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무분별한 MRI·초음파 촬영 경계속 과도한 축소 우려
의학적 필요도에 대한 컨센서스 조성이 의료현장 혼란 최소화 관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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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효율화를 위해 과잉검사의 한축으로 지목하고 있는 MRI·초음파 검사에 대한 급여기준 강화를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필수적인 검사는 유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의학적 필요도에 대한 전문학회 간 컨센서스 조성이 이뤄져야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을 보고, 확정했다.

정부의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의료공급 측면에서 의료적 필요도에 기반한 급여기준 및 항목을 재점검한다.

의료 필요도 기반 급여기준·항목 재점검 과제는 올해부터 이미 급여화된 MRI·초음파 중 재정목표 대비 지출 초과 항목과 이상사례 발견 항목 중심으로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개선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심사 확대 및 전산시스템을 개선해 MRI 등 이용량 급증 항목은 사전예고 후 선별집중심사 등을 통해 진료비 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뇌·뇌혈관 MRI의 경우 신경학적 검사상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에만 급여로 인정하고, 최대 2촬영으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또, 상복부 초음파는 수술 위험도 평가 목적의 초음파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급여를 적용할 방침이다. 초음파 전체에 대해서는 동일한 날 여러 부위 촬영 시 최대 산정 가능 개수를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의료현장에서는 급여기준 강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박진규 회장은 무분별한 MRI 촬영 및 초음파 검사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한다면서도, 필수적인 검사까지 위축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뇌·뇌혈관 MRI 촬영은 필수의료 영역에 해당된다"며 "배우 강수연 씨가 뇌혈관이 터져 3일 만에 사망한 것처럼 예방적 차원에서 뇌혈관 MRI 촬영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재정이 부담된다면 환자가 비급여라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주장이다.

뇌혈관 질환에 대해 가족력이 있다면 뇌 동맥류에 대해 우려가 있을 수 있어 어지럽거나, 두통이 있을 때 뇌·뇌혈관 MRI를 촬영해 이상이 없는지 확인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뇌 동맥류 유병율이 5% 정도 된다"며 "건보재정이 허락되는 한도 내에서 필수의료 분야인 뇌·뇌혈관  MRI 촬영에 대해 보험급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규 회장은 단순한 어지럼증과 두통에 대해서는 보험급여 적용을 제한해야 하지만, 임상 의사의 판단에 따라 MRI 촬영이 가능하도록 예외 사항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임사 의사 판단에 따라 비급여로 MRI 촬영 후 이상소견이 있을 경우 급여화 전환해 주면 된다"며 "그 길까지 막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급여기준이 강화돼 MRI를 촬영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악결과에 대해 의료진들이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진규 회장은 "필수의료 영역인 뇌·뇌혈관 MRI 급여기준을 축소하는 것은신중해야 한다"며 "MRI 촬영을 기존 3회에서 2회로 축소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뇌 MRI 촬영은 뇌신경을 찍는 것이고, 뇌혈관을 찍는 MRA, 이어 경동맥 MRI 3가지를 찍는 것이 뇌·뇌혈관 질환을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신경학적 이상소견이 있다면 3개를 모두 찍어야 의사가 자신있게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다"며 "2개만 찍고는 정확한 설명을 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보험급여 기준은 의학적 타당성과 필수의료 진료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설정돼야 한다"며 "특히 오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역시 초음파 급여기준 강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동일한 날 여러부위 촬영에 대해 최대 산정 가능 개수를 제한할 방침이다.

비뇨의학과 의사회 조규선 회장은 감사원의 지적사항 중 비뇨생식기 초음파 과잉검사는 실제 비뇨의학과 데이터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초음파 과잉검사 데이터는 비뇨의학를 포함한 내과 및 가정의학과의 방광 등 비뇨생식기 검사 데이터가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오히려 비뇨의학과에서는 초음파 검사를 의사회 자체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과잉 검사 및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뇨의학과는 지난 십여년 간 낮은 전공의 지원 및 개원가 폐업이 증가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비뇨생식기 분야 초음파 검사가 급여화되면서 활로를 찾아 소생 가능성을 보여왔다.

조 회장은 "초음파 검사 급여기준을 강화할 경우 초음파 시행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현재 의사회 및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자체적인 엄격한 초음파 검사 기준에 따라 검사를 하고 있어 굳이 급여기준을 강화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뇨의학과의사회는 학술프로그램을 통해 초음파 적응증 및 시행 기준을 교육하고 있다"며 "정부가 급여기준을 강화해 삭감으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의학적 필요도의 기준을 어디애 둘 것인가에 대한 컨센서스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MRI 및 초음파 등 재정 지출 규모가 큰 분야에 대해 의학적 필요도에 따라 급여기준을 설정할 경우 의료계 내부의 컨센서스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며 "하지만, 전문학회 간 의견 조정이 쉽지는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A 교수(신경외과)는 "의학적 필요도를 정부가 일률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각 전문 학회 및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논의를 통해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학적 필요도에 따라 급여기준을 설정할 경우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해 진다"며 "각 전문학회 간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각 전문학회와 의료계가 의료적 필요도라는 개념 및 기준에 대한 컨센서스가 먼저 이뤄져야 의료계의 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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