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환자단체연합와의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깜짝 사과
우호적 분위기 속에 1시간 대화, 8~9월 2차 만남 약속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전공의들이 환자단체를 찾아 의정갈등으로 상처입은 국민과 환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의료사태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양측은 상호 입장을 공유하고, 전공의 복귀와 의정사태 재발 방지 입법 등에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이후로도 정기적인 회동을 갖기로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를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비대위 측에서는 한성존 비대위원장, 정정일 대변인, 박창용 비상대책위원, 남기원 비상대책위원, 김동건 비상대책위원 등 5명이 참석했으며, 환자단체연합에서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대표,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 한국건선협회 오명석 부회장,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 한국PROS환자단체 서이슬 대표, 한국파킨슨희망연대 김금윤 회장 등 8명이 자리했다.
이날 한 비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전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1년 5개월 이상 길어진 의정갈등으로 불편과 불안을 겪었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의료계를 대표하고 이끄는 위치에 있었던 일부 의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도 젊은 의사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환자단체연합회와의 만남이 환자와 의사 간의 유대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보다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전협 비대위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도 "환자와 보호자가 겪었을 불안감에 마음이 무겁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으나, '사과'라는 표현은 지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한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예상하지 못한 듯 "지금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한 것이 맞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안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1년 6개월째 의료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환자 입장에서 전공의 복귀 소식은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전공의 복귀는 1년 6개월 전 자발적으로 사직했을 때처럼, 조건 없는 자발적인 복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피해를 본 환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다시는 환자의 생명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참석자 소개와 양측 대표의 모두발언까지만 공개 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간담회에서는 △대전협 사과 의미 △대전협의 요구안 중 하나인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의 범위와 내용 △환자단체연합이 입법 요구 중인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안' 관련 의견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측 "단축 수련·시험 추가는 공식 입장 아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정정일 대전협 대변인은 "사과가 오래걸렸다는 말이 있었는데, 업무개시명령 등 지난 정부의 부당한 압력과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입장을 표명하기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며 "또 성함을 걸고 발언하던 전공의들은 검찰 조사를 받고,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의사를 두고 극단적인 비난이 이어지는 등 적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발언하기 더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극단적인 의견이 익명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공의 전체 입장처럼 비춰진 점이 유감스럽다"며 "진료 현장을 떠났던 전공의 중 다수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사태를 지켜봤고, 일부는 사직 이후에도 현장을 지킨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수련 복귀를 둘러싼 특혜 논란에 관해 "일부에서 제기된 단축 수련, 입영 연기, 추가 전문의 시험 등은 현재 비대위가 제안한 내용이 아니다"며 "수련환경 개선과 연속성 확보를 위한 논의는 필요하지만, 전공의 복귀를 위한 특혜성 조치 요구는 비대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환자단체의 의료공백 재발방지 입법 요구에는 "국민과 의료계 모두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길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를 입법을 통해 규제를 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양측은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으며,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안 대표는 "기대와 불안이 모두 존재하는 자리였는데, 대전협에서 진지하게 대화에 임해 서로에 대한 오해가 많이 풀렸다"며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뿐만 아니라, 대전협의 사과도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측은 이번 만남을 발전적 방향으로 이어가기 위해 8월 또는 9월 중 두 번째 만남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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