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의원, 17일 자살예방 정신의료서비스 대책 토론회 개최
매년 감소하는 상종·종병 폐쇄병동, 환자 입원 더 어려워진다
스프라바토 급여화, 정신응급의료센터 내실화, 정부 지원 촉구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정신건강 문제는 공공의료 범주에서 풀어야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정부 의견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을 위해 정신응급의료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줄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주장은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이 17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정신건강재단과 함께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자살예방 정신의료서비스 강화대책' 토론회에서 나왔다.

17일 포스트 코로나 자살예방 정신의료서비스 강화대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석정호 교수
17일 포스트 코로나 자살예방 정신의료서비스 강화대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석정호 교수

발제에 나선 강남세브란스병원 석정호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보험이사)는 우울증은 약물치료에 더해 통합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 교수는 "일부 의사는 우울증이 SSRI를 많이 쓰면 좋아진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통합적 개입은 물론 심리사회적 개입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으로 고민할 때 자의로 정신의학과를 방문하기까지 여러 장벽도 존재한다는 게 석 교수의 주장이다.

석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약이 중독되거나 취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여러 오해가 많아 학회 차원에서도 꾸준한 인식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약물치료 중심으로만 정신요법 수가가 개선되고 있어 질 높은 상담 서비스 제공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우울증 환자와 자살 시도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응급의료기관, 정신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장기입원이 전체 정신건강서비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급성기 입원이나 응급, 지역정신건강서비스의 공급은 매우 부족한 상태다.

 

상급종합병원의 급격한 감소도 문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 병상의 급격한 감소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상종의 정신과 폐쇄병동은 2011년 1021개에서 2020년 859개로 감소했으며 종합병원의 폐쇄병동도 동일한 감소 추세다.

현장의 의료진은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을 '애물단지'라고 표현했다.

석 교수는 "한림대의료원과 가톨릭의료원 등 대부분의 상종에서 폐쇄병동을 없애고 있다. 조현병 환자만 해도 신체질환과 정신질환 치료가 모두 필요해 상종에서 치료하는 게 필수"라며 "자살시도자도 마찬가지이지만 현 추세로는 입원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국회에서 폐쇄병동을 상종 운영 필수기준에 포함시키는 법안도 있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폐쇄병동을 부활시키는 게 자살 환자를 급성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병상 기능도 재정립해야 한다. 대만은 의료적 처치, 낮병동, 중환자실 등으로 구분한 상태"라며 "의료기관은 규모가 아닌 기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급한 상황에서 우울증 환자를 빠르게 치료하기 위한 신약 급여화도 화두로 올랐다. 얀센의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가 예시로 제시됐다.

석 교수는 "이 약제를 세명의 환자에게 투여하고 있는데, 약 3~4시간 안에 증상이 안정되면서 좋은 효과가 있다"며 "빠른 치료효과를 보이는 신약이지만 현재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어 활발히 사용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에 두 번씩 4주간 투여하면 약 600~700만원이 들어 선뜻 권하기 어렵다"며 "일부 항암제는 선택적 우선급여로 도입됐다. 자살 위기에 급박한 사람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급여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지 않나"고 촉구했다.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내년부터 8개소 지정

"정부의 적극적 예산 지원 필요, 그래야 병원이 움직인다"

앞으로 지정될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의 내실화도 과제로 꼽혔다. 정부는 내년에 8개소, 2025년에는 14개의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화영 사무총장은 "실제로 의료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선 예산을 적극 지원해 제대로 작동하는 정신응급센터가 필요하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화영 사무총장, 보건복지부 김한숙 정신건강정책과 과장

이어 "정신응급센터에서는 신체적 질환과 정신적 질환을 모두 대처해야 한다. 상종이 정신응급센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게 하기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대학병원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는 정신질환을 다루는 영역은 공공의료가 맞지만 아직 우선순위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암과 심뇌혈관질환으로 공공의료 의제가 확대되던 중 사스, 코로나19 등 주요 감염병으로 인해 의제가 다시 감염병으로 회귀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김한숙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의료적 관점에서 보면 아직 정신질환이 공공의료의 한 부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감염병 대응이 주요 의제이지만 일상회복이 되면 모두가 우려하듯 정신건강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역정신의료센터의 예산 확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정신건강의 수단 자체는 공공의료가 맞고 해야 할 부분이 많아 정부가 더 노력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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