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타이드, 신장 예후 개선에 기여
다파글리플로진, FSGS 동반 환자 신장 보호 가능성
엠파글리플로진의 신장 보호 효능은 적혈구 증가 기전과 연관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최근 유럽 신장-투석 및 이식 학회 연례학술대회(ERA-EDTA 2021)에선 주요 2형 당뇨병 약제의 신장 관련 데이터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글루카곤양펩티드(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는 리얼월드데이터에서 2형 당뇨병 환자의 신장 예후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트륨-포도당공동수송체(SGLT)-2 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은 하위군 분석에서 국소 분절 사구체 경화증(FSGS) 동반 환자의 신장 보호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다른 SGLT-2 억제제 ‘엠파글리플로진’은 사후분석에서 신장 보호 효능에 대한 작용기전적 단서가 드러났다. 단서는 적혈구 증가와 관련 있었다.

세마글루타이드, 리얼월드데이터서 신장 예후 개선

스페인 코스타델솔 병원 Beatriz Avilés 박사는 세마글루타이드의 리얼월드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신질환의 진행 위험이 있는 2형 당뇨병 환자 12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신사구체여과율(eGFR)은 15~60 mL/min/1.73㎡ 수준이었고, 요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은 30mg/g 이상이었다.

환자들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12개월간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 받았다.

이들의 경과를 분석한 결과, UACR은 평균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GFR은 유지 양상을 띠며 약 2.2mL 증가했다.

혈당은 평균 0.74%(7.6%→6.8%) 떨어져 목표치인 7% 미만을 달성했다. 체중은 약 7kg 감소했다. 체중의 5%를 감량한 비율은 69%로 조사됐다.

이외에 혈압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 등도 일정 수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의 5%는 위장관계 이상사례로 세마글루타이드 투여를 중단했다.

Beatriz Avilés 박사는 “세마글루타이드는 신질환 진행 위험이 높은 2형 당뇨병 환자의 알부민뇨를 줄였고, 체중감량에도 기여했다”며 “해당 약물은 신장 예후를 개선하는 안전한 옵션”이라고 평가했다.

다파글리플로진, 하위군 분석서 FSGS 환자 신기능 보호 가능성

영국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 David C Wheeler 교수는 임상 3상인 DAPA-CKD 연구의 하위군 분석결과를 소개했다.

DAPA-CKD 본 연구는 만성 신장병 환자 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구는 ‘다파글리플로진과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등의 표준치료 병용전략은 2형 당뇨병 동반 여부와 무관하게 신기능 저하 및 신장 관련 사망을 예방한다’는 결론을 맺었다.

이번 하위군 분석은 DAPA-CKD 연구 참여자 중 FSGS를 동반한 환자들에게 초점을 뒀다. FSGS는 희귀성 신장 염증으로 신기능 상실을 야기할 수 있다.

연구에서 FSGS를 동반한 환자는 115명이었다. 53명은 다파글리플로진, 나머지는 위약을 투여했다.

두 군의 경과를 비교한 결과, 1차목표점(eGFR 50% 이상 감소비율+투석이 필요한 환자 비율+신장 관련 사망률)에 도달한 비율은 다파글리플로진 투여군 7.5%, 위약군 14.5%였다.

이는 다파글리플로진 투여군이 위약군 대비 eGFR 감소 위험 등이 55%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연간 eGFR 감소폭은 다파글리플로진 투여군 -3.6mL, 위약군 -4.5mL로 나타났다.

기저치 대비 UACR 감소폭은 다파글리플로진 투여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25.1%, 11.7%로 집계됐다.

David C Wheeler 교수는 “하위군 분석에서 나타난 두 군간 차이는 통계적 유의성을 갖지 않았으나, 전체 DAPA-CKD 연구 결과와 같은 방향성을 보였다”며 “이번 데이터는 FSGS 동반 환자군에게 다파글리플로진과 표준치료 병용전략 사용을 고려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엠파글리플로진, 신장 보호 효과 비결은? 적혈구 증가 기전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Christoph Wanner 교수는 임상 3상인 EMPA-REG OUTCOME 연구의 사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EMPA-REG OUTCOME 본 연구는 심혈관계 위험을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 7000여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이 연구는 ‘엠파글리플로진은 해당 환자군의 신질환 발병 및 악화 위험을 줄인다’는 포인트를 남겼다.

다만, 엠파글리플로진과 같은 SGLT-2 억제제 계열이 신장 보호에 기여하는 작용기전에 대해선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후분석은 이 같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이뤄졌다. EMPA-REG OUTCOME 연구 참여자 중 엠파글리플로진 투여군와 위약군간 경과를 비교하고, 경시적(time-dependent) 분석을 바탕으로 두 군간 차이를 유발한 매개체를 찾는 방식이었다.

분석결과, 엠파글리플로진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신질환 발생 관련 주요 목표점에 도달할 확률이 44% 낮았다.

여기에 적혈구용적률(Hct) 값을 보정한 결과, 엠파글리플로진 효과에 대한 위험비는 1.0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혈구용적률이 엠파글리플로진 효과에 대한 가장 강력한 매개체라는 결론으로 읽힌다. 적혈구용적률은 혈액 내 적혈구 비율을 의미한다.

또 다른 매개체로는 혈중 요산 농도, 알부민뇨, 혈당, 혈압 등이 지목됐다.

Christoph Wanner 교수는 “적혈구용적률은 엠파글리플로진을 포함한 ‘글리플로진’ 계열의 신장 관련 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체”라며 “해당 계열 약제는 적혈구 비율을 늘려 신장 기능의 안정화를 돕고, 임상적 개선을 이끄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글리플로진 계열이 적혈구 비율을 늘리는 기전이 소변량 증가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적혈구 생산의 증진에 따른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며 “이 부분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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