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병원 출입관리 강화, 면회 제한하며 방역체계 구축
RTLS 도입부터 인공지능 음성인식까지 스마트병원, 어디까지 발전했나

병원 내 면회 보호자 1인 외에 입원환자 면회를 제한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원내 입원 예정인 모든 환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병원 내 면회 보호자 1인 외에 입원환자 면회를 제한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원내 입원 예정인 모든 환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COVID-19)는 일상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꿨다. 특히 방역과 치료는 물론 백신 접종까지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여온 의료기관의 변화는 더 두드러졌다. 각 병원은 감염을 사전에 방지하고 효율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고도의 방역 체계를 구축했다. 동시에 코로나19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 각종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스마트병원으로 발돋움하는 병원도 적지 않았다.

철저한 출입 관리로 '감염원 차단' 주력한 병원들 

신종 감염병 확산에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했던 곳은 병원이었다. 감염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고령층, 환자가 모여있는 만큼 혹시라도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병원 입구에서부터 철저히 일반 환자와 감염 의심 환자를 분류했다. 

우선 효율적인 출입 관리를 위해 병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일부 폐쇄하고 하나로 모았다. 또한 예방접종센터와 외래선별진료소, 호흡기안심진료소의 위치를 안내하며 의심 환자를 분류했다.

내원객과 방문객이 병원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키오스크 형태의 기계를 통해 사전문진표를 필수로 작성하도록 했다. 

왼쪽부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의 스피드게이트, 사전문진 키오스크

문진표에서는 코로나19 확진 이력, 발열과 의심 증상, 집단 감염장소 방문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키오스크 사용이 낯선 연령층을 위해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항시 상주했다. 

병원 곳곳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고, 발열 체크와 손 소독제 사용도 의무화했다.

병원의 출입 시스템도 대폭 변화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새롭게 구축한 스피드게이트는 지하철 출입구와 비슷한 형태이며, 직원이 각 게이트를 지키며 방문객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방문객은 QR 출입증을 발급받았더라도 안면 인식 열화상 카메라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해야 출입문이 열린다.

원내감염 예방을 위해 입원 전 코로나19 검사를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병원도 늘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입원환자 및 상주 보호자 모두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입원 또는 병동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서울아산병원에 설치된 입원전 코로나19 검사소

병원은 입원예약일 하루 전까지 지역 의료기관 등을 방문해 검사를 시행하도록 했고, 원내에는 입원환자 전용 검사소도 마련해 운영 중이다.

병원 내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 면회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은 출입증을 소지한 상주 보호자 1인만 입원환자의 면회를 허용하고 방문객 면회는 전면 금지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병원 방문 시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보호자는 한 명만 출입이 가능하다. 보호자 한 명 이상 동행시 그 외 일행은 병원 외부 또는 차량에서 안전하게 기다려달라"고 안내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김남국 교수(영상의학과)는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시행한 후 입원해도 3일 후에 확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행히 아산병원에서는 확산되지 않아 문제가 없었다"라며 "셧다운을 막기 위해 방역과 감염관리를 철저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국내 최초로 병동 출입관리에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해 시행 중이다. 

기존에 입원환자에게 지급하는 ID밴드와 상주 1인 보호자에게만 발급하는 출입카드의 경우 다른 보호자에게 양도하거나 의료진의 눈을 피해 다수의 방문객이 함께 출입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안면인식 병동 출입 시스템은 출입증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환자 및 보호자가 이용할 경우 안면인식을 통해 0.3초 만에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 

현재 안면인식 병동 출입은 13층의 131병동과 132병동 출입구에 적용된 상태다. 이 두 곳은 내과 병동으로,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층 환자가 입원해 있어 상대적으로 감염관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탄성심병원 관계자는 "내년 중 안면인식 시스템을 모든 병동과 응급실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병원과 인근 지하철역을 오가던 셔틀버스는 병원에 따라 탑승 인원을 제한했다. 서울성모병원은 감염관리를 위해 정원의 절반이 탑승할 경우 시간표에 기재된 출발 시간과 관계없이 운행하고 있다. 

또한 셔틀버스를 탑승하기 전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사용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며 이용객의 협조를 당부하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감염병 대비를 위해 일찌감치 감염체계 정비에 나선 병원도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작년부터 국내 최대 감염병전문병동인 'I동' 건립공사를 시작했다.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의 독립 건물이며, 이르면 올해 말 준공될 예정이다. 음압수술실은 물론 음압관찰실, 음압격리병상 등이 구축되며 교차 감염 방지를 위한 환기시스템, CT실도 독립적으로 마련된다. 

김 교수는 "감염에 취약한 병원에서는 전염성 질환이 퍼지기 쉽다. 환자와 의료진 간 교차 감염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감염병전문병동과 일반 병동을 쉽게 오고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자의 안전을 위해 비접촉 영상장비, 비접촉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응급실을 재정비하거나 음압병실을 확충하는 병원도 많다. 이후에도 또다른 감염병이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으로 감염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기를 기회로? 스마트병원 탈바꿈한 병원은

코로나19 상황이었던 지난해 3월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각종 디지털 솔루션을 병원 전반에 접목하며 스마트 인프라를 자랑하는 신생 대학병원이다. 

