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 "30년 전 치료제 여전히 사용 중"
TNBC, IO∙PARP 이외에 치료 옵션 부족 ...오프라벨 약제 접근성 개선 필요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위원회 간사)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위원회 간사)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유방암은 치료성적이 좋은 항암제가 많이 등장해 타 암종에 비해 예후도 비교적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방암 중에서도 희귀암으로 분류되는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은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형(HER2), 호르몬수용체(HR) 양성 유방암에 비해 치료성적이 좋지않고, TNBC를 타깃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면역항암제(IO)나 PARP 억제제 등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가천대길병원 안희경 교수(종양내과)를 만나 TNBC가 갖는 미충족 수요와 보험급여 적용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치료 성적 좋은 유방암에 묶여 소외받는 TNBC

정부 측은 적극적인 보험급여 적용을 통해 희귀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척수근위축증(SMA) 원샷 치료제로 이름을 알린 노바티스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 같은 약물들은 초고가약임에도 이슈가 되자 즉각 보험급여가 이뤄졌다.

다만, 유방암과 같이 치료옵션이 많은 경우 TNBC처럼 질환 내에서도 급여 적용에 대해 소외받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TNBC는 프로게스테론 음성, HER2 음성, 에스트로겐 음성으로 표적을 타깃하기도 어려워 개발사들이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그나마 시장에 출시된 치료제도 보험급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 측에서 TNBC를 ‘치료제가 많고 성적이 좋은 유방암’ 중 하나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보험급여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HR이나 HER2 양성 유방암처럼 특정 타깃이 있는 질환은 비교적 비슷한 질환의 묶음이라고 한다면 TNBC는 유방암에서도 한 종류가 아닌 HER2, HR 이외에 나머지로 봐야 하지만 유방암의 다른 한 종류로서 묶이고 있는 상황이다.

안 교수는 “TNBC는 다양한 유방암들이 섞여 있는 질환으로 각각을 타깃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치료제 개발이 늦었다”며 “IO가 나오기 전까지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았다. 유방암이라 그러면 HR 치료라든지, HER2 표적 치료가 발전을 많이 해서 전이가 돼도 오래 사는 암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TNBC는 IO가 시장에 등장하기 전에 전체생존율 중앙값(mOS)이 1년 남짓에 불과했지만, 유방암이라는 한 질환의 틀에 묶여서 예후가 나쁘고 치료 발전도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덜 가게 됐다는 평가다.

안 교수는 “유방암 치료가 쉽다는 것은 굉장히 큰 오해다. HR이나 HER2 양성 유방암의 치료 성적이 좋다고 하지만 전이성에서는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이 5년 정도”라며 “또 유방암 환자들은 대개 60세 이하 젊은 환자들이다. 5년이 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젊은 환자 입장에서는 5년이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안 교수는 유방암이 오래 사는 병이라는 편견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이성 유방암은 완치가 쉽지 않지만 젊은 연령대의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특히 해당 연령대는 아직 사회에서 활발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5년이라는 시간에 의미부여를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TNBC뿐만 아니라 HER2나 HR 양성 유방암이라고 해도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TNBC와 기존 유방암의 차이는 생존율이다. 미충족 수요가 높은 유방암에서도 TNBC는 특히 생존율이 굉장히 짧고 예후가 나쁘며 재발도 잘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TNBC는 IO가 등장하기 전 mOS가 1년에 불과했다”며 “IO도 모든 환자들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 보험급여도 적용받지 못해 미충족 수요가 높다”라고 덧붙였다.

 

IO∙PARP 등장했지만…TNBC 미충족 수요는 여전히 존재

유방암 치료 성적은 꽤나 좋은 편이다. HR 양성, HER2 음성 대상 환자군 치료제인 CDK4/6 억제제나 HER2 양성에서도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 기반 약제들이 환자들의 생존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다.

다만, TNBC에서 현재 눈에 띄는 치료 성적을 보이는 것은 IO와 PARP 억제제에 불과하다. 현재 TNBC의 주요 치료 옵션은 IO 중에서도 MSD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로슈 티센트릭(아테졸리주맙)과 PARP 억제제인 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올라파립) 등이 있다.

IO는 치료 효과는 좋고 부작용은 덜해 뛰어난 3세대 항암제로 분류되지만, PD-1 발현율에 따라 치료 대상이 될 수도, 안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PD-1 양성일 경우 IO+항암화학요법의 대상이 되고 음성으로 분류되면 세포독성화학요법으로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음성일 경우에는 GERM-LINE BRCA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해야 하고 양성이면 PARP 억제제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GERM-LINE BRCA 테스트 자체도 우리나라에서 TNBC 환자 대상으로는 60세 이하만 급여가 되고 있고 60세 이상은 비급여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최신 치료 옵션은 제한적인 부분에만 사용이 되고 있고 나머지 대다수 환자들은 세포독성항암화학요법 치료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환자군은 20~30여 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탁산계열 약물들이나 이보다 조금 반응율이 좋은 백금 기반 항암요법을 1차 치료제로 써야하는 상황에 놓여져 있다.

