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14일 CTEPH(만성 폐혈전색전증 폐고혈압) 심포지엄 개최
미국 1995년에 허가, 일본 1999년에 허가, 국내는 아직도 사용 불가
일본 오카야마 메디칼센터 Hiromi Matsubara 교수 "에포프로스테놀 허가 후 환자 생존율 개선"
미국 UCSD Nick H. Kim 교수 "에포프로스테놀은 폐동맥 고혈압에 가장 강력한 약물"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에포프로스테놀은 폐동맥 고혈압이 심한 환자의 예후를 유의미하게 개선하는 약물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1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CTEPH 심포지엄'에서 폐동맥 고혈압 전문가들이 '기적의 약물'로 불리는 에포프로스테놀을 허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오카야마 메디칼센터 Hiromi Matsubara 교수는 1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CTEPH 심포지엄'에서 폐동맥 고혈압에서 초기 프로스티노이드 치료를 경구 약물 치료와 비교하면서 설명했다.
▲일본 오카야마 메디칼센터 Hiromi Matsubara 교수는 1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CTEPH 심포지엄'에서 폐동맥 고혈압에서 초기 프로스티노이드 치료를 경구 약물 치료와 비교하면서 설명했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환자 절반은 돌연사, 절반은 우심부전으로 사망하는 등 예후가 불량하고 치명적이다. 주로 40대 후반 여성 환자에서 발생하는데, 질환 심각성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증상이 빈혈, 심장질환, 폐질환과 비슷하다. 

확진 후 생존율이 불과 2.6년 밖에 되지 않아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선진국, 특히 일본은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관리와 지원 체계, 전문 치료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과 대책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프로스티노이드(prostanoid) 계열 약물 경우, GSK가 개발한 에포프로스테놀(상품명 플로란)은 1995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승인받고, 그 후 1999년에 일본에서도 허가받았다. 에포프로스테놀은 폐동맥 고혈압의 치료를 위해 승인된 첫 치료제로서, 도입된 후 20년 동안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생명율을 2배 높이는 등 예후를 개선했다. 

현재 프로스티노이드 계열 약물의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에포프로스테놀은 운동 능력, 주요 혈류역학 파라미터(hemodynamic parameters) 및 폐동맥 고혈압 증상을 개선하고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입증됐다. 

이전에 일본 오카야마 메디칼센터 Hiromi Matsubara 교수팀이 진행한 후향적 관찰 연구에 따르면 폐동맥 고혈압 치료 시작 직후에 프로스티노이드 급속한 용량 증가는 평균 폐동맥압을 지속해서 감소시켰고 생존을 향상시켰다. 

14일 CTEPH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Matsubara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에서 초기 프로스티노이드 치료를 경구 약물치료와 비교하면서 설명했다.

Matsubara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여러 약물 개발에도 불구하고 예후가 좋지 않다"며 "우리 연구팀은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서 혈류역학의 정상화를 목표로 해 환자의 최상 예후를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일본 연구팀은 오카야마 메디칼센터에서 치료받은 폐 고혈압 환자 190명을 포함한 후향적 리뷰를 수행했다. 환자 중 82명은 특발성 혹은 유전성 폐동맥 고혈압, 65명은 결합조직질환, 22명은 선천성심질환, 21명은 문맥고혈압을 앓았다. 

연구 결과, 경구 약물만 사용한 환자에서 mPAP 수치가 11.6±1.4mmHg만 감소했다. 특히 경구 약물로만 치료된 76명 중, 30mmHg 미만의 mPAP 수치를 달성할 수 없는 환자에서 mPAP 수치가 유의하게 높았다.

또 평균 mPAP 수치를 검출하기 위한 mPAP 절단값(cuttoff value)은 300mmHg 미만이거나 동일했다(p=0.001, C statistic 0.75, 95% CI 0.63~0.87).

아울러 Matsubara 교수는 "환자의 혈류역학 정상화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선 mPAP 수치가 40mmHg를 초과하는 경우 처음부터 비경구 프로스티노이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Matsubara 교수는 일본에서 에포프로스테놀이 허가된 후 지난 20년 동안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의 3년 생존율은 5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에포프로스테놀에 대한 임상적 결과가 긍정적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처방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UCSD(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Nick H. Kim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에포프로스테놀이 가장 강력한 약물로 상당히 중요하다"며 "이는 미국에서 1995년에 허가됐지만, 한국에서는 약물을 허가·관리하는 기관이 서서히 속도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아직도 허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7월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치명적인 폐동맥고혈압 조기 발견 및 전문 치료 마련 토론회'에서  길병원 정욱진 교수(심장내과)는 우리나라가 폐동맥 고혈압 진단 및 치료에서 일본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일본은 지난 20년 동안 폐동맥고혈압 3년 생존율을 50%에서 90%까지 끌어올렸다"며 "우리나라는 약가 도입부터 규제가 많고 3년 생존율이 32%에 그쳤다"면서 "지금도 많은 환자가 숨이 차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무기가 없어 싸울 수 없다"면서 "무기만 있다면 우리나라도 일본과 똑같이 할 수 있다. 또 약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병용요법을 쓰는 데도 제한이 있다"고 꼬집었다. 

주로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허가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처방하지 못하고 있다.  

정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인 에포프로스테놀은 1995년도 미국에서 허가됐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약값을 너무 낮게 책정하고 심지어 개발사에 국내 데이터를 요구했다. 그래서 제약사가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했다"며 "리오시구앗, 타다라필 등 많은 약물이 국내에 도입되다 중단됐고, 들어올 예정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약제 도입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는 게 폐동맥고혈압연구회의 주장이다. 따라서 정 교수는 "정부가 도와주고 학회가 관심을 기울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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