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PA 시범사업에 이어 군의관과 공보의 투입까지
"정부, 문제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의사 악마화에 더 열중" 지적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길어지고, 정부와 의사 간 대치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길어지고, 정부와 의사 간 대치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정부와 의사들 간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사용해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고, 의사들은 교수들 사직까지 검토하는 등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환자와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사들을 밀어붙이는 행동은 이번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 의사들을 향한 전방위 압박 

2월 20일 의대정원 2000명 확대를 반대하면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고, 보건복지부는 2월 29일까지 병원에 복귀할 것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3월 11일 현재 대부분 전공의는 병원에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복지부는 여러 가지 정책을 발표하며 의사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복지부가 기조를 바꾸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이 강경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의료 현장 이탈은 자유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 집단행동"이라며 "의료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야 하는 것은 과학적이라는 통계까지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건강보험을 처음 도입한 1977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 증가했다. 그런데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의사 증원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결기를 보인 것이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PA 시범사업도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공백이 길어지면서 복지부가 PA 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복지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공백이 길어지면서 복지부가 PA 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복지부

대통령의 의지에 힘입어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들 반대에 떠밀려 추진하지 못했던 일을 보란 듯이 추진하고 있다. 

2월 23일에는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 공백이 커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한다는 것이다. 

PA 간호사 시범사업도 선언했다. 

7일 복지부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공개하고, 8일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의사가 하던  응급환자 대상 심폐소생술과 응급환자 약물 투여가 가능해졌다"며 "간호사의 숙련도에 따라 치료와 처치는 물론 수술 보조, 중환자 관리, 처방 및 기록 등의 업무도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대한간호협회가 추진하는 간호법에 대해 호의적 반응도 보였다. 

박민수 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국민 보건체계를 강화시키는 의료개혁에 간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투입하는 강수까지 두기 시작했다. 

복지부는 11일부터 4주 동안  20개 의료기관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 총 158명을 파견해 서울대병원 등 빅 5병원과 국립의료원 등 10개 기관에 인력을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의사는 압박과 강압의 대상 아냐"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는 설득과 협조의 대상이지 압박과 강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의사를 설득할 근거가 부족하고, 협력의 명분조차 찾지 못한다면, 또 그 정책으로 국민 건강이 심각한 손해를 보고 있다면 그 정책의 시간은 종료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 및 사회 전문가로 이뤄진 협의체를 구성해, 모든 사안은 원점에서 조건 없이 재논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A 명예교수도 판단이 어려울 때는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 국민이나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정부의 급조한 듯한 여러 정책은 환자의 생명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이라 토로했따. 

그는 "복지부가 다급해 PA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반문하며 "뇌척수액액 검사는 인턴들도 1년 동안 수련을 한 후 거의 마지막에 검사를 시도한다. 그런데 이 검사를 간호사가 한다고 하면 환자들이 과연 불안해하지 않을까"라고 비판했다. 

이어 "에피네피린 등 CPR 시 처방하는 약물들은 굉장히 위험한 약물이 많다. 경험 많은 의사들도 신중하게 처방하는 약물인데, 간호사들에게 이를 맡기는 게 과연 정부가 환자를 위한 일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몇 년 전 대학교수로 근무하다 개원한 한 원장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느 나라도 정부가 의사를 이렇게 악마화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의사를 고압적으로 대하고, 모욕을 주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이렇게 대한다고 돌아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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