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WSPH 심포지엄에서 진단기준 '25mmHg 이상→20mmHg 이상' 변경 논의
삼성서울병원 장성아 교수 "20~25mmHg 환자군 문제 있다는 점에 동의…치료 관련 근거 쌓여야"

삼성서울병원 장성아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삼성서울병원 장성아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질환이다.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평균 생존기간이 2~3년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문제는 폐동맥 고혈압은 완치되지 않는 질환이라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폐동맥 고혈압은 순환기 계통의 '암'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에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종합적인 치료목표는 지금보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더 개선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생존율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본지는 지난 5월 5일 '세계 폐고혈압의 날'을 맞아 폐동맥 고혈압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삼성서울병원 장성아 교수(순환기내과)를 만나 국내 폐동맥 고혈압 치료 현황과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질환 관련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 과거와 비교해 국내 폐동맥 고혈압 치료 현황은 어떤가?

국내 폐동맥 고혈압 치료율은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 이전에는 한 가지 약제에만 보험이 적용되는 등 보험 제한이 심했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현재 학계에서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의 병용요법을 조기에 시작하면 환자의 증상과 생존율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더라도 보험 재정을 고려해 보험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고가의 치료제를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우리 나름의 적절한 시스템을 구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탈리아의 경우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보험이 적용돼, 이 점은 부러운 부분이다.

-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병용요법의 혜택이 확인됐다면, 환자 초치료부터 병용요법을 고려하나?

우선 환자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위험도에 따라 병용요법을 일찍 시작할지 결정한다. 위험도 평가 결과 중등도~중증에 해당된다면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 문제도 있으므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병용요법이 환자 관리에 더 좋을 것으로 판단되면 비급여로 치료받을지를 환자와 개별적으로 상담해 결정한다.

저위험군이고 한 가지 치료제만으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면 한 가지 치료제만 투약해 치료반응을 평가한다. 치료반응이 좋을 경우 치료를 지속하면서 모니터링을 통해 병용요법을 시작할 시점을 확인한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증상 중증도는 초기 질환 진단 단계에서 6분 보행검사(6MWD), 심폐기능검사 중 하나를 진행해 운동기능을 평가하고, 심도자술, 심장초음파, NT-proBNP 확인을 위한 혈액검사, 실신 병력 확인 등을 통해 판단하고 있다. 치료 3개월 후 해당 검사를 다시 진행하고, 치료제에 대한 치료반응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치료제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장성아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삼성서울병원 장성아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국내 폐동맥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개발됐는지?

공식적으로 국내 폐동맥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개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독자 가이드라인을 만들 정도로 많은 환자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외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폐동맥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세계폐고혈압학회(WSPH)에서 개발하고 있다. 5년마다 열리는 WSPH 심포지엄에서 미국심장학회, 유럽심장학회 등의 논의를 거쳐 추후 공동으로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가장 공신력 있는 가이드라인이다.

단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선천성 심장질환, 루푸스 등이 있는 환자에게서 폐동맥 고혈압이 많이 발병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환자군에 대한 개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결과들이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최근 열린 WSPH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폐동맥 고혈압 진단·치료 관련 이슈가 있다면?

2018년 개최된 제6차 WSPH 심포지엄에서 폐동맥 고혈압 진단기준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현재 우심도자술로 측정한 평균 폐동맥압이 25mmHg 이상이면 폐동맥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그런데 이 기준을 20mmHg 이상으로 내리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경우 폐동맥 고혈압의 전체적인 진단 체계가 바뀌게 된다. 

폐동맥 고혈압 진단기준이 평균 폐동맥압 20mmHg 이상으로 낮아지면 20~25mmHg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고, 실제 임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이와 함께 폐동맥 고혈압 위험도 분류(risk stratification)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 폐동맥 고혈압 진단기준 변화 시 장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진단기준을 평균 폐동맥압 20mmHg 이상으로 낮추면, 폐동맥 고혈압 위험이 있는 환자의 조기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경우 더 많은 환자가 치료 대상군이 된다. 하지만 이는 과잉치료가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 함께 폐동맥압 20~25mmHg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허가받은 치료제들은 평균 폐동맥압 25mmHg 이상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반응을 확인했다. 즉 20~25mmHg에 해당하는 환자에게서 어떤 치료반응이 나타나는지 알 수 없다. 

이로 인해 이들 환자에 대한 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진단기준을 20mmHg 이상으로 낮췄는데 환자들을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장성아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삼성서울병원 장성아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다만 평균 폐동맥압 20~25mmHg에 해당하는 환자군에게서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향후 실제 이런 환자들을 치료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에 대한 근거가 더 쌓여야 한다. 물론 학계에서 근거 없이 진단기준을 20mmHg 이상으로 낮추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치료반응을 전향적 무작위 배정으로 평가한 연구는 없지만, 후향적으로 확인했을 때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에 진단기준을 낮추자는 것이다.

만약 WSPH가 폐동맥 고혈압 진단기준을 낮췄을 경우 우리나라가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폐동맥 고혈압 환자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유럽 등 학회가 컨세서스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에 맞지 않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세계 폐고혈압의 날'을 맞아 의료진과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COVID-19)가 확산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사망 위험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환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지 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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