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김택우 신임회장, "의료사태, 최종결정권자가 나서라"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신임회장이 "정부와 생색내기 만남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자해지 마음으로 결정권자가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의 대화 요청 직후 발언으로, 사실상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이 직접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택우 회장은 9일 오후 의협회관에서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가지고, 향후 의협 운영 방안을 밝혔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물론 지금의 의료대란 해결이다. 김 회장은 "현 사태를 해결해 달라는 회원들의 간절한 여망이 이번 투표에 반영됐다"며 의료정상화를 위해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결방안을 의협이 아닌 정부에서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6학년도 의대정원을 논의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2025학년도 의과대학 교육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내놓으라는 요구도 재차 이어졌다. 올해 정상적인 의대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부가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김 회장은 "2025학년 의대교육 플랜부터 점검하고 그에 맞춰 26학년 의대정원 문제를 고민할 것"이라며 "해답을 내놔야 하는 것은 의료계가 아니라 이 사태를 불러온 정부 책임자"라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와 생색내기식 만남은 가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조속히 의정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의협 신임회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그동안 아젠다 없는 대화는 그저 책임 떠넘기기용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며 "정부는 의협이 요구한 플랜을 밝히고 결정권자가 책임있는 자세로 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이 사태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다만, 대정부 투쟁 등에 대해서는 "너무 앞서나간 이야기"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려있으나, 거기까지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회장의 임무"라고 거리를 뒀다. 

김 회장은 공약들을 지체없이, 동시다발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의 지원을 확대해 정부 정책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독립과 전공의 특별법 개정을 위한 활동도 바로 착수한다. 그 외 여러 의협 개혁 과제들도 집행위가 꾸려지는 대로 진행된다.

그를 위한 집행부 구성도 빠르게 이뤄질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일주일 이내 집행부를 꾸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보직자 인선 구성은 이미 마무리됐으며 당사자의 의견을 재차 확인하는 작업 중이다. 

집행부에는 전공의들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김 회장은 부회장에 전공의를 임명하는 등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김 회장은 "앞서 의대증원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전공의들과 많은 논의와 토론을 거치면서 그들의 역량이 대단히 뛰어나고 합리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한자리에서 함께 토의하고 논의해야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단 비대위원장 등 대한전공의협의회 인선들이 의협 집행부 내로 들어와서 같이 일할지는 "그들과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확언을 피해다. 집행부 구성을 발표하기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최선의 방향 모색을 위해 지속적으로 만나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회무가 지나치게 전공의 위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는 "의협은 모든 의사들을 위한 단쳬"라며 "의협이 그동안 개원의 위주라고 지적을 받아왔으나, 이번에는 모든 직역을 공평하게 아우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성공한 회장, 인기 있는 회장이 되기보다 열심히 일하는 회장이 되고 싶다"며 "설사 일부 회원들에게 질타를 받는다고 해도 큰 그림이 맞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김 회장은 "의협이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을 위해 전문가로서 역할을 되돌아볼 시점"이라며 "이젠 의협이 먼저 의료정책을 제시하고 이끌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회원들의 강력한 지지로 하나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회원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회원들 역시 지지와 성원으로 도와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