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 "돌아와도 정상적 교육 어려워...정부 방안 비현실적"
당장은 몰라도 5~10년 후 암 등 중증의료 수준 떨어질 것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의대생들이 복학을 미루면서 통상적인 의과대학 개강 일정도 한달 늦어지자 의대 교육 파행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의대교수들은 학생들이 복학을 해도 예년의 2배가 넘는 학생을 교육해야 하는 일명 '더블링' 현상을 해결하지 않으면 의대 교육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으며 다른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중 32곳이 의예과와 의학과 모두 3월 이후로 개강을 미뤘다. 통상 1~2월 중에 학기를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학사일정이 한달 이상 뒤로 밀린 것이다. 

3월 이후 개강하는 의대는 가천대·가톨릭관동대·가톨릭대·강원대·건국대·건양대·계명대·고려대·고신대·단국대·대구가톨릭대·동국대·동아대·부산대·성균관대·순천향대·아주대·연세대(분교)·울산대·원광대·을지대·이화여대·인하대·제주대·조선대·전남대·전북대·중앙대·충남대·충북대·한림대·한양대 등이다.

서울대는 의학과 일부 학년이 이미 개강을 했고 경북대, 경상국립대, 경희대, 연세대(서울), 영남대, 인제대 등은 2월 중 개강을 예고했다. 

이 같은 개강 연기는 의대생들의 복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복학을 조건으로 휴학을 승인하는 등 유인책을 내놨으나, 휴학 의대생들은 대부분 꿈쩍도 않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의과대학 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전국 39개 의대 휴학생은 전체 재적생 1만 9373명의 95%에 해당하는 1만 8343명으로 집계됐다.

또 재적생에서 휴학생을 뺀 재학생 1030명 중 실제 온·오프라인 강의에 출석한 학생은 723명에 불과해, 나머지 307명은 휴학은 하지 않았지만 수업을 거부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전국 39개 의대 중 11곳은 출석 학생 수가 한 자릿수에 그쳤고, 출석 인원이 0명인 학교도 1곳 있었다.
 

의대교육 정상화가 관건, '더블링' 문제 해결해야

의대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복학을 유도하려면 의대 교육 정상화가 담보돼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 2배 넘는 인원을 교육해야 하는 일명 '더블링 현상'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지방 의대의 경우 갑자기 늘어난 인원을 감당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학생들이 복학해도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며 "이 경우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 뻔하고 장기적으로 지방 의대에 대한 편견으로 남을 텐데 어떻게 복학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는 2월 중으로 의대 교육 전반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의대생 복귀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구연희 대변인은 10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꾸려진 의대국을 중심으로 종합 교육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의대 교육이 어떻게 진행될 지 전체적으로 종합해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계절학기를 활용하거나, 의대 교육을 7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 언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이는 의대 교육 현장을 전혀 알지 못하는 졸속 방편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의대 B 교수는 "의대는 원래 방학을 줄여가며 공부해야 하고, 3⋅4학년이 돼 임상실습에 들어가면 낮에 임상을 실습하고 밤에는 공부해야 하는 치열한 환경"이라며 "계절학기를 이용하거나 수업을 나눠 듣는 등의 방안은 의대 교육 특성을 전혀 모르는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어떤 안을 내놓을지 모르겠으나, 내년 의대생을 받지 않는 등 파격적인 방법 말고는 어떻게 의대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 짐작하지 못하겠다"고 답답한 마음을 밝혔다. 

당장 의대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의대 졸업생 배출도 지연되면서 대학병원의 인력 공백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대학병원에서 받아야 할 고난도 수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의료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고, 지방 대학병원의 경우 중증 필수의료과 붕괴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대 C 교수는 "졸업생 배출이 늦어져 대학병원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 병원에서는 전공의를 대신할 다른 인력을 찾게 될 것이고, 이는 지금도 고착화되고 있다"며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고난도 의학 술기를 수련받지 못하면 전반적인 의료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5~10년 뒤 암 등 중증환자 치료에 가시적인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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