 때문이다.

펙수클루는 지난달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평가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적정성이 있다고 인정돼 심의를 통과한 바 있다. 또, 지난 1일부터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케이캡+전체 PPI 제제의 가중평균가로 추정되는 939원을 수용했다. 약가 인하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기존 케이캡 대비 저렴한 약가로 환자들에게 접근하면, 오히려 처방이 늘어날 수 있다.

케이캡은 1정당 1300원으로, GERD 환자에게 처방 시 보험급여가 됨에도 불구하고 환자 부담금이 높은 편에 속한다.

펙수클루가 이를 활용한다면 의료진과 환자에게 경제성 측면에서 좋은 옵션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P-CAB 시장 확대 측면에서도 펙수클루는 충분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되기 위해 수출에 중점을 두고 그에 따른 차별화 전략을 가져가겠다”고 전했다.

제일약품은 기존 란소프라졸 제제를 갖고 있지만 P-CAB 제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국내 임상3상 중인 GERD 치료 후보물질 JP1366은 올해 말 임상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제일약품은 PPI 시장과 P-CAB 시장을 각각 다르게 타깃해, 기존 란소프라졸 품목과 더불어 P-CAB 신약을 통해 GERD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P-CAB 제제의 시장점유율이 커지고 있지만, PPI 제제도 성장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위식도역류질환 1차 치료 영역에서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GERD 치료에서 증상이 경미한 환자는 아예 처방하지 않거나 PPI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2021년 미국소화기학회(ACG)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PI 제제는 가슴 쓰림과 경고 증상(연하곤란, 구토, 출혈, 빈혈, 체중감소 등)이 없는 GERD 환자에게 투여가 권고되는 등 1차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NSAID 또는 스테로이드에 의한 점막 손상에 PPI가 우선적으로 처방되고 있어, 외과적 수술 이후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외과나 NSAID 처방이 많은 순환기에서도 여전히 PPI 제제의 전망은 밝다.

한 국내사 관계자는 “효과가 월등한 P-CAB, 안전성·약가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 PPI는 각기 다른 치료 영역으로 각자의 장점을 살려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결국 PPI와 P-CAB은 시장에서 공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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