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문의 중심 진료 위해 병원의 전문의 배치 기준 강화 의지
전문가들 "현재의 저수가 상태로 전문의 채용은 어려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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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아이러니하게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진료가 이슈로 떠올랐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면서 빅5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경영에 문제가 발생했다.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병원들은 적자 경영, 마이너스 통장 개설 등을 호소하더니 급기야 직원들 월급 지불을 걱정할 정도라고 토로하고 있다. 

"전문의 중심 진료는 오래된 주제"

사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됐다. 

의료계 여러 전문가가 미국 등 선진국처럼 전공의들은 수련에 집중해야 하고, 전문의들이 진료를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부가 전공의 수련 비용을 제공하고, 상급종합병원들이 전문의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수가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공의 수련 비용 문제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야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변화를 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어떻게 전문의 중심 진료를 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빠져 비판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의대정원 2000명 확대가 발표되고,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을 하면서 전문의 중심 진료는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대두된 것이다. 

12일 '의사 집단행동 중수본 정례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도 전문의 중심 진료를 강조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 이탈로 전공의에게 지나치게 의존해 온 왜곡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드러났다"며 "그동안 수련생인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한 병원 운영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진척된 내용도 보였다. 

병원의 전문의 배치 기준을 강화해 병원의 전문의 고용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부분이다. 

박 차관은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 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절반 수준으로 산정하는 등 전문의를 많이 고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저수가 문제 풀어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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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대학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게 하려면 수가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대학병원장을 역임한 A 교수는 "우리도 외국의 유명 병원들처럼 전문의와 간호사로 진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하지만 전공의 수련 및 교육 비용을 병원이 책임지는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현재의 수가로 전임의를 더 채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B 교수는 언론이 대학병원들이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토로한다. 

대학병원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B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병원이나 메이요클리닉처럼 전문의 중심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지금보다 5~10 정도의 전문의를 더 고용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건강보험수가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들도 어쩔 수 없이 경험 많은 전문의보다 전공의나 전임의 등 값싼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고, 필수의료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장례식장과 부대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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