특히 연세의료원 최초로 디지털솔루션을 기획 및 운영하는 '디지털병원파트'를 신설했다. 의료정보전문가, IT전문가, 의공학전문가, 통계전문가 등 인력을 포함한 데이터 전담조직으로 구성됐다.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눈에 띄는 점은 환자와 병원 자산의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 가능한 RTLS(Real Time Location System) 운영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입원환자에게 제공하는 팔찌 형태의 BLE(Bluetooth Low Energy) 안전 태그는 감염 및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환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의 감염 추적 솔루션은 RTLS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감염자의 원내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객관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RTLS를 통한 위치정보는 원내에 구축한 통합반응상황실(Integration & Response Space, IRS)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기존 감염 접촉자를 추적하는 방법은 감염자의 구두 보고에 따라 CCTV를 활용하고 감염자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왜곡될 가능성이 컸지만, RTLS 구축으로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을 집약한 코로나19 방역 솔루션도 개발했다.

RTLS를 활용한 병원 종사자 및 환자, 보호자의 위치정보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원내의 동선 및 밀집도의 변화를 파악해 관리하고, 더 나아가 과밀집이 발생하는 시간과 장소를 대상으로 선제적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은 이동형 의료장비에 RTLS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이동형 의료장비에 부착된 센서(TAG)가 원내 와이파이와 통신함 장비의 실시간 위치 및 사용현황을 파악해 알려준다. 

센서가 부착된 이동형의료장비는 방광잔뇨측정기(Bladder Scan), 무릎관절운동치료기기(C.P.M Knee), 심전도기(EKG), 심부정맥혈전증검사기(DVT), 약물자동주입기(Infusion Pump), 호흡기치료기(Nebulizer), 환자감시장치(Patient Monitor), 산소포화도측정기(Pulse Oximeter) 등이 있다.

기존에는 간호사가 업무 인수인계 시 장비 사용현황을 일일이 작성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시스템이 도입된 후 컴퓨터로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만족도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지난해 모바일 전자간호기록(M-ENR)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간호사가 휴대용 단말기로 환자 팔찌를 스캔해 입원환자의 의료정보(채혈·수혈), 환자 생체신호(혈압·맥박·호흡)를 기록하고 처치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2년 전 원내 연구소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인 'Voice EMR'을 현장에서 활발히 사용 중이다. 병동과 외래, 수술실 등에서 의료진이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하고 말해도 음성 인식률이 95%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입원 환자의 편의 향상을 위한 변화도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개별 병상에 '베드사이드 모니터'를 설치해 입원환자들이 입원 및 치료에 대한 궁금증이나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모니터를 통해 환자들은 제증명 신청 서비스, 식단 안내, 환자별 질병 교육 등 편의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도 환자 개인 병상에 설치된 스마트 모니터와 병실 입구 디지털 사이니지, 간호사실 대시보드로 구성된 스마트 병실을 구축했다. 환자들은 스마트 모니터를 통해 약 정보와 시행 예정인 검사, 병원비를 조회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스마트 모니터. ①병상 모니터 화면 ②병실 입구 디지털 사이니지 ③간호사실 대시보드
서울대병원 스마트 모니터. ①병상 모니터 화면 ②병실 입구 디지털 사이니지 ③간호사실 대시보드

또한 화면 터치만으로 수액 교체, 진통제, 화장실 보조 요청이 가능하다. 만약 환자가 수액 교체를 요청할 경우 간호사실 대시보드에 'ㅇ번 ㅇㅇㅇ환자 수액교체요청'이라는 문구가 뜬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스마트 병실을 54병동, 115병동 두 곳에서 약 6개월간 시범운영 중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만족하고 있다"며 "운영 결과를 조만간 평가한 후 다른 병동의 추가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공지능과 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환자 케어 서비스도 시작됐다. 인하대병원은 격리중환자실(격리집중치료실)을 대상으로 비대면 스마트 환자케어 시스템을 작년부터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10인치 대형 스마트 디스플레이로 통제된다. 여기에 의료사물인터넷(IoMT) 웨어러블 단말을 도입해 원거리에서 실시간으로 환자의 체온과 심박수, 산소포화도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환자와 의료진 간 비대면 영상 통신도 가능하며, 보호자 면회 역시 해당 시스템으로 할 수 있다.

인하대병원은 우선 음압·격리시설인 국가지정 입원치료병동에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병동 내 환자 간호를 위해선 의료진이 반드시 방호복을 착용해야 한다. 

간단한 조치를 위해서도 소모되는 시간이 커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환자 역시 의료진과 소통이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도입한 시스템을 통해 비대면 바이탈 체크로 감염 노출 위험성을 낮추고, 이전보다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이 자유로워 심리적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격리집중치료실에는 이달 중 새로운 가상 진료플랫폼인 뮤럴(MURAL)도 갖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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