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인구 1000명당 전문의 수도권 1.86명, 비수도권 0.46명"
강도 높은 업무·보상 부족·정주 여건·수가 불균형으로 기피 '악순환'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 격차가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1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한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의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평균 1.86명인 반면, 비수도권은 0.46명에 그쳐 4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졌다.
서울은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가 3.02명으로 가장 높았고, 경기도가 2.42명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세종(0.06명), 제주(0.12명), 울산(0.18명), 충북(0.24명)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연구진은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필수의료 공백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역 인구 고령화, 의료 접근성 저하 등과 맞물려 지역 간 건강 불평등 심화를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에서 기준이 된 8개 필수 진료과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다. 모두 응급이나 생명과 직결되는 과목이지만, 경제적 보상은 낮고 업무 강도와 의료사고 위험은 높아 기피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결과, 해당 과의 전공의 지원율은 수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방 소재 수련병원의 충원 미달도 심화되고 있다. 연구원은 "필수의료 인력 수급 자체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수도권 집중 현상까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주 여건도 문제다. 의료 인력이 지방에 머물지 않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자녀 교육 △동반 가족의 직업 문제 △문화·여가 인프라 부족 등이 거론된다. 연구진은 "일부 지역은 의사 1명이 광범위한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며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 또한 필수의료 접근성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의대 정원과도 연결된다. 보고서는 "한국의 고령화 속도와 만성질환 증가세를 고려할 때, 현재 의대 정원이 유지되면 향후 의료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한의사 포함), 한의사를 제외하면 2.1명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2035년까지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공통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의정 갈등 속 의대 정원 증원은 무산됐다. 보사연은 이에 대해 "정부가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국내 의학 교육 인프라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점진적인 증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궁극적으로는 보상 체계 개선이 우선이라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아진다. 현재 필수의료 분야의 낮은 수가와 제한된 인센티브 구조는 인력 유입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다. 보고서는 "불공정한 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필수의료 인력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는 수년 전부터 '지역가산 수가', '공공의료 지원금' 등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제안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정책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의료계 관계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정치적 소모전을 넘어, 국민 건강권이라는 큰 틀에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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