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개 국립대, 의대 설립 공동포럼 개최…남원 국립의전원도 재조명
의료계 반발로 난항 예상…경실련 "의사 집단 파업 시 공정위 고발할 것"
전문가들 공공의대 보다 의대정원 확대와 상급병원과 지방의대 연계 강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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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오랫동안 계류됐던 공공의대 신설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자체별로 의대 신설을 위해 입법 활동을 개진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복지부 조규홍 장관을 향해 공공의대 신설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조 장관은 “필수의료 대책을 지탱하는 축 중의 하나가 충분한 의료 인력의 확보”라며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궁극적 목표로 삼고 충분히 토의해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간 의료 불균형에 의대의 설립 유무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공공의대 설립은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 가장 민감하게 다뤄지는 사안이다. 지난 2020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다 의대생의 국가고시 거부와 전공의 집단파업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한 발 물러서야만 했다.

같은 해 9월 정부와 의료계는 해당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정협의체를 꾸렸으나 코로나19 전파로 인해 2021년 2월 중단했다.

지난 1월 의정협의체가 다시 가동됐지만 정부와 의료계 간 입장 차이는 여전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각 지자체에서 의대 신설을 위한 입법 활동을 예고해 의료계와의 충돌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국 5개 국립대, 의대 설립 공동포럼 개최

남원 국립의전원 재조명

지난 1월 목포대학교와 순천대, 공주대, 안동대, 창원대 등 5개 국립대학은 ‘지역 공익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권역별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공동포럼’을 개최하고 지역 공공의대 설립을 촉구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목포대 관계자는 전국 활동 의사의 53%가 수도권에 집중돼있으며, 경북과 충남·전남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전국 평균 2명보다 현저히 낮아 의사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북 남원 국립의전원도 재조명받고 있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각각 복지부 박향 공공보건정책관과 조규홍 장관을 만나 전북 남원 국립의전원 설립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 행동을 요구했다.

남원 국립의전원은 2018년 폐교된 서남의대의 정원 49명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당정협의로 추진돼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인해 5년째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박 정책관의 설명에 따르면 국립의전원 관련 교육부 승인 절차가 끝났으며 올해 정부예산안에 설계비까지 반영되는 등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을 향해 경고하고 나섰다. 공공의대법 제정과 의대정원 확대 운동을 제안하고, 이를 막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 경실련 측은 지난 1월 인천시장에게 국립대병원 유치와 인천 제2의료원 건립, 국립인천대학교 공공의대 신설 등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정책건의문을 전달한 바 있다.

지난 9일에는 인천 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이 인천지역 공공의료 설립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범시민 대책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의료계 반발로 난항 예상
경실련, 의사 집단 파업 시 공정위 고발

그러나 지자체 및 시민단체의 파죽지세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대 신설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간 이해관계로 인해 어느 곳에 설립될 지도 쉽게 결정되지 않을뿐더러, 근본적으로 의료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앞서 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오히려 의사 부족이 아니라 의사 공급 과잉이라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의사는 매년 3200명씩 추가로 배출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이필수 회장이 의대 증원 문제를 피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에 관해 “보도 과정에서 긍정적인 뜻처럼 와전됐다.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의대 신설도 증원하겠다는 전제 하에 낼 수 있는 방법론인데, 애초에 증원을 해야 한다는 근거가 너무 빈약하고 단시안적”이라며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는 필수의료와 전공의 근무 개선 문제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로 의사 수를 늘리면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된 10%의 정원을 다시 확대하는 것에 찬성하면서도 그 해결책이 의대 신설이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대를 신설해봤자 입학 정원이 40~50명에 그치는데, 이는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미 설립돼 있는 소규모 지방 의대의 입학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병원 역시 신설할 게 아니라 기존의 상급종합병원과 지방 의대의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에서 실습기관 등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로 무작정 의대 신설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지방 의대에서 학생을 모집할 때 해당 지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한 학생들을 더 폭넓게 뽑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며 “시스템 개선을 위해 꼭 공공의대가 신설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립대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실련이 기자회견에서 예고했던 공공의대법 제정 운동은 2월 현재까지 본격적으로 개진되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의대법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탓이다.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국장은 “일단 상임위에서 법안이 처리되도록 압박할 것”며 “만약 반대하는 의원이 있으면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안 추진 시 의료계가 2020년처럼 집단 파업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 “지난 2년간 지역내 의사 부족의 심각성이 대두된 만큼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만약 의료계에서 집단 파업을 벌인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조치를 하겠지만, 제지 권한은 정부에게 있어 정부가 직접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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