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이탈로 민간병원 수익 감소…정부, 건보재정 1882억 지원
시민단체 “공공병원 지원은 끊었으면서” 비판
일각에선 “민간병원, 중증 환자 담당해 어쩔 수 없어” 두둔도

정부는 비상진료체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민간병원 20곳에 160명의 보건 인력을 파견하고, 월 1882억원의 건강보험료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병원 수익만 올리게 될 뿐이라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민간병원 20곳에 160명의 보건 인력을 파견하고, 월 1882억원의 건강보험료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병원 수익만 올리게 될 뿐이라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윤석열 정부가가 민간병원 수익 감소에 따른 건강보험료 투입을 예고한 가운데,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병원 경영난에는 인색했던 정부가 민간병원 위기에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이는 병원 수익만 올리게 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비상 상황이니만큼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민간병원이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진료와 수술이 축소되면서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병원은 직원들에게 한시적인 무급 휴가를 권유하기까지 했다.

이에 정부는 비상진료체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민간병원 20곳에 160명의 보건 인력을 파견하고, 월 1882억원의 건강보험료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간 대형병원의 매출 감소를 왜 국민 건보료로 메꾸나”라며 비판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그간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은 인색했기에 비판은 더 크다. 팬데믹 당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활용됐던 공공병원들은 엔데믹 이후 직원 임금도 적시에 주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당시 보건의료 정사자들은 예산 지원을 요구하며 장기간 단식에 나섰고, 시민단체에 따르면 정부는 그제야 3개월 치의 적자분을 복구했다.

다만 모든 시민단체의 의견은 아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비상 상황인 만큼 정부의 지원이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민간병원의 경우 중증 및 희귀 난치성 질환자를 치료하고 있어 비상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민간병원 수익 감소는 병원진이 해결해야” 지적
일각에서는 “중증 환자 치료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의견도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최전선을 맡았던 공공병원은 적자를 호소, 지원금 증액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메디칼업저버 DB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최전선을 맡았던 공공병원은 적자를 호소, 지원금 증액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메디칼업저버 DB

무상운동본부가 선두에 서서 정부를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무상운동본부는 “병원 손실은 경영진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그간 이익은 철저히 사유화했으면서 손해는 건보재정으로 메우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전공의들이 수련생에 불과한 직급이라며, 이들의 집단 사직으로 병원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그간 병원들이 전문의를 제대로 고용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들에게는 지원을 끊었으면서 민간 병원에 대해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공공의료 지원보다 대형병원 수익을 우선시두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지적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은 공공의료 지원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이번 긴급대책은 그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경실련 사회정책팀 남은경 국장은 “중증 환자들은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 전공의들이 나가면서 적절하게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지 않나”라며 “정부에서 ‘중증 호환자 치료는 꼭 유지하라’는 취지로 중증 환자 치료에 가산해 부과하는 방식이라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는 방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최소한의 의료 체계나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건보재정 지원이 일부러 (병원 적자를) 덮어주기 위해서라고 보긴 어렵다. 민간병원에게 ‘책임질 환자는 반드시 책임져라’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병원 지원과 설립, 공공의료 확충 등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예비비 집행 속도 높이고 사후 보상 강화

한편 정부는 11일부터 4주간 20개 병원에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사 138명을 파견했다. 

또 예비비 1285억원에 대한 집행도 속도를 높이는 한편, 매월 1882억원의 건보 재정으로 중증 응급 환자 진료 보상을 강화한다.

해당 재정은 중증환자를 적극 진료한 기관에 대한 사후 보상과 경증환자 회송 보상 인상 등에 쓰인다.

지난 8일부터 시행하는 간호사 업무범위 시범사업 보완지침 역시 차질없이 진행한다. 지침은 대한간호협회 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마련됐으며, 총 98개 업무 범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외에도 복지부는 간호사 업무범위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현장 질의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이탈 전공의 수는 1만 1994명으로, 전체의 92.9%를 차지한다. 복지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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