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직 교수 전년대비 13.54% 증가, 과도한 업무에 사직 러쉬
저임금·과중한 업무, 매력 상실한 교수직···개원·봉직의 등으로 이동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전공의들의 본격적인 복귀가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들을 가르칠 교수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번아웃과 낮은 보상 등이 주요 원인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의 사직이 늘고 있는 반면, 충원은 되지 않아 교수 부족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방대학병원에서 특히 심해 지방의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가 없어 과를 닫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이 밝힌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 퇴직 교원의 수는 2022년 563명, 2023년 577명으로 비슷했으나, 2024년 623명으로 13.54% 급증했다. 사직 교수 중 75%(467명)는 정년을 채우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
이 같은 경향은 지방대병원에서 두드러졌다. 퇴직 교원은 경남 인제대가 72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림대(41명), 을지대(38명), 연세대(34명), 서울대(23명), 순천향대(21명) 순이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과 그로 인한 업무 과중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진료와 연구, 교육, 행정 업무에 주 2~3회 이어지는 당직까지 이어지면서 번아웃이 됐다는 것.
수도권 대학병원의 A교수는 "지난해 전공의 공백을 교수들이 메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그 중에서는 과로 등으로 돌아가신 분도 계신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사직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는 연쇄적인 교수 이탈을 부른다. A 교수는 "한 명의 교수가 사직을 하면 남은 이들에게 업무가 더 가중되게 된다"며 "안 그래도 심각한 업무 부하를 겪는 다른 교수들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사직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의대 교수들의 업무 시간은 주당 평균 74시간 이상이었으며, 번아웃을 호소하는 이들이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현재 전공의들이 복귀하고 있으나 교수들의 업무량 감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지방 대학병원 B교수는 "전공의들이 돌아오고 있지만 바뀐 수련 조건 등으로 교수의 업무가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도리어 교육 커리큘럼을 준비하는 등 업무 부담은 더 늘었다"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 외면하는 교수직, 의료교육뿐 아니라 중증의료도 위기
사직하는 교수보다 더 큰 문제는 충원 미달이다. 젊은 교수들이 육성되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북의대는 지난 3월, 32명의 교수를 모집했으나 6명밖에 뽑지 못했다. 39명의 교수를 모집한 충북대는 27명만 충원하는 데 그쳤다.
부담과 업무량은 높고, 봉급은 낮은 대학병원 교수를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방 국립대병원 C교수는 "대학병원의 교수 봉급은 다른 직역에 비해 높지 않은데, 연구와 진료 등의 업무량은 많다"며 "중증 환자를 진료하니 부담이 큰데다 사법 리스크까지 높아 젊은 의사들에게 교수직은 인기 없어진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대학병원을 사직한 교수들 역시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흡수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종합병원의 봉직의나 개원의를 선택했다.
이 같은 교수 부재는 의료 교육의 심각한 질 저하 뿐만 아니라 중증의료의 마비를 부를 수 있다.
의정연 보고서는 의대 교수의 업무 만족도 제고와 의료교육 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행정 및 평가 업무를 간소화하고 업무 영역 간 역할과 책임을 정립 △역할 중심의 트랙을 제도화 △맞춤형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마련 △일과 삶의 균형 회복을 위한 조직 차원의 지원체계 강화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저수가로 인한 병원 수익성 악화 △의료사고 사법 리스크 △전공의 수련 지원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교수 이탈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