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방식으로 비대면에 적응 중인 제약사들
정보 제공 방식 업그레이드 계획 및 목표 각양각색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장기화 되는 것과 별개로 국내 제약업계는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증명한 것은 업계의 대비 유무와 무관하게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위기와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제약사의 연구개발(R&D) 능력을 차치하더라도 선진국형 경영 문화, 인재 확보, 건실한 투자 환경 조성 등이 기업의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고 급변하는 환경에 친밀한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코로나19로 대두된 비대면 마케팅 및 영업활동이 팬데믹 장기화로 또 다른 진화를 겪고 있다. 단순 비대면 또는 대면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병합해 최고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법을 계속 찾고 있는 것이다. 

메디칼업저버 창간 20주년을 맞아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제약·바이오기업의 신문화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① 제약사, 새로운 문화 속 지속가능한 미래찾기 
② 코로나 1년 6개월... 진화 거듭하는 영업·마케팅

제약업계의 전통적인 마케팅 및 영업활동은 마케팅 직원이나 영업직원이 의료진을 직접 만나 관련 제품을 설명하고 소통하는 면대면(face-to-face) 방식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창궐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워지고 의료진 역시 제약업계 사람들과 대면 접촉하는 것을 꺼리면서 새로운 마케팅 및 영업 방식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제약사들은 발 빠르게 현실에 적응했고 저마다의 장점을 살려 비대면을 일상 속에 녹였다.

코로나19를 예방하면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with 코로나' 시대를 맞아 웹 심포지엄 개최, 의사전용 포털 개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등이 기반이 되는 '언택트(Untact)'의 활용도가 중요한 경쟁력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방문 디테일링, 학회, 세미나 등 대면 활동이 전월 대비 6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디지털 채널의 성장은 두드러졌는데 비대면 디테일링이 85%, 이메일링과 디지털 미팅이 각각 64%, 12% 성장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비대면에 적응 중인 제약사들

대웅제약의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은 1인 강연인 '라이브 세미나', 오프라인 심포지엄을 대신한 '웹 심포지엄' 및 컨셉을 다양하게 바꿔 개최한 '웹 토크쇼' 등이 있다. 

지난 1년간 라이브 세미나 261회, 웹 심포지엄 12회, 웹 토크쇼 9회를 진행했고 회당 평균 참석자는 2300여 명이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평균 만족도는 91.4점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효과적인 학술 교류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자사가 지닌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내 주요 학회 임원들과 협업해 흥행과 양질의 콘텐츠 전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라고 평했다.

대웅제약이 실시한 대표적인 웹 심포지엄은 '위 케어 캠페인(WE CARE Campaign)'을 들 수 있다.

이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등의 약제로 인한 위장관 손상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최신 정보 공유 프로그램이다. 

올해부터 소화기 약제를 처방하는 다른 진료과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순환기, 호흡기 신경계 등 여러 질환 분야에서 의료진과 소통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종근당은 CKD(만성콩팥병) 자체의료정보 포탈  메디뷰(mediview)를 통한 디지털 마케팅에 집중했다. 

메디뷰는 영업사원용과 의사용 두 가지 버전으로 구분된다.

실시간 채팅이 가능한 영업사원용은 △온라인 교육 △E-브로슈어 제공 △마케팅과 영업사원 간 학술 및 제품정보 공유 등에 사용된다.

의사용의 경우 △웨비나 실시간 진행 및 다시보기 △PM의 DM(Direct Massage) 전달 △주요 학회 및 심포지엄 일정관리·확인 △만성질환 콘텐츠 △HCP(의료전문가) VOD 의학세미나 △주요질환 최신지견 및 급여 가이드라인 등 다양한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SNS를 활용한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AR(증강현실) 디테일링, 유비케어와 같은 HCPs 프로그램 등 다양한 비대면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자체 스튜디오를 운영해 실시간 교육 영상 및 웹 심포지엄 등의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다.

자사 포털사이트인 '유메디'에서 학술 및 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업팀 교육을 시행 중이며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하이브리드 심포지엄을 초창기부터 도입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Zoom 회의실을 통해 마케팅 및 관계자와의 비대면 미팅이 증대됐고, 카카오톡 채널인 유메디 플러스로 정보전달 및 공유에 나섰다"라고 전했다.

한미약품의 의료전문포털 HMP는 의료진을 위한 다채로운 콘텐츠 제공량을 늘렸다.

이미 2000년부터 국내 제약회사 최초 의료전문포털로 자리매김한 HMP는 학술정보를 비롯해 병·의원 경영 정보, 빅데이터 등 차별화된 콘텐츠가 강점이다.

아울러 최신 의학 뉴스와 업계 뉴스, 맞춤형 화상 디테일 서비스, 질환 및 약물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현재 전국 의사 약 2만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연간 페이지뷰는 1400만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특히, 각 분야 전문 의료인의 최신 치료 지견 등을 소개하는 실시간 질환 강의 서비스인 'Live 심포지엄'은 2013년 첫 시작 이래 2021년 1월까지 누적 강의 수 2200회, 누적 참석자 수 122만명(반복 시청자 포함), 누적 연자 수 960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의사포털 메디게이트가 2020년에 조사한 '제약사 의료정보포털 인지 및 가입현황'에서 비대면 시대 디지털 마케팅 잘하는 제약회사 부문 1위에 올랐다"며 "인터엠디 2020년 조사에서도 제약사 디지털 마케팅 활동 1위를 차지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길어질수록...점차 진화하는 영업·마케팅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많은 의료기관들이 제약사 및 의료기기 영업 직원의 출입을 통제해 왔다(출처 : 메디칼업저버 DB).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많은 의료기관들이 제약사 및 의료기기 영업 직원의 출입을 통제해 왔다(출처: 메디칼업저버 DB).

