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펙스프라잔, 美 뉴로가스트릭스와 라이선스아웃 계약
누적 처방액 1000억원 찍은 inno.N 케이캡, 해외 진출 활발
선의의 경쟁 펼치며 동반 성장 시 글로벌 시장 선점 효과 기대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및 제약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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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글로벌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제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출시 약 2년만에 내수 시장을 휩쓴 inno.N(HK이노엔)의 테고프라잔(제품명 케이캡)을 비롯해 올해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가 예상되는 대웅제약의 펙수프라잔이 그 주인공이다.

향후 테고프라잔과 펙수프라잔이 펼칠 치열한 경쟁은 이미 예견된 운명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측면으로 볼 때, 이들은 당분간 P-CAB 제제 시장에서 한류의 대표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둘 이외에 눈에 띄는 경쟁자가 아직 없다는 것인데, 다케다제약의 보노프라잔(보신티) 정도가 대항마로 꼽힌다.

케이캡, 등장 2년여만에 누적 처방액 1000억원
중국·베트남·멕시코 등과 수출 계약 체결 완료

국내 시장에서 이미 영향력을 입증한 inno.N의 케이캡은 출시 2년여만에 상업화에 성공한 블록버스터 약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세계 최초로 위산 분비 억제제의 주 적응증인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erosive GERD)'과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 모두 허가 받아 총 4가지의 적응증을 갖고 있다.

inno.N의 케이캡
inno.N의 케이캡

모든 적응증이 급여는 아니지만 케이캡의 P-CAB 시장 선점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첫해인 2019년, 3월에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비스트 원외처방액 기준 약 3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성장세가 더욱 뚜렷해져 725억원까지 처방액이 확대, 출시 2년도 채 되지 않아 누계처방액 1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1년 1분기에는 약 230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단일연도 원외처방 1000억원을 3년만에 넘어설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렇듯 빠르게 국내 시장에 안착한 케이캡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 진출 첫 시작은 2015년 중국 뤄신과 체결한 9500만달러 규모의 기술 수출로, 현재 중국 혁신신약(분류1)으로 심사 받는 중이다.

이후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했다. 

베트남,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페루, 칠레, 에콰도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등과 완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

최근에는 몽골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현지 제약사와도 손잡아 지금까지 총 24개국에 기술 수출이나 완제품 수출 형태로 진출했다. 

inno.N 관계자는 "케이캡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대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아시아권과 유럽권 해외 파트너사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펙수프라잔, 美 뉴로가스트릭스에 기술수출
단일 품목으로 약 1조원 규모의 글로벌 계약 수주 완료

대웅제약의 펙수프라잔은 태생부터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inno.N의 케이캡보다 늦게 출발하지만 국내 허가와 동시에 해외 수출 길을 미리 닦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미국 '뉴로가스트릭스(Neurogastrx)'과 펙수프라잔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과 뉴로가스트릭스
대웅제약과 뉴로가스트릭스

이번 계약에 따라 뉴로가스트릭스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펙수프라잔의 임상·개발 및 허가를 담당하고 대웅제약은 뉴로가스트릭스 지분의 5%를 확보했다.

추가로 뉴로가스트릭스의 IPO(기업공개)가 완료되면 총 13.5%의 지분을 수취하기로 약속했다.

이 외에도 총 4억 3000만 달러의 기술료, 미국 판매액에 따른 러닝 로열티 등을 받게 되며 향후 국내에서 제조한 완제품 수출을 통한 수익도 올릴 예정이다.

뉴로가스트릭스는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 벤처캐피탈 그룹인 오비메드(OrbiMed)와 5AM 벤처스 등이 투자한 소화기 분야 전문 회사로, 화이자·로슈·암젠·화이자·GSK·아이언우드 등에서 개발 경험을 쌓은 경영진들이 운영한다.

양사는 내년 임상3상에 돌입해 신속하게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추진할 방침이다.

펙수프라잔은 이미 지난해 멕시코의 목샤8, 브라질의 EMS와 각각 현지 허가 및 판매 권리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외 진출에 시동을 켠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중국 상해하이니와 약 3850억원 규모의 수출 공급계약을 맺었다.

결국, 이번 미국 진출까지 더해 펙수프라잔 단일 품목으로 약 1조원이 넘는 해외 계약 수주를 완료한 상황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국내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는 펙수프라잔은 중국과 중남미에서도 현지 최고 제약회사들로부터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기술수출에 성공한 검증된 신약이다"며 "미국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최고의 글로벌 위산분비억제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선의의 경쟁자…P-CAB 전체 시장규모 성장 견인 기대

다케다제약의 보노프라잔으로 3자 구도 가능할지 주목

이처럼 집안(내수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집밖(글로벌시장)에서도 맞붙게 될 케이캡과 펙수프라잔의 한판 승부가 기대되는 이유는 둘 이외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P-CAB 시장에서 3자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다케다제약의 보신티(보노프라잔)는 지난 2019년 허가를 완료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또한 보노프라잔을 도입한 미국 팬텀은 2018년 설립 다음해인 2019년 나스닥 IPO에 성공해 현재 보노프라잔 임상3상을 진행 중에 있는데, 이는 대웅제약과 계약한 뉴로가스트릭스와 같은 방식이다.

특히, 보신티의 시장 합류 여부를 떠나 P-CAB 제제의 대표 경쟁 주자에 국내 제약사 두 곳이 유력한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펙수프라잔과 보노프라잔 중에 어떤 게 먼저 출시될지 알 수 없지만 P-CAB 제제 추가 품목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확대된다는 뜻과 다름없다”라며 “실제로도 아직 PPI 계열에 비해 전체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더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당분간 P-CAB 시장에서 펼쳐질 경쟁은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아니라 제약사 간 선의의 경쟁으로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케이캡과 펙수프라잔의 2강 체제일지, 보노프라잔이 합류한 3자 구도일지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P-CAB 제제 대표 품목 경쟁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앞서가고 있고, 이들이 전체 시장 규모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면에서 선점 효과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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