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는 SGLT-2 억제제는 국내 말기 신부전 유병률을 줄일 수 있는 약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는 SGLT-2 억제제는 국내 말기 신부전 유병률을 줄일 수 있는 약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 고혈압이다. 대한신장학회가 발표한 2019년 말기 신부전 등록사업 자료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 절반(48.4%)은 당뇨병성 신증 환자로 나타났다.

특히 당뇨병성 신증 환자는 10년 신장 생존율이 40%에 불과해 말기 신부전에 이르면 투석이나 이식으로 이어져 당뇨병 치료에서 신장 관련 합병증 관리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GLT-2 억제제가 당뇨병 환자에서의 신장 관련 합병증 관리를 위한 치료 옵션은 물론 만성콩팥병 치료제로서의 혜택까지 확인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SGLT-2 억제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는 연구를 통해 당뇨병 치료에서 신장 안전성에 더불어 신장 보호 이점을 확인하면서 당뇨병 환자의 신장 합병증 동반 관리가 가능한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환자들에게 장기간 투여되고 효과가 나타나면 당뇨로 인한 말기신부전 환자의 유병률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당뇨를 동반한 만성콩팥병 환자는 어떤 위험이 있는가.

당뇨는 혈관질환으로, 표적 장기에 손상을 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당뇨는 혈관 덩어리인 사구체로 이루어져 있는 콩팥에 손상을 줄 수밖에 없다.

대부분 당뇨병 환자들은 심장과 뇌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는 반면, 콩팥 손상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뇨병 진행이 심장과 뇌의 문제를 극복한다 해도 남는 건 콩팥이라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라면 심혈관과 콩팥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두 동반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신장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말기신부전 환자의 주된 사망 원인은 심혈관계 질환이 가장 높았다. 당뇨병과 심혈관계 합병증은 밀접한 관계인 만큼 당뇨병 환자는 콩팥 관리와 보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이들의 치료 목표는 무엇인가. 또 치료 과정에서의 미충족 수요가 있나.

치료 목표의 첫 번째는 말기신부전으로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두 치료 목표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약제가 없었다는 게 미충족 수요였다.

지금까지 당뇨약 또는 인슐린 제제는 췌장을 통해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이었다. 하지만 SGLT-2 억제제를 이용한 연구에서 콩팥이 당뇨를 조절하는 주된 장기로 부각되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연구 결과에서는 사구체를 통해 여과되는 혈당의 양이 적어 조절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있었지만, 실제 임상에 도입해보니 당 조절은 물론 콩팥이 당 조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게다가 혈당과 관계없이 콩팥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포시가의 DAPA-CKD 연구에는 사구체여과율 30ml/min/1.73m2 미만 환자도 일부 포함돼 있었고 이 환자들도 큰 차이 없이 효과가 입증, 투석 직전의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약제 선택에 있어 고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전문의로서 당뇨 동반 만성콩팥병 환자의 1차 당뇨 약제 선택에 고려할 부분이 많다. KDIGO(kideny disease improving global outcome)는 1차치료로 메트포르민과 SGLT-2 억제제 병용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만성콩팥병 치료에 많이 쓰이는 약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다. 하지만 SGLT-2 억제제는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생각한다. 

DAPA-CKD 연구 결과, ARB 제제와 ACE 억제제에 SGLT-2 억제제를 추가 복용했을 때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 

앞으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당뇨 치료 패러다임은 SGLT-2 억제제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SGLT-2 억제제는 기존 약제들이 갖지 못했던 심장과 콩팥을 보호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약제의 포지셔닝이 그들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도 그에 맞는 국내 가이드라인을 제정, 정부에 제안하려 계획 중이다.

- 학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학회 이사장으로서 신약이 출시되는 과정을 제약사에 전부 맡기는 게 아니라 허가부터 적응증 확대, 보험급여 등에 적극 참여, 약제가 현장에 들어올 때부터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게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SGLT-2 억제제는 심장에도 효과를 보인 만큼 심장내과, 내분비내과뿐 아니라 개원의, 봉직의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에 대한 교육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학회도 SGLT-2 억제제에 대한 관심을 반영, 온라인 채널에 교육용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포시가는 당뇨약으로 개발됐지만 임상연구를 통해 혈당과 상관없이 심장과 콩팥을 보호하는 효과를 확인하면서 더 매력적인 약물이 됐다.

콩팥 전문의들은 SGLT-2 억제제의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학회에서 올해를 '만성콩팥병 제로 원년의 해'로 슬로건을 내건 이유이기도 하다.

SGLT-2 억제제는 심장과 콩팥 모두에서 효과를 입증, 기존 약제와 차별화를 가진 만큼 적응증이 확대돼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당뇨병은 병이 진행될수록 합병증이 동반, 이에 따르는 의료비용도 막대한 만큼 궁극적으로는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한편으로는 SGLT-2 억제제가 심장과 콩팥을 보호하는지 작용 기전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기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제2, 제3의 신약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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