이처럼 제약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부터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각자 지닌 플랫폼의 장점을 살려 비대면 영업·마케팅에 집중했다. 

그러나 2021년이 되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과 대면 각각의 장점을 함께 적용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진화했다.

비대면 혹은 대면 중 하나의 형태만 선택해 영업·마케팅 하기 보다는 둘의 특징을 살려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겠다는 의지인 것.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던 시간이 줄고 근거 기반으로 제작한 영상으로 핵심내용을 전달하면서 신뢰도가 높아지는 등 비대면이 제약업계의 영업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제약영업이라는 무대가 단순히 제품의 장·단점으로만 승부가 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비대면 마케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웅제약의 경우 비대면과 대면을 융합한 영업·마케팅 전략을 고민하면서 3분 닥터영상 및 메디컬 스케치와 같은 짧은 동영상 위주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3분 닥터영상은 기존 라이브 세미나에서 언급된 다빈도 질문·답변을 강연자 동의 하에 3분 이내로 편집한 영상이며, 메디컬 스케치는 제품의 특장점 등을 알리기 위해 고안된 드로잉이다.                    

이는 PM 스스로가 콘텐츠를 생산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직접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뜻한다. 

많은 제약사가 온라인 영업·마케팅을 진행함에 따라 유사한 콘텐츠가 범람하고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도 깊다.

비대면이 대면에 비해 공간 제약이 없고 비용이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효율이 떨어지고 피드백이 적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종근당은 외부에서도 사용 가능한 업무용 메신저를 도입해 화상회의, 자료공유, 교육 등이 어디에서든 양방향 소통으로 가능토록 했고 메디뷰 업그레이드를 통해 플랫폼 속도를 개선했다.

또 메디뷰에 질문·답변 기능을 추가해 의사와 영업사원 또는 PM과의 대화를 수월하게 했으며 질환 관련 콘텐츠를 넘어 병원 경영, 제약 뉴스, 최신 트렌드, 취미 등을 보강했다.

웨비나도 실시간 퀴즈쇼, 토크쇼, 홈쇼핑 등 의료진의 흥미를 유발하는 다양한 형태에 도전 중이다.

한미약품은 복잡한 코딩기술이나 통계학적 전문성 없이도 빅데이터 연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 데이터셋 기반 연구 플랫폼 CUBE를 새롭게 선보였다.

아울러 병원 경영에 필요한 최신 의료 정책과 법률, 청구 고시, 라이프 케어 맞춤 정보까지 한 곳에서 확인 가능한 '하이한미'도 지난해 첫 선을 보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혁신 마인드와 책임감을 갖고 근거 중심의 의료정보 전달과 디지컬 마케팅 분야의 지속적인 투자·개발을 통해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꾸준히 귀 기울여 의료진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제공 방식 업그레이드 계획 및 목표 각양각색 

제약사들의 공통된 노력 속에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의학지식 교류와 영업활동 활성화가 빠른 속도로 정착됐다.

비대면으로도 제약사와 의료진 간에 접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인데, 앞으로 최적의 플랫폼을 개발하는 게 숙제로 남았다.

지난 1년 6개월간 코로나19에 적응한 제약사들은 각각 새로운 플랫폼 제공을 위해 투자 중이다.

유한양행은 영상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추가 구축하고 유메디 사이트를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기존 교육 관련 온라인 시스템을 개선해 콘텐츠 개발 및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HCP, 영업, 마케팅이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유메디 사이트를 단계적으로 보완할 것"이라며 "축적된 고객 정보를 활용해 시장 니즈에 맞춘 영업·마케팅을 추구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의학 정보에 재미 요소를 가미한 '서바이벌 퀴즈 솔루션', 메타버스 시대에 발맞춘 '3D VR 브랜딩관', 진료 현장 노하우를 공유하는 '케이스리뷰' 등의 신규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2000년부터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의료진과 함께 성장하는 대표 의료포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웅제약은 온라인 플랫폼 가입자가 원하는 강의를 신청 받아 아카데미 형식으로 진행하는 학술 교류의 장을 고려하고 있으며, 현재 운영하는 의료전문 디지털 콘텐츠를 국내 유수의 학회 컨퍼런스 및 학술대회와 하이브리드로 연결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올해도 지속적으로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 전략을 고도화·차별화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종근당의 경우 의료진을 넘어 일반 소비자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메디뷰를 더욱 활성화할 방침이다.

제약사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19가 증명했다며 당분간은 최적의 플랫폼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갑작스럽게 변화 속도가 빨라진 영업·마케팅 환경에 최적화된 플랫폼과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제약사별로 찾아가는 단계 같다"라며 "아직 누구나 인정할만한 획기적인 형태는 보이지 않는데,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고 미래 지향적인지를 각자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