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력 쏠림 및 지역 의료생태계 파괴 우려

일부 대형병원들의 야경(기사와 직접적인 관계없음)
일부 대형병원들의 야경(기사와 직접적인 관계없음)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병원들이 분원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지역 중소병의원들이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길병원, 서울아산병원, 을지대의료원, 중앙대의료원, 경희대의료원과 아주대의료원과 한양대병원 등이 분원 설립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을지대의료원은 지난 3월 경기도 의정부에 900병상 규모의 의정부 을지대병원을 개원했고, 중앙대의료원은 경기도 광명시에 700병상 규모의 분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또, 길병원은 위례신도시에 1000병상 규모의 병원 설립을 위한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으며, 서울아산병원은 800병상 규모로 인천 청라지구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의료원은 하남지역에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아주대의료원과 한양대병원 역시 분원을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병원들 분원 설립 가속화에 우려의 시선 

이런 대형병원들의 분원 설립 움직임에 대해 의료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일부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 가속화에 대한 입장'을 통해 지역 중소의료기관 고사 및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우려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협은 대형병원이 분원을 설립하면 의료 인력의 대거 채용이 불가피하고, 주변 중소병원의 인력난뿐만 아니라 타지역 의료 인력까지 쏠리면서 지역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 및 중소병원의 도산으로 인해 의료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분원이 설립되는 대부분 지역이 수도권으로 이미 주변에 많은 의원과 중소병원, 종합병원들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대형병원들은 중증환자, 희귀질환 담당이라는 본분을 잊고 경증환자 진료 및 과잉진료와 같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지역 의원급과 중소병원들이 도산할 수 있어 1차 의료는 고사해 기형적인 의료전달체계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대형병원들이 분원 설치 비용 및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의료진의 비용 투자를 줄이는 방식인 통해 의사가 아닌 불법의료인력의 처방과 시술로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의협은 "일시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왜곡된 통계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이런 잘못된 결과를 토대로 정책이 입안되면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병상 수급관리 제대로 하고 있나?"

그러면서 정부의 병상 수급 관리 정책 대안 수립을 주문했다.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병상에 대한 관리 감독을 받게 되지만, 분원 개설은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결정돼 편법적 병상 수 늘리기가 가능한 것이 의협의 시각이다.

의협은 "의료기관의 병상 수급은 복지부 장관의 관리감독 하에 전체 의료시장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그 수급을 결정해야 한다"며 "변칙적인 병상 수 증가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관련 법령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급 의료기관 및 중소병원을 살리고,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립해 지역사회 중심의 선진 의료체계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일부 대학병원의 무분별한 분원 설립은 유감이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병원협의회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는 허상"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역시 4일 성명을 통해 대형병원들의 분원 설립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의료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병원협의회는 정부가 대형병원 분원 설립을 묵인하면 지금까지 취해온 정부의 정책기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부는 의료 이용 지도를 제작하면서 지역 간 의료 격차를 개선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정부는 수도권보다 의료 수준이 열악한 비수도권과 도서지역에 양질의 의료기관이 배치되도록 해야 하며, 대학병원들은 도서지역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병원협의회는 주장했다.

또, 대형병원의 분원 설립 및 병상 증설은 많은 인력을 요구하며, 간호직 및 기사 인력을 포함해 의사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며, 대형병원들의 경쟁적 분원 설립은 정부의 기조를 비웃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협의회는 "수도권의 대형병원들 간 분원 설립 경쟁은 병상 포화라는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는 허상이며, 의료의 공공성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쓰레기라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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