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문재인 케어 폐기…MRI 제한적 급여화 추진
MRI 급여화로 건보 재정에 문제 생긴다? ‘NO’
건강보험 개혁, 환자들에게 사보험 필요성 심어줄 수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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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최근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건강보험 남용의 주원인으로 지적하고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정부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의료 남용과 건보 무임승차를 방치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히 문재인케어에서 급여화로 전환됐던 뇌혈관 질환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일부 항목은 향후 의료적 필요도와 이용량 등을 분석해 제한적 급여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편 추진을 두고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보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됐다”며 “건강보험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사실상 문케어 폐기 선언을 했다.

문케어는 지난 정부가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추진한 정책이다. 이때 MRI 등 일부 항목이 일률적으로 급여화됐는데, 이용률이 급증하면서 과잉 진료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2022년 감사원이 공개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에 따르면 뇌 MRI 진료 횟수는 문케어 시행 직전인 2017년 138만 1000회였으나 2019년에는 468만 9000회로 239.5%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선행검사 없이 실시된 뇌 MRI 촬영 건수가 총 140만 여건(1623억여원)에 이르렀으며, 그중 138만 여건(1606억여원)은 급여기준 위반으로 추정되는 사례임에도 그대로 급여로 인정받았다.

감사원은 이런 과다한 손실보상 및 급여 수가 인상이 건강보험 재정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며 개선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MRI 급여화로 건보 재정에 문제 생긴다? ‘NO’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직후 문케어 지지 측에서는 즉각 반발이 튀어나왔다. 2021년 말 기준 건보 누적 적립금은 20조 2000억원으로, 문케어 시행 이전인 2017년 20조 7700억원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른 건강보험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건보 재정누수의 원인은 병상공급과잉과 만성질환관리, 실손보험”이라며 “MRI·초음파 검사는 전체 건보 재정에서 0.2%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라고 날을 세웠다.

건강보험공단 제공
건강보험공단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5년간 투입된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문케어) 과제별 의료비는 총 21조 2616억원이다.

이 가운데 의료비가 가장 많이 지출된 항목은 중증약제비로, 총 754만명의 국민이 4조 45억원의 경감 혜택을 받았다.

이어 △본인부담상한제(2조 5921억원) △선택진료 폐지(2조 3354억원) △초음파 급여화(1조 9462억원) △간호간병병상확대(1조 9399억원) 순으로 나타났으며, MRI 급여화는 1조 125억원 수준이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MRI 급여화로 인해 건보 재정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주장”이라며 “건보 자체가 그 해에 걷은 돈을 그 해에 지출하는 단기보험일뿐더러 누적 적립금이 있기 때문에 설령 적자가 난다 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가 건강보험에 국고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국고 지원 법안이 국회에서 일몰되기도 했다.

전 국장은 “건강보험 재정의 30% 이상을 국고로 지원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일반 시민들의 보험료율을 인상시켜 재정을 확보하는 실정”이라며 “국고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잉진료도 환자의 보장성을 줄이는 게 아니라 공급자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과잉진료는 대체로 환자가 아닌 공급자로부터 유발된다는 것이다.

해결 방안으로는 △지불제도개선 △공공보험 보장성 강화 △실손보험 규제가 제시됐다.

 

건강보험 개혁, 환자들에게 사보험 부담감 심어줄 수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케어가 과잉진료와 건보 재정 손실을 야기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1년 기준 64.5%에 불과하다. 이는 OECD 국가의 평균 보장률인 7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문케어 시행 이전인 2016년 건보 보장률은 62.6%다. 문케어 시행 이후 5년간 총 1.9%가 오른 셈인데, 윤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MRI 검사가 남발해 재정이 낭비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23년 새해 추진과제로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 복지의 확대 △필수의료 강화 △지속가능한 복지개혁 추진 △보다 나은 미래 준비를 제시한 바 있다. 그 중심에는 문케어 폐지를 비롯한 건강보험 개혁이 있다.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생명·건강 보호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를 추구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유달리 ‘필수 의료’와 ‘약자 보호’를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기조가 환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최성철 이사는 “정부에서 기존 정책을 재검토한다고 하니 일부 환자가 불안함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며 “다른 사보험이 필요하다는 의식을 느낄 수 있어서 그 부분을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아 공식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보장성을 축소하는 방향이라면 당연히 반대”라며 “만약 그렇게 되면 국가가 국민들의 건강이나 생명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기 때문에 찬성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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