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가보상률 80% 수준…의료계 "저수가로 의원 운영 힘들어"
내과의사회 강창원 보험정책단장 "저수가, 3분 진료의 가장 큰 원인"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 "진료 시간보다 의사-환자 간 소통 중요"
[메디칼업저버 이주민 기자] 우리나라 의사와 환자는 일명 3분 진료에 익숙하다. 의료계는 저수가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수가가 원가 이하로 책정돼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환자를 봐야만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본진료료의 원가보상률은 80% 수준이고, 초진 진찰료도 해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의원급 외래 초진 진찰료는 2020년 기준 우리나라는 1만6410원이다. 반면, 미국은 13만2001원, 일본은 3만2069원이다.
의료계 "3분 진료, 가장 큰 원인은 저수가"
이런 저수가 문제가 지속되며 자연스럽게 박리다매 형식의 구조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국민이 바라는 건 3분 진료가 아니다"라며 "의사도 국민이 원하는 진료를 하고 싶지만, 저수가로 인해 병원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환자와 깊게 교감하고, 친밀감 일명 라포를 형성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저수가 문제로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를 뛰어넘기 힘들다는 의미다.
대한내과의사회 강창원 보험정책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3분 진료의 가장 큰 원인은 박리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저수가 구조"라며 "환자 진료를 30분씩 하고 싶지만, 수가가 낮아 환자 진료를 많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충분한 수가로 보전해주면 환자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가정 얘기도 할 수 있어 진료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대화가 진료와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질병은 가족력, 환자가 처한 상황, 주변 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에 심도 있는 상담을 한다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은 15분가량의 심층진찰군과 대조군(일반진료) 간 진료 만족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심층진찰군은 기록 검토와 병력 청취, 신체검사, 진단, 설명 등 모든 진료 행위에서 대조군보다 만족했다.
특히 치료 설명 만족도 응답 결과 심층진찰군의 긍정 응답률은 79.4%로, 대조군(66.3%)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p=0.001).
'빨리빨리' 문화, 3분 진료의 두 번째 요인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특성도 3분 진료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환자에게 가정사와 같은 사적인 내용을 물어볼 수 없으며, 물어본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담료 지급에 거부감이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 단장은 "질병 형성 과정에서 가정 환경 등은 상당히 중요하지만, 의사들이 물어보기 힘든 구조"라며 "미국은 진료 시간에 따라 진찰료를 차등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보상이 없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문화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5분 이상 진료하면, 진료하는 환자와 대기하는 환자 모두 싫어한다"며 "실제로 진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화내는 분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단체 "의사-환자의 충분한 소통 중요…수가 개선은 아직"
의사와 환자 간 충분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은 소비자단체도 동의한다. 다만, 수가 개선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소통을 강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진료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환자와 의료인 간 충분한 소통과 질병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이 더욱 중요하다"며 "적정 수가라는 것은 현재 건강보험 재정에서 감당 가능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수가를 개선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렇지 않으면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은 환자들이 추가 의료 서비스를 받아 결국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명 사무총장은 "주어진 3분 동안 과연 환자가 바라는 방향으로 그 시간이 사용되는지 들여다보면, 설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결국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환자들은 또 다른 의료기관에 가거나 상급종합병원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저수가 문제, 현재 진행형
한편, 의협은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2025년도 환산지수 수가협상에서 10% 인상을 요구했다.
원가보상률이 80% 수준임을 감안해, 정상 수가가 되기 위해서는 2년 동안 매년 약 10%의 수가인상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강 단장은 "지난해 진행한 올해 의료보험 수가는 1.6%로, 사회적 인상 요인이 4.3%인 것에 비하면 부족하다"며 "보상은 안 되고, 의료기관의 적자는 계속 누적되고 있어 수가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의협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수가협상은 결렬됐다. 저수가 문제가 현재 진행형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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