안 교수는 “진단 당시부터 4기면 탁센이나 안트라사이클린 베이스로 치료한다. 환자가 이전에 보조항암요법(Adjuvant)이나 선행항암요법(Neo-Adjuvant)을 했는데 재발했다면 재발까지의 기간에 따라 탁센이나 안트라사이클린을 다시 쓰기도 하거나 백금 기반 항암요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며 “다만, 해당 치료제들은 모두 20~30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올드드럭으로 분류되는 항암제”라고 말했다.

이어 “IO는 PD-1 발현율이 낮은 전이성 환자군의 경우 임상에서 크게 효과가 없었다. PD-1 발현 비율이 40% 이상 돼야 효과가 있었다”며 “IO와 PARP 억제제도 특정군에서만 치료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치료제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안 교수는 ”TNBC 자체가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한 질환이기 때문에 TNBC를 타깃하는 임상에는 한계가 있다. IO도 탁산계열 약물들과 병용하는 것은 질환 자체가 매우 공격적이이어서 한 치료제로 잘 듣지 않아 병용요법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TNBC에 대해 조금 더 세분화해 접근하려 하지만, TNBC 자체도 전체 유방암에서 약 15% 비율밖에 안 되고 이걸 다시 세분화면 대상 환자군이 작아지기 때문에 임상이나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IO, 조기 TNBC에도 효과…급여는 ‘무소식’

안희경 교수는 TNBC 환자들을 위해 보험급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희경 교수는 TNBC 환자들을 위해 보험급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키트루다는 KEYNOTE-522 임상3상에서 2기 이하로 진단받은 조기 TNBC 환자 대상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통해 사망 발생 위험을 37% 감소시켰다.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15.5개월 시점에 키트루다 병용 선행항암요법을 받은 환자군의 병리학적 완전관해율(pCR)은 64.8%를 기록했다. 이는 항암화학 단독요법이 기록한 51.2% 대비 10% 이상 개선시킨 수치다.

다만, IO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있다. KEYNOTE-522 임상에서 병용요법군 치료 관련 사망자가 세 명 발생했는데 각각 폐색전증, 폐렴, 패혈증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부작용이 발생했지만, IO 사용 시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치료 옵션이 부재한 TNBC에서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특히 조기 TNBC에서는 PD-1 발현율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가 치료 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IO+항암화학요법이 효과를 보인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IO가 TNBC에 좋은 데이터를 선보이고 있지만 현재 모두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한 사이클에 10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 치료제임에도 오롯이 환자 부담으로 치료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는 중증 희귀질환에 걸렸을 때 건강보험에 의지하는 국민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안 교수는 “보험이 되는 암종에서도 20~30만원 자기부담금을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도 있다”며 “물론 저 같은 경우에는 항암제가 비급여여도 치료효과가 좋다면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권하고 있지만 마냥 권하기엔 비급여 가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TNBC 기존 치료 성적이 너무나 떨어졌었고 무진행생존(PFS)만으로도 환자들의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OS 외에도 PFS를 고려해 보험급여가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국내에서 오프라벨로 사용할 수 있는 약제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안 교수는 “국내 환자들의 기대 수준은 사실 미국과 다르지 않은데 허가 정책에 있어서는 조금 뒤쳐진 것 같다. 정부 측에서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신중히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데 암환자 입장에서는 꼭 허가받지 않은 약제라도 본인 비용을 온전히 지불해 사용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 그런 오프라벨 약제를 환자가 부담해 쓸 수 있는 합법적인 루트가 제한적인 것이 안타깝다”며 “TNBC와 같은 희귀암 환자들에게 약제 접근성을 좋아지게 할 수 있는 걸 사회가 좀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치료제 앞으로 계속 나올 것, TNBC 환자들 희망 잃지 말아야”

TNBC 치료를 위해 IO와 PARP 외에도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TNBC를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약제들 중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인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와 트로델비(사시투주맙고비테칸)가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약제이다.

안 교수는 “두 약제를 가장 유망하게 보고 있다. ADC를 차세대 항암화학요법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며 “항암제를 그냥 몸 안에 전달하는 것보다 항체를 달아 더 전달률을 높여서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Trop2를 타깃하는 ADC인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Dxd)도 기대되는 약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TNBC에서는 BRCA 양성이 아니더라도 DNA 리페어 메커니즘 손상이 주요 요인인 환자들이 있다.

현재는 BRCA 변이 환자 대상으로만 임상시험이 진행되기 때문에 해당 군에게만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DNA 리페어 메커니즘 손상을 타깃하는 환자 군도 치료 효과가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TNBC는 여러 메커니즘을 고려해야 한다. 안드로겐 수용체, MAPK, PI3K, AKT 변이 등이 TNBC 환자에서도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하고 있는 AKT 억제제인 카페바서팁의 경우 HR 양성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은 유전자 변화(genetic alteration)을 많이 보니까 HR 양성에서 치료 효과를 보인 약제들을 장기적으로 TNBC 치료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꼭 암종에 국한하지 않고 변이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하나의 약제만으로 효과가 없는 경우가 지금까지는 많았어서 앞으로 다양한 방법들이 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IO도 더 다양하게 ADC, 표적치료제와의 병용을 통해 치료 가능성을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TNBC 치료를 위해 이렇게 좋은 약이 계속 많이 개발되고 있으니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치료를 계속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 교수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으며 지난 11월 초에는 항암 치료를 앞둔 환자들 중 비용 문제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이웃들을 위해 1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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