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태 해결 시급성 누차 강조 
정부 접촉 시사, 일각에서 의정 대화 물꼬 기대도  
입김 커질 전공의 설득이 관건 될 듯 

8일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김택우 신임 회장이 당선소감을 말하고 있다.
8일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김택우 신임 회장이 당선소감을 말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김택우 회장이 선출됐다.

정부 의료개혁 정책 전면 중단을 주장하고 있는 강경파로 향후 의정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결선 상대인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에 비해 강성 이미지가 덜하고, 정부와 대화의 끈을 놓지않고 있다는 점에서 김 신임 회장에게 기대감을 비치기도 한다.

딱딱하게 굳어진 의정 대치 국면에 어떤 식으로든 뜨거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함께다.

김 신임 회장이 의료대란 해결의 시급성을 누차 꼽아왔던 만큼, 의정 간 접촉과 대화에 지금보다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 신임 회장이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어 정부 협상에서 차기 집행부 내 전공의들의 입김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의정 대치가 풀리는 것이 더뎌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직 전공의 아버지, 의료사태 우선 해결 다짐 

김 신임 회장은 경상국립의과대학을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 춘천시의사회 회장, 강원도의사회 부의장을 거쳐 2021년부터 강원도의사회장직을 맡았다. 2024년부터는 전국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직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이필수 전 회장과 집행부가 정부의 의대증원 확대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의대증원저지 비대위원장을 맡아 선봉에 선 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로부터 단체행동 교사 금지명령 위반 이유로 3개월간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을 받아, 행정소송을 벌였다. 2021년에는 의협 간호법 저지 비대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아들이 사직 전공의인 김 신임 회장은 의협 내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의 지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의정갈등 상황에서 존재감이 커진 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과 돈독한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이 전공의들을 아우르는 이미지가 당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들이 전공의이기 때문.

그만큼 전공의들을 이끌어 길어진 의정갈등을 끝내기를 바라는 의료계의 표심이라는 분석이다.

김 신임 회장 역시 당선소감에서 "현 사태를 제대로 해결해 달라는 회원들의 간절함과 저의 절박함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의정갈등을 우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 의료정책 폐지 원칙 고수하되, 다각도 대화⋅접촉 시사

다만, 의협이 아닌 정부가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신임 회장은 당선 직후 정부를 향해 "2025학년도 의대 교육을 위한 마스터플랜부터 제출하라"며 "그 플랜에 따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의협의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개혁 정책 전면 폐지,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선행이라는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정부와 물밑 접촉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대화 파트너가 사라져 난감한 상황이지만, 정부든 정치권이든 할 수 있는 한 다각도로 접촉해 우리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며 "협상 또는 투쟁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부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비쳤다. 

김 신임 회장은 당선 직후 바로 회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집행부 핵심보직의 인선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역시 2026년 의대정원, 전공의 군입대 등 문제를 서둘러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지금보다는 여러모로 정부와의 대화와 접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덜' 강경파도 강경파...극단적 갈등 치달을 가능성 남아  

이 같은 낙관적 관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덜' 강경파도 강경파인 만큼 자칫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이전보다 더욱 커질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것. 

시도의사회장을 지냈던 개원의 A씨는 "임현택 전 회장 집행부가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하며 정부와의 협상 여지를 열었으나, 그로 인해 회원들의 비판과 전공의들의 반발을 불렀다"며 "새 집행부가 직전 집행부보다 더 강경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 집행부에서 전공의들의 역할과 입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낙관적 시선을 방해한다. 강경한 전공의들의 입장을 설득하지 못하면 정부와 어떤 협상을 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 

전공의들이 새 집행부 전면에 나서고, 정부와의 협상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여차하면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도 이뤄질 수 있다.

김 신임 회장은 투쟁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그는 당선 직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투쟁은 정부가 우리를 코너로 몰았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현재 정책 결정권자가 부재한 상태지만, 문제를 풀기 위해 서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신임 회장은 8일 오후 7시 의협회관에서 진행된 차기 의협 회장 결선투표에서 유효 투표수 2만 8167표 중 1만 7007표(60.38%)를 얻어 당선됐다. 임기는 당선 직후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다.

핵심 공약으로는 △의료정책의 중추가 되는 의사협회 구축 △의사의, 의사에 의한, 의사를 위한 의협 △전공의 수련과 의대생 교육 정상화를 걸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의료정책연구원 기능 강화로 무분별한 정책발의 관리 △대국민, 대언론 홍보를 위한 대변인 제도 마련 △수가 개선을 통한 필수의료와 진료환경 정상화 △전공의 회무 참여 확대와 의대생 준회원 자격 부여 △사직 전공의와 휴학 의대생 지원 강화 △전공의 특별법 개정 △수련환경평가위원회와 의학교육평가원의 독립성 확보와 지원 강화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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