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올 한해는 비만치료제가 의학계 화두로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치료제보다 상당한 체중 조절 효과를 보고한 비만 신약들이 국외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았고 '해외 셀럽들도 맞는 마법의 다이어트 약'이라 불리며 의료진과 비만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비만 학계는 비만치료제 급여화를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비만 관리가 미용 목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비만은 '만성질환'이라 엄연히 '치료'가 목적이므로 치료제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방적 측면에서 고도비만이 아닌 일반 비만도 만성질환으로 인정해 비만치료제를 급여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9년 비만대사수술이 고도비만 치료에 급여화된 것과 달리 현재 국내 임상에 도입된 비만치료제 중 급여가 이뤄진 약제는 없다. 비만대사수술은 체중 조절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안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는 근거가 있어 급여화됐다.

정부는 비만이 치료가 필요한 질환임을 인지하고 비만인구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학계는 비만 인구 증가에 따라 향후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비만치료제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만이 사회적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고자 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할지라도 비만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급여를 기다리는 희귀질환, 암 등 중증 질환 치료제가 있는 만큼 한정된 건보재정 내에서 비만치료제를 급여화하는 것은 논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 학계가 비만이 질환이라 강조해도 비만치료제 급여화 시 미용 목적으로 치료받는 사람이 많아져 의료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비만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면, 전체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치료제를 급여화하기보단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비만 환자에 대한 선별적 급여화를 논의해야 한다. 

비만대사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있거나 수술 후 약물로 추가 체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 만성질환을 동반한 고도비만 환자 등 생활습관 개선에 더해 추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예가 될 수 있다.

또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 의료급여수급권자인 비만 환자에 대한 선택적 급여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2022년 대통령선거 당시 대선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탈모치료제 급여화가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탈모치료제 급여화는 미용 목적이 아닌 질병 치료를 위해 필요하며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찬성 의견이 있었지만, 한정된 건보재정 내에서 더 중요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고 미용 목적으로 치료받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맞섰다.

비만은 자기 관리의 문제이고 비만 관리는 미용 목적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운데, 학계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면서 정말 비만치료제가 필요한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급여화를 주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탈모치료제 급여화 논란의 바통을 비만치료제가 이어받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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