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필요하지만, 전공의 적재적소 배정 정책 더 중요
의료계, "공공의대 설립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 더 커" 주장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의료현안협의체 가동으로 의대정원 문제도 멀지 않은 시기에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9월 4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9.4의정합의를 통해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논의는 코로나19 안정화 시기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국회와 사회시민단체 등에서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역시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대정원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1월 20일 의료현안협의체 가동을 위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이필수 의협 회장 상견례를 시작으로 같은 달 30일 1차 회의가 진행됐다.

의료현안협의체 상견례 이후 이필수 회장은 의대정원 논의를 더 이상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의료계 내부에서는 반발하는 움직임도 발생했다.

급기야 복지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 확정, 발표 당시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의료현안협의체는 복지부와 의협 사이에 코로나19가 안정화됐다는데 상호 동의 아래 재가동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9.4의정합의의 원칙인 코로나19 안정화에 대해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 가동이 코로나19 안정화의 신호로 보고 있지만, 의협은 정부의 공식적인 안정화 선언이 없었기 때문에 의대정원 논의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의협 역시 코로나19의 위험이 완화됐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으며, 의대정원 논의 역시 필수의료 논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보다 기존 의대 정원 확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의대정원 논의가 가시화되면서 의대정원 문제에 대한 해법을 학계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선, 학계 전문가들은 공공의대 설립은 공통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공공의대 설립보다 기존 의대 중 소규모 정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각 전문진료과 전공의 배정 정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의료관리학교실 )는 의대정원 확대보다 배출된 전공의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배분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의대정원을 늘리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배출된 인력이 적재적소에서 일할 수 있는 배분정책이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과와 가정의학과 같은 1차의료 TO는 부족하지만, 외과와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의 전공의 TO가 과다해 1차 의료인력 중심으로 TO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중소도시 내 병상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설립하거나, 병상이 충분히 공급돼 있는 지역은 민간병원의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 있는 병원으로 육성하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 가산 수가 적용해야 지속 가능성 있어

지역가산 수가를 확대 적용해야 지속가능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위원은 향후 10년간 4000명의 의대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10년간 4000명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단순히 의대정원을 확대해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의대정원 확대 보다 전공의 배정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의대정원을 확대해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정원 확대 이후 5년마다 의료수요 평가 통해 탄력 운영해야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예방의학교실)는 2006년 당시 감축된 의대정원 350명을 매년 회복시켜 10년간 3500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5년 주기마다 의료인력 수요 및 공급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통해 의대정원 확대 및 감축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040년 정도면 고령화로 인해 의료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 예상되고 있다. 현재 의대정원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신영석 전문위원은 10년간 4000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재 3058명의 정원을 매년 1000명씩 확대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따라서 현재 정원의 약 10%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10%씩 의대정원을 무작정 확대하는 것보다 5년 단위로 의료수요를 예측해 의대정원 확대 및 감축, 동결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현재 의료수요를 조사하는 곳이 보사연 뿐"이라며 "보사연은 정부 산하기관 성격이 강해 정부와 반대되는 기관에서도 의료수요를 조사해야 한다. 양측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대정원 방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전공의 TO 배정 개선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다만, 정부가 전공의 TO 배정을 직접 관여하는 것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세계적으로 전공의 TO 배정을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병원회, 대한의학회, 각 전문학회 등 자율적으로 논의를 통해 전공의 TO 배정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
 

정부 주도 전공의 TO 배정 아닌 의료계 자율에 맡겨야

박 교수는 진료과목 세분화보다 통합 필요성을 제안하면서, 궁극적으로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 전문과목 전문의별 소득이 바뀌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전공의 중 워라벨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필수의료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다"며 "필수의료 분야에서 근무하는 전문의의 소득이 더 많도록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방 상급종합병원 육성과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 TO 확대 필요성도 제안했다. 특히 박 교수는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공공의대 설립은 제2의 서남의대를 만들 뿐"이라며 "2류, 3류 의대를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며 "서남의대 정원 TO를 전북의대나 원광의대로 넘겨야한다"며 "남원의료원은 서울 보라매병원 같이 지역 국립대병원이 위탁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연세의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 역시 의대정원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정 교수는 현재 소규모 정원 의대의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규모의 정원이 있어야 교육과 수련이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이미 2010년대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3600명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의대정원이 동결돼 있어 정원 확대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공공의대 신설보다 기존 의대에 정원을 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며 "공공의대는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