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 '한국형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3년 생존율, 일본 95%이지만 우리나라 56% 불과…조기에 병용치료 하면 생존기간 늘어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 "진료지침 제정으로 비합리적인 국내 현실 개선되길"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는 28일 서울스퀘어에서 '폐동맥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 제정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좌부터)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 충남대병원 박재형 교수.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는 28일 서울스퀘어에서 '폐동맥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 제정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좌부터)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 충남대병원 박재형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폐동맥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손에 쥐고 있음에도 합리적이지 않은 여러 기준 때문에 국내 치료성적이 민망할 정도로 나쁜 수준입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좋지 않다고 평가되는 국내 폐동맥 고혈압 치료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전문가들이 두 팔을 걷었다.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는 그동안 한국형 표준 진료지침이 부재해 진료현장에서 적극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국형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진료현장에서 급여 삭감에 대한 우려 없이 조기에 적극적인 병용요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진료지침은 현재 대한심장학회, 대한결핵호흡기학회 등 12개 전문가 단체의 검수를 받고 있으며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는 28일 서울스퀘어에서 '폐동맥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 제정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충남대병원 박재형 교수는 '폐똥맥 고혈압 질환 특징 및 국내 치료 현황 소개'를 주제로 발표했다.
▲충남대병원 박재형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 질환 특징 및 국내 치료 현황 소개'를 주제로 발표했다.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현재 치료 중인 국내 환자는 1500여 명으로, 국내에서 추정되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 수 대비 약 30%만 확진돼 치료받고 있다.

문제는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치료 성적이 일본, 미국 등과 비교해 나쁘다는 것이다. 

일본 오카야마대학병원과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비교하면, 3년 생존율이 일본은 95%이지만 우리나라는 56%에 불과하다. 선진국 평균 3년 생존율인 85%와 비교해도 낮다.

국내 치료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는 적극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충남대병원 박재형 교수(심장내과)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병용치료를 잘 하면 생존기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병용치료를 받는 국내 환자 비율은 12%밖에 안 된다"며 "이는 미국 등 선진국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질환 중증도에 맞춰져 있고 한국형 표준 진료지침이 없어, 폐동맥 고혈압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인 약물 병용요법이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 유럽 등의 진료지침에서는 환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병용치료를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진료지침에서 제시하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 기준에 따라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결국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였고 이번 진료지침이 개발됐다.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및 희귀질환 전문센터 지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및 희귀질환 전문센터 지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진료지침 제정 위원장인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심장내과)는 "현재 국내 급여기준은 과학적인 근거가 모호하고 2015년 이전 기준에 따라 병용치료를 허가가 하고 있으며,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의해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며 "삭감 우려 때문에 진료현장에서는 보수적으로 약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치료 성적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이어 "한국형 진료지침 제정을 통해 폐동맥 고혈압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치료성적이 민망할 정도로 나쁜 국내 현실을 개선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보험 재정 낭비·불필요한 약제 남용 문제는?…"전문센터로 해결하자"

그러나 고가인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를 무제한으로 병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치료 성적이 개선될지라도 보험 재정의 낭비, 불필요한 약제 사용 등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폐동맥 고혈압 등 희귀질환에 대한 전문센터 운영이 필요하다는 게 장 교수의 전언이다.

장 교수는 "영국은 지정된 전문센터에서 의료진 판단하에 처방된 희귀질환 치료제에 급여를 지급해준다"면서 "그 외 의료기관에서 처방된 치료제에 대한 급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폐동맥 고혈압 등 총 1017개의 희귀질환을 진료하는 '희귀질환 거점센터'가 전국에 11곳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 하지만 11곳에서 1000여개의 희귀질환을 모두 담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센터에서는 환자 수가 200명 미만인 극희귀질환 환자들을 위주로 진료하고 있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즉 극희귀질환에 해당하지 않는 폐동맥 고혈압은 치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장 교수는 "극희귀질환이 아닌 폐동맥 고혈압은 일반 의료기관에서 급여 삭감과 치료제 남용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환자 관리 성적이 일본보다 낮다. 거꾸로 주로 극희귀질환을 진료하는 권역별 거점센터에서도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희귀질환 거점센터에서 200명 미만인 극희귀질환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 유병 인구가 5000여 명인 희귀질환을 극희귀질환과 함께 관리하기 어렵다면, 희귀질환에 대한 관리정책도 반드시 병행해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형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 치료 알고리즘.
▲한국형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 치료 알고리즘.

한편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단순화된 위험도 평가(Risk Assessment) 기준 마련을 마련했다. 단순화된 지표를 통한 포괄적인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위험도 평가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환자별 위험도 수준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적절한 치료 시기에 평가를 통해 치료 전략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초기 치료부터 2제 병용요법을 고려해야 하고 2제 병용요법 3~6개월 후 환자가 저위험(low risk) 상태에 도달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병용요법을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등 한국형 치료 알고리즘을 새롭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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