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회·내과계열 처방제한 규제 완화 요구
신경정신과학회·의사회, TF 구성해 반박 논리 마련 중
정부, 처방 제한 변경 검토 위해 전문학회 의견 수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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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 처방 제한 논란이 일단락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2년 SSRI 약제급여기준을 신경정신과를 제외한 타 진료과 처방 60일로 제한하는 것을 고시했다.

2002년 이후 정신건강의학과와 타 진료과는 SSRI 처방을 놓고 처방권 독점 혹은 무분별한 처방에 따른 부작용 우려 등으로 갈등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최현숙 의원은 자살 예방을 위한 우울증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방안 모색을 위해 대한신경과학회 홍승봉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SSRI 처방 제한이 자살률 줄지 않는 원인? 

홍 이사장은 지난 4년간 정부가 자살 예방을 위해 예산을 4배나 늘렸지만 자살률은 1%도 감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살률이 감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홍 이사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이외 타 진료과 의 SSRI 처방 제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만성피로, 소화불량, 가슴 답답, 두통, 요통 등으로 내과 및 가정의학과, 신경과를 내원한 환자들 중 우울 증세가 있는 환자들에게 SSRI를 60일만 처방하고, 이후 정신건강의학과로 전원시키면 환자들이 강하게 거부한다는 것.

홍승봉 이사장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어도 지금 진료받는 주치의에게 치료받는 것을 선호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우울증보다 훨씬 치료하기 어려운 조울증이나 조현병 치료제와 오남용 및 의존성이 높은 마약성 진통제도 처방 제한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신건강의학 교과서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 회복 후 9개월 내지 10개월 이내 약을 절대 중단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이사장은 60일 처방 이후 항우울제를 갑자기 중단하면 자살 위험이 50배나 높아진다며, 처방 중단을 금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SSRI 처방 제한이 폐지되면 자살률이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이란 게 홍 이사장의 주장이다..

대한신경과의사회 이은아 회장과 대한노인의학회 김용범 회장 등 내과계열 의사회 도 SSRI 처방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아 회장은 "60일 처방 제한 규제 완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조금씩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회장도 "SSRI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 이상인데, 처방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내과계열 의사들이 SSRI 부작용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 오남용되는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SSRI 처방 제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신건강의학과, SSRI 처방 제한 요구 수용할 수 없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과의사회 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경정신의학과의사회는 SSRI 처방 제한 완화 요구 대응 TF를 구성한 상태다.

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정부가 관련 학회 및 의사회와 간담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다" 며 " 진료과의 처방 제한 요구 논리에 대응하기 위한 자료를 학회와 의사회가 공유하면서 회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과 및 내과계열에서 SSRI를 많이 처방하면 자살률이 내려갈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의견을 보였다. 

김동욱 회장은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접근성이 좋다. 오히려 10대와 20대에서는 항우울제를 사용했을 때 자살률이 높아진다"고 반대 의견을 보였다.

SSRI 약전에는 블랙박스 경고가 있다. 아동·청소년이 SSRI를 복용했을 경우 자살에 관한 생각과 행동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다.

이 경고 문구는 2003년 진행된 연구 결과에 기인했다.

김 회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이런 부분을 인지하면서 환자를 진료히자민, 타 진료과 의사들은 SSRI 처방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할 수 있는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행하고 있는 우울증 적정성 평가 결과를 토대로 타 진료과에서 SSRI를 많이 처방해도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심평원의 우울증 적정성 평가 결과는 내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적정성 평가에서 가장 우울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타 진료과에서 SSRI를 많이 처방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울증 환자에게 SSRI를 많이 처방해도 자살률은 떨어지지 않았다"며 "SSRI 처방량이 20% 증가했으면 자살률이 떨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높아졌다. 이번 결과는 매우 중요한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신중론 ...학계 중심으로 결정해야

한편, SSRI 처방 제한 논란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약물 처방은 관련 학회 등 전문가들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해 정부가 나서 가르마를 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황신자 사무관은 "SSRI 처방 제한 완화 요구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라며 "처방 제한에 대한 변경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황 사무관은 "조만간 신경정신의학회와 의사회, 신경과학회 및 관련 의사회 등과 의견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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