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김정한 교수·NIH 연구팀, 간섬유화 단계에서 PDE4D 비정상적 증가 주목
PDE4D 알로스테릭 저해제로 항섬유화 신약 개발 가능성 제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제 공동연구팀이 간섬유화와 염증을 동시에 억제하는 치료 표적을 규명했다.
가톨릭의대 생화학교실 김정한 교수(공동 교신저자)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Jay H. Chung 박사(공동 교신저자) 공동연구팀은 간질환 치료의 난제로 꼽혀 온 간섬유화를 억제할 수 있는 치료 표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간질환 환자의 병기별 전사체 분석을 통해 간섬유화 단계에서 특정 효소인 PDE4D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PDE4 계열 효소는 세포 내 cAMP를 분해하는 효소로, 다양한 염증성 및 섬유화 질환에서 중요한 조절 인자로 주목받았다.
기존에도 PDE4 계열 효소를 넓게 억제하는 약물들이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보였지만, 사람에게 투여할 경우 오심·구토 등 부작용이 심해 실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PDE4 계열의 개별 아이소폼을 정밀 분석한 끝에, PDE4D 중에서도 롱 아이소폼(long isoform)이라 불리는 형태가 간섬유화 과정에서 특히 많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소폼은 같은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지만 기능이 조금씩 다른 단백질 형태를 말한다.
롱 아이소폼은 간섬유화를 일으키는 핵심 세포인 간성상세포가 활성화될 때 크게 증가하며, 콜라겐 생성, 염증 신호 증가, 세포 이동 등을 동시에 촉진하는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PDE4D 롱 아이소폼이 간조직 염증과 섬유화를 동시에 밀어붙이는 핵심 허브라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섬유화만 억제하는 접근이 아니라, 섬유화와 염증을 함께 조절하는 정밀표적을 찾았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과 Cedars-Sinai Medical Center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PDE4D 롱 아이소폼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알로스테릭 저해제를 간섬유화 치료 후보 물질로 제시했다.
알로스테릭 저해제는 단백질의 활성 부위가 아닌 특정 조절 부위(allosteric site)에 결합해 단백질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선택적이고 정교하게 기능을 억제한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pan-PDE4 억제제의 부작용 문제를 구조적·기전적 접근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김정한 교수는 "중증 이상의 간섬유화는 되돌리기 어려운 질환이다. 이번 연구에서 섬유화 단계에서만 선택적으로 증가하는 PDE4D를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규명했다"며 "이를 겨냥한 알로스테릭 저해제를 통해 섬유화와 염증을 동시에 줄일 수 있음을 전임상 수준에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도출된 표적과 후보 물질이 정밀의학 기반 간섬유화 치료제로 발전해 실제 환자 진료에 사용되는 차세대 항섬유화 신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개발을 지속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가톨릭의대와 미국 국립보건원 간 국제 공동연구로 수행됐으며,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최초혁신실험실, 기초연구실(BRL)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최신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