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C-ENDO 당뇨&내분비 클리닉 Sue Pedersen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
생활습관 문제 때문에 비만해진다는 사회적 낙인·편견 존재
"비만 환자,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초기부터 약물치료 시작해야"

▲본지는 비만 관련 지식 공유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C-ENDO 당뇨&내분비 클리닉 Sue Pedersen 교수(좌)와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우)를 지난달 23일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지는 비만 관련 지식 공유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C-ENDO 당뇨&내분비 클리닉 Sue Pedersen 교수(좌)와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우)를 지난달 23일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질환으로 정의했고 비만이 진행되면 2형 당뇨병, 고혈압, 암 등 질환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비만을 지속적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만 환자는 체중을 줄이고자 생활습관을 개선하면서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본지는 비만 관련 지식 공유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C-ENDO 당뇨&내분비 클리닉 Sue Pedersen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대사내과)를 지난달 23일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에서 만나 비만에 대한 각 국가의 인식과 비만 관리 전략에 대해 들었다. 

- 각 국가의 비만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Sue Pedersen 교수(이하 Pedersen): 캐나다는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여기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여전히 생활습관 문제라 비만해진다는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존재한다. 이러한 오해가 일반인보다 의료진에서 더 팽배하다. 이 때문에 비만이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대중 및 의료진 대상 교육이 필요하다.

임수 교수(이하 임): 우리나라도 캐나다처럼 비만을 질환으로 보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만을 게으른 생활습관의 결과라 보고 있어, 질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정부 및 사회적 의견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 비만을 질환으로 봐야 하는 이유는?

임: 비만은 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지방간 등 만성질환뿐 아니라 직장암, 유방암 등 암과도 관련됐다. 뿐만 아니라 체중이 늘면 골관절염과 우울증도 동반한다. 즉, 비만은 많은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근본 원인이면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 할 수 있다.

Pedersen: 비만으로 인해 심혈관질환을 포함한 200여 가지의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여러 질환을 동반한 비만 환자가 많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비만 환자는 비만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에 노출돼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받아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비만은 단순히 체중만 관리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반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 비만이 질환이라면, 초기부터 약물치료가 필요한가?

▲캐나다 C-ENDO 당뇨&내분비 클리닉 Sue Pedersen 교수.
▲캐나다 C-ENDO 당뇨&내분비 클리닉 Sue Pedersen 교수.

Pedersen: 체중이 점점 더 늘어 동반질환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보단,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해 비만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습관 교정이 비만 관리의 가장 기본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비만이 완전히 관리되지 않는다.

실제 다이어트나 운동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지만, 이를 통해 호르몬이 변화하면 전반적인 대사 속도가 저하돼 체중이 재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장기적 체중 감량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임: 전적으로 동의한다. 예로 2형 당뇨병은 초기에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질병 진행을 막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비만도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초기 관리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사적 적응에 따라 체중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체중이 많이 늘기 전 생활습관 교정을 기본으로 시행하면서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한국인은 같은 체질량지수(BMI)의 서양인과 비교해 2형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더 취약하므로, 초기부터 비만을 관리해야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만, 약물치료에만 의존한다면 체중이 재증가하는 문제가 있기에, 요요현상이 오지 않도록 운동하면서 근육량을 늘리는 등 지속적인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 진료현장에서 약물치료를 막는 장애요인이 있다면?

Pedersen: 비만치료제를 투약하는 환자가 늘고 있고 SNS 등 온라인으로 관련 정보가 확산되면서 약물에 대한 환자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다만, SNS를 통해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비만 환자가 약물치료 시 기대했던 수준보다 체중 감량 정도가 크지 않을 때 치료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점도 장애요인이다. 그러므로 의료진은 약물치료를 시작할 때 평균 체중 감량 수준과 함께 사람마다 감량 정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환자의 기대 수준을 잘 조정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과 마찬가지도 캐나다도 비만치료제에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경제적으로 약물치료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비만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이 중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

임: 비만치료제 이상반응이 장기 치료를 막는 장애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저용량부터 시작해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장애요인은 비용이다. 현재 비만치료제에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약물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비만 환자가 비만치료제로 장기간 관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비만을 질병으로 보는 정부 인식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비만치료제에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아쉽다. 

모든 비만 환자에게 비만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가 적용될 필요는 없지만, 비용 부담이 어려운 환자나 고도비만 환자에게는 제도권 하에서 보험급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의료진은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한다는 점도 치료 초기에 환자와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

- 질환 관리 측면에서 비만치료제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나?

임: 심장대사증후군 관리의 핵심은 비만이 될 것이다. 즉, 비만치료제는 심장대사증후군 관련 질환 부담을 줄이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비만치료제로 비만 관련 동반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면 환자 개개인에게 미치는 건강상 혜택뿐 아니라 정부나 보험사가 얻는 비용 절감 효과도 클 것이다.

Pedersen: 의료진이 바라는 것은 비만치료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환자들이 약물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건강 문제가 있는 비만 환자에게 비만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를 적용한다면 보험 적용 대상을 좁힐 수 있어 전체 의료비 절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 의료진과 비만 환자에게 비만 관리 전략을 조언한다면?

Pedersen: 비만 치료는 초기에 시작하고 장기간 이뤄져야 한다. 의료진은 포괄적인 시각으로 전반적인 환자 건강을 관리해야 하며, 환자와 함께 치료 목표를 세울 때 수치가 아닌 건강 관련 목표를 정하고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임: 일부 한국인은 비만 진단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비만치료제 투약을 고민한다. 비만치료제는 효능이 좋더라도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단기간 치료 시 체중이 재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비만 환자는 의료진과 비만치료제의 혜택과 위험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또 비만은 장기간 관리가 필요하므로, 환자 스스로 체중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도와줘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가 비만치료제에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면, 환자는 약물치료 혜택뿐 아니라 보건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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