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폐고혈압학회, 진단기준 '25mmHg 이상→20mmHg 이상' 변경 논의
'한국형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 평균 폐동맥압 25mmHg 이상으로 기준 정리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 "20~25mmHg인 사람들도 예후 나쁜지 입증돼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폐동맥 고혈압 진단기준을 낮춰야 할지를 두고 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은 유지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진료지침 제정 위원장인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
▲진료지침 제정 위원장인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

세계폐고혈압학회(WSPH) 등 국외 학회에서는 폐동맥 고혈압 진단기준을 우심도자술로 측정한 평균 폐동맥압 25mm 이상에서 20mmHg 이상으로 내려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 진단기준을 낮추면 폐동맥 고혈압 위험이 있는 환자의 조기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는 기존처럼 평균 폐동맥압 25mmHg 이상을 진단기준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폐동맥 고혈압은 우심도자술로 측정한 평균 폐동맥압이 25mmHg 이상, 폐동맥 쐐기압이 15mmHg 이하이면서 폐혈관 저항이 3WU(Wood Unit)를 초과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진료지침 제정 위원장인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심장내과)는 28일 서울스퀘어에서 '폐동맥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 제정 발표 기자간담회'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폐동맥 고혈압 진단기준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진료지침을 제정하면서 진단기준에 대한 토의를 많이 했다"며 "최종적으로 진단기준을 낮추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진단기준을 낮추지 않은 이유는 폐동맥 고혈압이 아닌 사람들을 환자로 분류하는 위양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진단기준을 폐동맥압 20mmHg로 낮추면 폐동맥 고혈압을 조기진단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환자가 아닌 사람들을 환자로 분류하는 문제가 생긴다. 기준을 낮추려면 폐동맥압 20~25mmHg인 사람들도 예후가 나쁘다는 게 입증돼야 하는데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폐동맥 고혈압은 폐혈관 저항이 점차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우심실 후부하가 증가돼 우심실 부전과 조기 사망이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이 때문에 폐동맥 고혈압을 진단할 때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적인 고혈압은 환자에게 '당신은 고혈압 환자입니다'라고 해도 큰 해악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사망 위험이 높은 폐동맥 고혈압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길 때는 다르다. 명확하게 건강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을 진단해야 한다. 진단기준에 대해서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에서 진단기준을 낮출 경우 국내 진료지침에도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진단기준을 낮추면 폐동맥 고혈압 환자 수가 많아져 여러 문제가 생긴다"며 "현재는 진단기준 변경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외국에서 진단기준을 변경할 경우 국내 진료지침에도 반영할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진료지침에는 이 같은 진단기준 논란에 대한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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