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프로토콜 및 운송체계 셋업하고 접종센터 마련해야…대상자별 세부 접종 계획도 시급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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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2020년을 코로나19(COVID-19)와 함께 했다면 2021년에는 코로나19와 작별을 고할 수 있을지가 만인의 관심사다. 결국 진정한 종식을 위해서는 백신이 절대적이고 필수적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 시작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첫 접종이 언제 실시될지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안정적이고 신속한 백신 공급을 위해 대비해야 할 백신관리 체계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上) 코로나19 백신 맞이할 준비 됐나?
(下) 코로나19 백신 맞이하기 전에 준비할 것은? 

"프로토콜·운송 모든 것 새롭게 셋업해야"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중 일부는 초저온 기술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프로토콜과 운송 체계 등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모두 다른 백신 운송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영하 50~70℃에 보관해야 하며, 모더나 백신은 이보다는 높은 영하 18~20℃, 아스트라제네카는 상온 2~8℃에서 보관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재훈 교수(예방의학과)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은 실제 보급하고 운송한 적이 없다"며 "이들 백신을 사용하려면 프로토콜, 운송 체계 등 모든 것을 새롭게 셋업(setup)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즉, 코로나19 백신의 개발과 확보만큼이나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게끔 하는 하드웨어를 필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제백신연구소(IVI) 제롬김 사무총장도 "백신 개발보다 예방접종이 생명을 구하기 때문에 대량 예방접종 프로그램(mass vaccination program)을 준비해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백신TF 구성하고 접종센터 마련해야

이처럼 독감 백신을 통해 콜드체인의 허점이 확인됐고 코로나19 백신이 새로운 백신 관리 체계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백신 유통 하드웨어가 코로나19 백신을 전혀 취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독감 백신에서 생겼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점검하면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것.

모더나 백신의 보관온도인 영하 18~20℃는 국내 냉동 음식들 중 일부의 적정 보관온도여서 식품 유통체인을 고려해 볼 수 있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상온 2~8℃여서 이미 기존 콜드체인으로 감당할 수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독감처럼 똑같은 백신이 유통되는 것이 아니어서 다양한 콜드체인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백신 선정부터 조심해야 한다"며 "접종 대상자도 콜드체인 유형에 맞춰 구분해야 할 필요도 있어 고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즉, 코로나19 백신 종류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접종 대상자를 선정하고 백신마다 다른 콜드체인을 갖추기 위한 '백신 추진단(테스크포스, TF)'을 하루빨리 구성·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백신 접종 대상자 선정 및 유통 방법 등 결정할 것이 엄청 많다"며 "책임지고 끌고 갈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최대 3종류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의료기관별로 콜드체인을 달리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의원급에서도 가능할지 모르나, 초저온 냉동고(딥프리저)가 필요한 화이자 백신은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병원에서, 녹인 후 12시간 이내 모든 도즈를 사용하지 못하면 폐기해야 하는 모더나 백신은 폐기율을 줄이기 위해 접종 수요가 보장된 보건소급이 적당하다는 뜻이다.

집단접종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의 경우, 접종거점 혹은 접종센터를 미리 준비해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이동이 가능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정재훈 교수는 "다행인 것은 미국과 영국이 유통부터 접종까지 거의 모든 프로토콜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가 백신 접종 도입이 늦는 만큼 얻는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이익은 미국과 영국의 경험"이라고 역설했다. 

정 교수는 이번 기회에 장기적 관점에서 백신 유통체계의 전반적인 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백신 시장이 mRNA와 벡터 쪽으로 옮겨갈 텐데, 결국에는 냉동 콜드체인 운송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보급이 필요할 것"이라며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백신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예측되니 선제적인 투자나 연구를 통해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지부, "대상자별 세부 접종 전략 마련할 것"

다행인 것은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과 필요성을 인식해 백신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청은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조달업체의 수송조건을 구체화해 특수계약 조건에 수송용기 종류와 콜드체인 준수 조건을 명시하도록 규정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유통이 현 국내 콜드체인으로 가능한지 등을 검증한다.

식약처 김강립 처장은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하고 의료기관의 보관문제 등 사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고민이 많다"며 "화이자는 독자적인 유통 컨테이너를 구축하려 하는데 국내 실정에 맞는지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국내 초저온 냉동고 마련, 콜드체인 유지, 접종 술기 및 인력 교육 등을 담당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가칭)'을 구축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백신의 유통·관리뿐만 아니라 접종 대상자별 세부 접종 전략을 마련하고 사전 예약 및 이상반응 관리 등 통합관리전산시스템, 이상 반응 대응 체계 등을 확충한다.

복지부는 "미국이나 독일처럼 코로나19 백신만을 위한 별도의 센터를 만들어 보관 설비를 구축하고 센터를 거점으로 접종을 시행하는 방법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하지만 일상적인 백신과 같은 조건으로 운반·보관이 가능한 백신도 있어 특성에 맞게 다양한 이동·이송·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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