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2천5백여명·간호사 1만 2천여명 수도권 블랙홀
政, 병상수급시책 곧 발표 예정…대학병원들 분원 병상 단계적 오픈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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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가 조만간 병상수급 시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5년 내 수도권에 증설될 6000병상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일 6000병상이 한 번에 증설되면 지역의료체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병상수급 시책 마련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복지부는 조만간 시책을 발표할 예정이라 설명하고, 2020년 2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정부의 병상수급 시책과 각 지자체의 병상수급관리계획에 부합하지 않는 병상은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날 복지부와 의협과 병협 관계자들은 병상수급 시책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특히 수도권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에 따른 병상 급증을 막을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여한 신응진 병협 정책위원장(순천향대 부천병원장)은 수도권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으로 6000병상이 증설될 경우 의료체계의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으며,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는 큰 틀의 병상수급 계획 없이 무조건 병상 허가를 남발하고 있다"며 "병원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큰 틀의 병상수급 계획을 수립해 전국적 병상수급 추이를 컨트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급성기 병상을 계속 증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중앙정부가 중장기 병상수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장기 계획에 따라 병상 증설, 유지, 축소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응진 위원장에 따르면, 일본은 적정 병상수급 계획과 추진과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일본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있다. 그 곳에서 요양기관 유형별 및 진료과별 병상 추이를 연구해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우리나라도 병상수급 관련 전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지속적인 연구와 논의를 통해 정부안이 도출되고, 그것에 맞춰 병상 인허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내 병상수급은 신도시가 개발될 때마다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대학병원급 병원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2028년까지 수도권 9개 대학병원이 6000병상 규모의 11개 분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병상의 과잉공급은 의료이용의 과잉을 부추치고, 국민의료비 증가와 의료자원 낭비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경쟁적 분원 설립이 지역 내 환자는 물론,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인력까지 흡수하면서 지역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원과 중소병원의 경영 악화로 이어져 지역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00병상 당 의사 최소 300~400명·간호사 2000명 필요

의료계와 병원계에 따르면, 평균 1000병상마다 의사는 최소 300~400명, 간호사 2000여명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6000병상이 증설될 경우 의사는 최소 2500여명, 간호사는 1만 2000여 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즉 수도권 분원 설립으로 인한 필요 의료인력 자원을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력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신 위원장은 "수도권 분원이 모두 개원하게 되면 지방의료는 전멸할 것"이라며 "현재 허가된 분원 병상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분원 설립을 추진하는 해당 대학병원들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상황.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 건축비 역시 기존 보다 2배 이상 상승하면서 1000병상 건립시 투입됐던 건축비 4000~5000억원 규모가 1조원까지 상승해 해당 병원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병원들은 해당 지자체와의 계약으로 인해 분원 설립을 철회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

신 위원장은 "새로운 분원이나 병원을 건립하는데 투입되는 재원이 평균 5000억원 규모면 10년에서 20년 정도 수익을 계속 창출해야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며 "투자비용이 1조원 이상 투입될 경우 그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병원 입장에서도 투자대비 효율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병원계에 따르면, 청라지구에 분원을 설립할 서울아산병원과 송도에 들어설 세브란스병원 역시 병상 허가를 받았지만 쉽사리 착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명 중앙대병원도 완공됐지만 오픈을 못하고 있으며, 마곡 이대병원 역시 허가 병상을 모두 오픈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원을 설치할 대학병원 내부에서도 한번에 허가 병상 모두를 오픈하기 보다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병상을 오픈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 위원장은 "수도권에 들어설 분원들은 300병상부터 오픈해 긴 시간을 두고 허가 병상까지 증설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컨트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수도권 분원은 의료계, 병원계, 정부 모두 단계적 병상 확충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며 "분원에 대한 병상수급 대책부터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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