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 앞서 나가지 못해…제약사 노력만으로는 한계
가능성 높은 백신 집중투자 및 연구개발에 대한 합리적 보상 필요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외국 백신에 의존하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예방 백신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과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되고 있다.

더욱이 신종플루와 코로나19(COVID-19) 등 전 세계적인 감염병이 반복적으로 유행하면서 백신 자급화와 산업화는 모든 국가의 바람이자 필수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같은 바람에 불을 더욱 지폈는데, 국내 제약사들의 꾸준한 외형 성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백신 개발 및 제조를 둘러싼 현 상황은 아직 초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초반,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K-방역'에 이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재 백신 개발 소식은커녕 외국 백신 물량 확보마저 뒤처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사람 또는 동물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자급화'가 실제로 정착하려면 민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백신 주권 확보를 목표로 한 제약사의 노력에 더해 국가의 명확한 개입이나 합리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자급화와 산업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백신 자급화와 산업화, 관심만으론 NO
개발인력·인프라·임상역량 기본 구축 YES

백신은 신종 전염병에 의한 전 세계적 팬데믹 위협 및 기존 전염병 재창궐을 가장 확실하게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도 매년 창궐한 홍역, 풍진, 일본뇌염, 소아마비, 디프레리아, 파상풍 등이 백신을 사용하면서부터 그 유행이 없어졌다.

문제는 이런 백신 대부분이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국가필수예방접종 백신(NIP), Tdap, BCG, 일본뇌염, B형 인플루엔자 단백결합 백신 등이 모두 수입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에서 개발된 새로운 백신 유입이 너무 빈번해 사용자 선택에 혼선을 주는 경우도 있다는 게 문제다.

이와 관련 가톨릭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 강진한 소장(소아과학교실 교수)은 우리나라의 백신 개발 수준은 초보 단계라고 진단했다.

다행히 2012년 정부에서 백신 자급화 및 산업화 정책 시도를 출발점으로 범부처적인 노력이 있었고, 백신의 중요성을 인식한 전문가 집단과 몇몇 제약사에서 산업화의 태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확실한 기반 구축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는 백신 개발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해 아직 기술이 미흡하거나 의욕만 앞세워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경우, 백신을 단순 공산품으로 인식해 산업화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진한 소장이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발표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 예방 접종 19종, 기타 예방 접종 5종, 대유행·대테러 대비 4종의 백신 중 2023년까지 17종이 자급화를 목표로 로드맵을 마련한 상태다.

강 소장은 이 같은 백신 개발에는 △능력 있는 인력 △생산시설 구성과 운영을 설계할 수 있는 전문성 △전 임상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 △국내외 임상 연구 프로토콜 개발과 수행 체계 등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산된 백신의 글로벌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과 사업 기반, 생산된 백신을 최종적으로 증명해 줄 임상 연구자 기반 등의 기초적인 체계도 갖춰야 백신이 개발·산업화 돼 자급자족 단계에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신 자급화 민간 노력만으론 NO
가능성 높은 백신 집중 투자 YES

하지만 백신 자급화와 산업화는 민간 기업의 노력과 역량만으로는 실현하기 힘들다는 게 강 소장의 지적이다.

주요 선진 국가는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방위산업 측면과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측면, 미래 바이오산업으로 백신 회사를 관리·지원하고 있다.

즉, 백신의 산업화는 민간 위주가 아닌 국가의 정책 및 지원이 병행되는 방향으로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포토파크닷컴

강 소장은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백신 개발 및 산업화 의지가 있는 기업 선별부터 철저히 하고, 사람의 생명 존중에 기초한 백신 개발과 산업화를 실행해 무리한 투자와 철저한 실행 전 평가로 오판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국내 백신 자급화를 통한 백신 주권 확립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강 소장은 "현재 기업과 정부가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내용과 개선돼야 할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백신 개발을 통해 상용화가 이뤄질 때 까지 많은 기술과 인프라, 시간, 비용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안전하고 유효성 있는 백신 개발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백신 개발 상황을 보면 이런 문제점이 실제로 많이 노출돼 있다"며 "확고한 기반 기술과 임상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 없이 급하게 진행되는 문제가 있어 향후 안전하고 유효한 상용화 백신이 만들어 질까 의구심이 든다"고 부연했다.

결국 가능성 높은 백신에 대한 집중투자와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강 소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서 정확한 평가 없이 지원을 하거나 개발 후 사업적 확산을 위한 세계화 지원 정책이 너무 행정에 치우치고 있는 경향도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정부에서 파악한 국내 백신 자급화 중장기 로드맵도 보여주는 식이 아닌 실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설정된 목표를 위해 무리한 추진은 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지나친 행정 규제와 기업의 사업성을 생각하지 않는 국내 생산 국가필수예방 백신의 저가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실제 백신 개발이 가능한 기반이 있는 백신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피해 백신 시장에서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급화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백신 주권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성급하고 지속성이 없는 기업의 논리를 벗어난 정책과 지원"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