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일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 온라인으로 개최
내분비내과 전문가, '비당뇨병 성인'에게 미치는 영향 주목
심장내과 전문가, 'HFpEF 치료제'로 관심
신장내과 전문가, RAS 억제제 등과 병용요법 기대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로 개발돼 심장약에 이어 신장약까지 쓰임새를 넓히고 있는 'SGLT-2 억제제'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관심이 뜨겁다.

내분비, 심장, 신장 등 내과 전문가들은 SGLT-2 억제제의 다양한 기전을 근거로 다른 관점에서 SGLT-2 억제제 활용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16~17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는 SGLT-2 억제제에 대한 세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자리가 16일 마련됐다.

내분비 전문가는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이 없는 성인에게 SGLT-2 억제제가 미치는 대사적 효과(metabolic effect)에 주목한다. 

심장 전문가는 SGLT-2 억제제가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의 치료옵션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신장 전문가는 RAS 억제제 등 약제와 SGLT-2 억제제 병용요법으로 신기능 보호 효과를 더하는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비당뇨병' 성인에게서 유용성은?

내분비 전문가는 SGLT-2 억제제가 당뇨병이 없는 비당뇨병 성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비당뇨병 성인은 기전상 SGLT-2를 억제하더라도 당뇨(glycosuria)를 일으킬 수 없어 혈당강하 효과는 미미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최성희 교수는 16~17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춘계심혈관 통합학술대회'에서는 'SGLT2 and SLGT1/2 Inhibitor for Diabetes and Non-diabetes Patients-Endocrinologist's View'를 주제로 발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최성희 교수는 16~17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춘계심혈관 통합학술대회'에서는 'SGLT2 and SLGT1/2 Inhibitor for Diabetes and Non-diabetes Patients-Endocrinologist's View'를 주제로 발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최성희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혈당강하 효과는 비당뇨병 성인에게서 거의 미미하며, 신기능이 떨어질수록 SGLT-2 억제제의 혈당강하 효과가 감소한다"며 "혈당강하와 별개로 비당뇨병 성인에서 SGLT-2 억제제의 다양한 대사적 효과가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DAPA-HF 하위분석 결과에 의하면, 등록 당시 대비 4개월째 당화혈색소는 당뇨병군이 약 0.3% 감소했지만 비당뇨병군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비당뇨병군의 혈압은 1.8mmHg 감소하고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은 보존됐으며, 헤마토크릿이 2.3% 증가하는 등의 효과가 관찰됐다(JAMA 2020;323(14):1353~1368).

이와 함께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의 EMPEROR-Reduced에서도 위약군 대비 당뇨병군의 당화혈색소는 감소했지만 비당뇨병군은 치료 124주까지 혈당강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하면, 비당뇨병 성인에게 SGLT-2 억제제는 혈당강하 외 다른 대사적 효과가 작용한다고 분석된다.

SGLT-2 억제제가 비당뇨병 성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 신장에서 사구체여과압을 줄여 eGFR을 보전하거나 나트륨 뇨배설을 통한 혈압·요산 감소 등으로 심부전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또 케톤이나 부티르산을 통한 항염증, 항산화, ATP 생산 증가 등이 관찰되고, 적혈구생성인자(EPO) 증진을 통한 헤모글로빈 증가, 산소 전달(O2 delivery) 증가 등으로 대사적 효과가 나타난다. 

아울러 비당뇨병 성인은 SGLT-2 억제제로 당뇨병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모인다.

DAPA-HF에서 등록 당시 당뇨병이 없었던 환자들을 하위분석한 결과, 포시가군의 당뇨병 발생 위험이 32% 감소했다. 당뇨병이 새로 발생한 환자의 약 95%는 등록 당시 당뇨병전단계인 성인이었다(Diabetes Care 2021;44(2):586~594). 

또 당뇨병이 새로 발생한 군은 발생하지 않은 군과 비교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 위험이 증가 추세를 보였다.

최 교수는 "비당뇨병 성인이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당뇨병 예방 효과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 SGLT-2 억제제가 비당뇨병 성인에게 의미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또 장기적으로 보면 비당뇨병 성인은 SGLT-2 억제제로 심혈관 혜택을 얻는다고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HFpEF 치료제 등장할까?

SGLT-2 억제제는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로 심부전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면, 최근에는 심부전 치료에 이어 급성 심부전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활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심장 전문가는 SGLT-2 억제제를 HFpEF 환자에게도 투약할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있다.

▲서울대병원 조현재 교수는 'CV Outcome Trials of SGLT2 and SLGT1/2 Inhibitor-Cardiologist's View' 주제로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조현재 교수는 'CV Outcome Trials of SGLT2 and SLGT1/2 Inhibitor-Cardiologist's View'를 주제로 발표했다.

심부전 치료 관련 SGLT-2 억제제 연구는 주로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DAPA-HF와 EMPEROR-Reduced가 대표적이다.

HFrEF 치료 효과가 SGLT-2 억제제의 계열 효과인지 혹은 약제 특이적 효과인지에 대해서는 계열 효과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DAPA-HF와 EMPEROR-Reduced를 메타분석한 결과, 1차 목표점으로 설정한 첫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포시가, 자디앙 모두 유의하게 약 25% 낮췄다는 이유다(Lancet 2020;396(10254):819~829).

