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폐동맥환자 생존율 개선 대책 수립' 토론회 개최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적극 병용요법...국내는 '고위험군' 기준
복지부, 심평원으로부터 급여기준안 전달받아 검토 중

15일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 개선 대책 수립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15일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 개선 대책 수립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해외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을 개선하려면 폐고혈압 전문센터를 설립하고,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인 병용요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회와 환자들은 고위험군 수준에서 병용요법이 가능한 현행 급여기준 탓에 치료가 늦어진다고 지적해 왔다.

현재 정부는 학계의 의견을 반영한 급여기준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최종 통과 시점은 여전히 미지수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질환이다. 진단 후 올바른 치료가 이어지지 않으면 평균 생존기간이 2~3년으로 짧지만, 증상이 있음에도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진단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3년 생존율은 54.3% 수준으로 일본의 95.7%와 미국의 73%와 비교하면 크게 낮다.

 

다양한 치료제 있지만 병용요법 어려운 현실..."치료제도 제약"

15일 개최된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 개선 대책 수립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는 보험 급여의 제도적 제한, 병용요법 시행의 한계 등을 지적하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충남대병원 박재형 교수(심장내과)에 따르면 폐동맥고혈압 치료제가 없었던 시기에는 평균 생존율이 진단 후 2.8년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약제 개발로 평균 생존율이 3배 이상 증가했고, 병용요법으로는 기대 생존율이 7.6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대병원 박재형 교수(심장내과)
충남대병원 박재형 교수(심장내과)

박 교수는 "미국와 유럽 등 외국에서는 병용요법을 다양하게 시행하기 때문에 생존율이 높다. 병용요법은 단일요법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의 병용요법을 시행하기 위한 조건이 높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의 병합치료를 시작하기 위한 조건이 고위험으로 돼 있어 치료가 늦어지는 단점이 있다"며 "병용요법을 위한 기준이 너무 높다. 병용요법 약제를 한정시켜 치료제의 선택에도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혈압은 약 40% 환자가 2제 요법을 쓰고, 3제 요법 이상은 16% 정도"라며 "반면 폐동맥고혈압은 병용치료률이 10% 내외에 불과해 적절한 치료가 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폐동맥고혈압 약제 급여 기준을 보면 단독요법으로 3개월 이상 투여 후 임상적 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때 2제 요법을 허용한다.

2제 요법(ERA계와 PDE5i계의 병용요법에 한함)으로 3개월 이상 투여 후 임상적 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기존 사용 약제에 셀렉시팍 경구제의 순차적 병용투여를 인정한다.

임상적 반응은 증상 부분의 4가지 지표와 검사 부문의 5가지 지표 등 총 9가지의 지표를 고려해 판단한다.

학계에서는 현행 급여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해 왔고, 지난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문가자문위원회를 개최해 병용요법 지표 기준 및 3제 병용요법 기준 완화를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심평원으로부터 검토보고서를 전달받아 내용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심평원 하성희 약제기준 부장, 복지부 양윤석 보험약제과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심평원 하성희 약제기준 부장, 복지부 양윤석 보험약제과장

심평원 하성희 약제기준부장은 "중간 위험군에도 병용요법을 조기에 투여하고, 3제 병용요법의 약제를 좀 더 다양한 조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요청이 왔다"며 "학회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인 급여 기준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하나의 기준이 개정되기 쉽지 않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행정예고 등 절차가 있어 일정은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환자를 중점에 두고 검토하겠다면서도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확인했다.

양윤석 보험약제과장은 "심평원이 7월 자문회의를 거쳐 복지부에 검토보고서를 보냈다. 환자를 중점에 두고 급여 확대 요구에 대해 빠른 시간안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심평원의 청구내역을 보면 약 310억원의 폐동맥고혈압 약제가 사용됐다. 급여가 확대되면 재정이 얼마나 더 소요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합리적인 약가설정에 대해 제약사와 원만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학제 진료와 효율적 치료 위해선 '폐고혈압 전문센터' 필수

급여기준 이외에도 다학제 진료와 조기 진단을 위해 폐고혈압 전문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폐고혈압 전문센터는 폐고혈압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새롭게 진단된 환자를 전원하고, 평가 및 조사를 승인하며 많은 환자의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재형 교수는 "폐고혈압 전문센터로 지정되면 심장내과, 류마티스내과, 호흡기내과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만나 치료를 수행할 수 있다"며 "서울대병원을 중앙지원센터로 갖고 있는 전국의 희귀질환센터를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이지원 희귀질환관리과장은 "폐동맥고혈압에 특화된 전문센터가 있다면 조기 치료와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응답했다.

또한 "원발성고혈압처럼 발견이 어렵고 진단시기를 놓치면 부담이 커지는 질환은 이미 희귀질환으로 선정됐다. 희귀질환 거점센터를 통해 홍보와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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