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구팀, PULSAR 연구 결과 NEJM에 게재
가천대 길병원 정욱진 교수 "국내서도 다국가 소타터셉트 임상3상 예정"
한국인 표적물질 발굴 PHOENIKS 연구도 진행 중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융합 단백질 신약(first-in-class drug) '소타터셉트(sotatercept)'를 기존 폐동맥 고혈압 약물치료에 추가하면 환자에게 유의미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파리사클레대 Marc Humbert 교수 연구팀은 이번 PULSAR 임상2상 연구 결과를 지난 1일 국제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했다.  

앞서 이번 연구 결과는 작년 미국흉부학회(ATS)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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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오제약사 '액셀러론 파마'가 개발한 소타터셉트는 성장촉진 신호경로(growth-promoting signaling pathways)와 성장억제 신호경로(growth-inhibiting signaling pathways) 간 균형 회복을 돕는 약물이다.

소타터셉트는 특히 액티빈(activin)과 성장 분화인자(growth differentiation factors)를 결합하는 융합 단백질이다. 

폐동맥 고혈압은 전신 순환계에 생기는 일반 고혈압과 달리 우측 심장과 폐 사이의 폐소동맥이 좁아져 혈압이 증가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폐동맥 고혈압은 유전성(hereditary) 및 특발성(idiopathic) 아형으로 분류되는데, 'BMPR2'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질병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알려졌다. 

주요 증상은 피로, 전신 무력감, 현기증, 호흡곤란 등으로 특이적이지 않지만, 30~50대 여성에서 심장·호흡기질환, 빈혈 등이 없어도 이유 없이 숨이 차면 의심해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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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과정에서는 먼저 심전도(ECG)·흉부 방사선 사진 등으로 의심이 되면 심초음파검사로 스크리닝하고, 우심도자검사로 확진한다.

과거에 폐동맥 고혈압은 확진 후 생존 기간이 평균 2.8년이었지만, 최근에는 표적경로들이 밝혀지며 병용요법이 가능해졌다.

이런 병용요법 치료로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은 10년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된 치료제들은 아직 도입되지 않아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현재 폐동맥 고혈압 약제로는 프로스타사이클린 유사제,  엔도텔린 억제제, 산화질소 경로의 3가지 표적 경로를 병용요법으로 사용하지만, 아직 완치의 길은 멀어 새로운 치료옵션이 요구됐다.

이번 24주 다기관 PULSAR 대조군 임상2상 연구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를 받는 성인 환자 106명을 24주간 소타터셉트의 두 용량 또는 위약을 투여하는 세 치료군에 무작위 배정받았다. 

환자는 3주마다 병원을 방문해 ▲소타터셉트 0.3mg/kg(저용량군, n=32) ▲소타터셉트 0.7mg/kg(고용량군, n=32) ▲위약(대조군, n=42)을 투여받았다. 

세 치료군 간 베이스라인 특징은 유사했으며 평균 나이는 48세였다. 환자 56%는 3제요법(triple therapy), 37%는 프로스타사이클린 치료를 받고 있었다. 

1차 목표점은 베이스라인부터 24주까지 폐혈관저항(PVR) 변화로 정의됐다. PVR이란 폐동맥에서 폐정맥까지의 폐순환계내의 혈관저항(vascular resistance)을 뜻한다.

연구 결과, 소타터셉트를 기존 약물치료에 추가했을 때 유의미한 PVR 감소가 관찰되었다. 

특히 소타터셉트 저용량군을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기저치에서 24주 후 PVR은 평균 145.8dyn·sec·cm-5 더 감소했다(95% CI, -241~-50.6, P=0.003). 소타터셉트 고용량군과 대조군 간 차이는 -239.5dyn·sec·cm-5였다(95% CI -329.3~-149.7, P<0.001). 

6분 걷기 검사 검토 결과, 24주에 소타터셉트 저용량군과 대조군의 차이는 29.4m였다(95% CI 3.8~55.0). 소타터셉트 고용량군과 대조군을 비교한 결과, 6분 걷기 검사의 차이는 21.4m였다(95% CI 2.8~45.7).

또한 소타터셉트는 NT-proBNP(N-terminal pro-B-type natriuretic peptide) 감소를 가져왔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혈소판 감소증과 헤모글로빈 수치 증가였다. 소타터셉트 고용량군 환자 1명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가천대 길병원 정욱진 교수.
가천대 길병원 정욱진 교수.

PULSAR 연구를 평가한 가천대 길병원 정욱진 교수(심부전·폐고혈압센터, 대한폐고혈압연구회장)는 본지에 "이번 연구는 좁아진 폐소동맥의 증식을 억제하는 3제요법 사용에도 임상적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서 BMPR/TGF-베타에 작용하는 소타터셉트의 폐혈관저항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소타터셉트는 특히 BMPR-2에 작용하는데, 작년 국제학술지 'PLOS-One'에 게재된 정 교수팀의 PILGRIM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특발성과 유전성 폐동맥 고혈압 환자 약 22%가 BMPR-2 돌연변이가 있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기존의 3가지 경로를 표적하는 약물은 11개 정도가 있는데, 소타터셉트는 표준치료에 추가될 수 있는 유망한 새로운 경로의 신약으로 등장한 것"이라며 "2~3제 병용요법을 통해서도 환자의 생존율을 약 3~10년 이상으로 연장할 수 있었지만, 완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표적치료제의 등장은 예후에 대한 전망을 더 밝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3주마다 소타터셉트 피하주사를 투여해야 하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아 환자가 스스로 주사하기 힘들고, 가정 방문 간호사 또는 병원을 방문해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이 제한점으로 설명했다.

이런 제한점을 제외하고는 임상 효과가 관찰돼 다국가, 다기관 임상 3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 교수는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될 소타터셉트 임상 3상 결과가 긍정적이면 국내 허가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신약이 환자의 예후를 개선한다면, 완치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큰 희망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타터셉트 관련 임상3상은 가천대 길병원을 비롯해 국내외 의료기관에서 올해부터 진행된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아울러 정 교수는 한국인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 '맞춤' 표적물질 발굴을 위해서도 'PHOENIKS 플랫폼' 연구를 2018년부터 질병관리청주관으로 가천대 길병원을 비롯한 국내 27개 병원에서 협력해왔다.

PHOENIKS 플랫폼은 10년 이상의 장기 계획으로 다중 오믹스를 위한 심층표현형 국가등록사업이며 1차 사업을 마무리하고 2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 교수는 "PHOENIKS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군뿐 아니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심부전에 의한 폐고혈압 2군중 일부 환자들에서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대사체 등 다중 오믹스와 장기적인 임상 데이터를 같이 분석해 한국인에 특이한 표적물질을 발굴한다"고 설명했다. 

즉, 국내 연구팀은 한국인 표적물질을 개발해 맞춤형 정밀의료에 도전한다. 

그는 "현재는 폐동맥 고혈압 전문 약제의 병용요법을 통해 생존 기간을 '연장'만하지만, '완치'를 위한 도전을 지속하면 폐동맥 고혈압을 비롯한 모든 폐고혈압 환자에게 맞춤형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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