그러나 논란의 여지는 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을 각각 분석한 결과에서는 포시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위험을 낮추고, 자디앙은 유의성 없이 위험을 낮추는 경향만 관찰됐기 때문이다. 자디앙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을 의미 있게 줄이지 못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HFpEF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디앙의 EMPEROR-Preserved 결과가 올해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또 다른 HFpEF 환자 대상 연구인 포시가의 DELIVER은 최근 환자 추적관찰을 완료, 내년에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연구의 차이점으로 DELIVER에는 한국인이 모집되지 않았지만 EMPEROR-Preserved에는 한국인이 포함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오재원 교수(심장내과)는 "EMPEROR-Preserved의 경우, 가이드라인에서 반드시 쓰도록 권고하는 HFpEF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환자군에게 ACEI, ARB, 베타차단제 등을 많이 투약했다. 약물치료가 잘 이뤄지고 있어 SGLT-2 억제제 추가 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SGLT-2 억제제를 HFpEF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SGLT-1/2 이중억제제인 진퀴스타(소타글리플로진)가 HFpEF 치료제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진퀴스타는 SOLOIST-WHF를 통해 심부전 악화 환자에게서 치료 혜택을 입증했다. 주목할 점은 SOLOIST-WHF는 환자 모집 당시 박출률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연구에는 심부전 악화로 입원한 당뇨병 환자 1222명 중 HFpEF 환자 256명이 등록됐다.

최종 결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부전으로 긴급하게 내원 등으로 정의한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은 진퀴스타군이 위약군 대비 33% 낮았다. 

게다가 HFpEF 환자만 분석한 결과에서도 진퀴스타군의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은 위약군 대비 52% 의미 있게 줄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SOLOIST-WHF는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기간에 따른 자금 부족으로 조기 종료됐다는 한계가 있다.

서울대병원 조현재 교수(순환기내과)는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예방·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단, 이같은 효과에 대한 여러 기전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지 않다"면서 "SGLT-1/2 이중억제제가 SGLT-2 억제제보다 효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나, 상용화 길은 요원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SGLT-2 억제제+α=신기능 보호↑

신장 전문가는 SGLT-2 억제제와 RAS 억제제 등 다른 약제의 병용요법으로 더 큰 신기능 보호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병용요법을 통한 '상승효과(synergistic effect)'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최범순 교수는 'Renal Outcome Trials of SGLT2 and SLGT1/2 Inhibitor-Nephrologist's View'에 대해 강연했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최범순 교수는 'Renal Outcome Trials of SGLT2 and SLGT1/2 Inhibitor-Nephrologist's View'에 대해 강연했다.

신장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을 보면, RAS 억제제는 수출세동맥(efferent arteriole)의 혈관이완 작용을, SGLT-2 억제제는 수입세동맥(afferent arteriole)의 혈관수축 작용을 통해 사구체압을 떨어뜨린다. 이에 따라 두 가지 치료제를 병용하면 신기능 보호에 대한 상승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DECLARE-TIMI 58 결과에 따르면, 포시가 단독보다는 포시가와 RAS 억제제 병용했을 때 신기능 보호 혜택이 나타났다. 

RAS 억제제에 이어 DPP-4 억제제 또는 GLP-1 수용체 작용제와 SGLT-2 억제제 병용요법을 통해서도 신기능 보호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포도당 재흡수가 억제되면서 글루카곤이 증가한다. 그러나 DPP-4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한다. 

즉,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또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병용하면 서로 길항작용(counteraction)을 하면서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2019년 발표된 DELIGHT 연구에서 포시가와 DPP-4 억제제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 병용 시 포시가 단독 대비 단백뇨가 더 감소했다(Lancet Diabetes Endocrinol 2019;7(6):429~441).

치료 24주째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은 포시가 단독군이 21% 감소했고 포시가+온글라이자 병용군은 38% 감소한 것.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최범순 교수(신장내과)는 "현재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를 인정비급여로 병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신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근거가 계속 쌓인다면 두 약제 병용요법을 통한 상승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AS 억제제, DPP-4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외에 PPAR-γ 작용제도 SGLT-2 억제제와 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PAR-γ 작용제는 이상반응으로 부종이 보고된다. SGLT-2 억제제는 나트륨배설증가로 부종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SGLT-2 억제제와 PPAR-γ 작용제를 병용하면 신기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신기능 보호 측면에서 SGLT-1/2 이중억제제도 주목받고 있다. SGLT-2와 SGLT-1을 함께 억제하면 혈역학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다. 

단, 기전상 SGLT-1/2 이중억제제로 신기능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신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연구는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SGLT-1/2 이중억제제 복용 시 설사, 거북함 등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상용화 후 임상에서 활용했을 때 환자 순응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최 교수는 "SGLT-1/2 이중억제제는 세관사구체 되먹임에 영향을 줘 단백뇨를 줄여 신기능을 보호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이에 더해 신경호르몬반응, 심근세포에서의 작용 등을 통해 다른 장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 환자 생존율 개선뿐 아니라 장기기능 보존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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