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타, 리아백스, 선플라 등 품목 취소 혹은 자진 철수
렉라자 출시 후 100억원 이상 처방 실적기록…병용 임상 결과도 긍정적
한미 포지오티닙, 유한∙녹십자의 신약 상용화 가능성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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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국산 항암제 신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약들이 시장에서 사라짐에 따라, 새로운 국산 신약들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산 1호 신약 SK케미칼의 선플라(성분명 헵타플라틴)를 비롯해 한미약품의 올리타(올무티닙), 삼성제약의 리아백스(테르토모타이드) 등 외산 항암제들이 득세하는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품목 취소, 자진 철수 등을 통해 시장을 떠났다.

국산 31호 신약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이 출시 후 100억원을 기록하며 국산의 존재감을 다시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후속주자들도 임상에서 유효성을 보이고 있지만 허가에는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국산 항암제 선두주자들 역사속으로?

항암제 시장은 특히 외국계 기업의 전유물로 여길 만큼 해외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스위스 로슈,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화이자∙암젠 등은 고형암∙혈액암 다양한 영역에서 뛰어난 치료제들을 선보인 대표적 제약사들이다.

국내에서도 해당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회사들이 있었다. SK케미칼은 지난 1999년 국산 신약 1호 위암 치료제 선플라를 출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이끌어 냈다. 

선플라는 백금화학 기반 항암제로서 시스플라틴보다 효과를 보이며 카보플라틴보다 부작용이 덜하다는 점을 무기로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10년 뒤 선플라는 시장에서 부진한 매출 문제로 인해 시장에서 사라졌다. SK케미칼은 해당 의약품을 2009년 생산 중단했다.

선플라의 가장 큰 약점은 백금화학기반요법의 한계, 제한된 적응증으로 분석된다. 선플라는 플루오로우라실과 병용해 진행성, 전이성 또는 수술 후 재발성 위암에 적응증을 갖고 있었지만, 위암의 항암 치료 시장은 유방암이나 폐암 등 다른 고형암에 비해 작은 편에 속한다.

실제로 진행성 위암환자 중에 초진에서 대부분 4기 이상의 진단받고 생존율은 10%에 불과하다. 현재도 진행성∙전이성 위암에서 쓰이고 있는 약제는 BMS∙오노의 옵디보(니볼루맙), 릴리의 사이람자(라무시루맙)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올드드럭으로 분류될 만큼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질환 중에 하나다.

SK케미칼은 폐암 등으로 적응증 확대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결국 국산1호 신약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삼성제약의 리아백스는 지난 2014년 췌장암 치료를 위한 국산 신약 21호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다만 삼성제약은 조건부 허가 이후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추가 결과보고서를 식약처와 논의한 기일 내에 제출하지 못함에 따라 지난 2020년 8월 25일 품목 허가 취소됐다.

해당 결과에 대해 소송까지 진행했던 삼성제약은 지난해 소송을 포기하고 허가 재신청으로 선회했다.  

상용화되면 First-in Class 약제로 진입할 수 있는 난치성으로 분류되는 췌장암 치료제로서 임상을 재진행하며 허가 재진입을 노리고 있으나 현재까지 재허가에 관한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국산 27호 신약 한미약품의 폐암 치료제 올리타는 시장에서 자진 철수했다. 국내에서 임상2상 후 조건부 허가를 받은 지 6년만이다. 특히 올리타는 지난 달 급여목록에서도 삭제됐다.

한미약품의 주된 철수 이유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올리타에 한 발 앞서 세계시장에 출시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타그리소는 출시 후 승승장구하며 비소세포폐암(NSCLC)에서 독보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6년, 3세대 TKI(타이로신나제억제제) 지오트립(아파티닙)을 보유하고 있는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에 대한 권리를 철회하면서 글로벌 임상3상 진행 등이 모두 불투명해졌다.

한편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조건부 허가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조건부로 허가된 한미약품의 올리타는 임상시험 중 중대한 부작용이 발견됐음에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주식 시장을 교란했다”며 “올리타, 리아백스 사태에서 이미 조건부 허가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식약처는 여전히 이 제도의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렉라자와 포스트 렉라자 선전할 수 있을까

국산 항암제의 흑역사를 지워줄 새로운 약제가 등장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다.

렉라자는 얀센의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임상에도 효과를 보이며 EGFR NSCLC 시장의 큰 변수로 떠올랐다.

렉라자는 약가-사용량 연동 제동을 통해 약가 인하 대상에 선정되는 등 출시 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렉라자는 EGFR 양성 NSCLC 환자에서 1,2세대 TKI 사용 후 T790M 양성으로 판명 된 환자에게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타그리소와 타깃이 동일하다. 두 치료제는 1차 치료제로 비급여인 상태다.

다만 국산 신약의 프리미엄, 리브리반트와의 병용 임상도 효과를 보이고 있어 타그리소를 제치고 1차 표준 치료제로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

렉라자를 비롯해 국산 신약으로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품목은 한미약품의 포지오티닙과 GC녹십자의 알리글로가 있다. 하지만 두 약제 모두 허가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약품의 포지오티닙은 NSCLC 환자에서 EGFR, HER2 변이에 모두 효과를 보이고 있어 당초 가장 빠른 승인이 예상됐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FDA 항암자문위원회(ODAC)은 지난 달 포지오티닙이 안전성과 유효성에 기존 치료제 대비 미치지 못하는 점을 들어 긴급사용승인을 비권고하기도 했다.

한미약품과 현지 파트너사 스펙트럼은 치료옵션이 부족한 NSCLC 환자들에게 포지오티닙이 또 다른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혈소판 감소증에 사용되는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는 지난 2월로 허가 승인 여부 시한이 정해졌지만, 코로나19(COVID-19) 등의 여파로 인해 생산시설 실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녹십자는 보완요구서(CRL)를 받아야 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가 점점 회복되면서 FDA 실사도 곧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검증이 끝나는 대로 FDA 허가를 위한 도전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포지오티닙의 엔허투와 리브리반트 보다 유효성 면에서 우월하다 보기 어렵고, 알리글로도 5% 제제가 허가가 반려 돼 10%를 다시 신청하는 등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라며 “미국 제약사 얀센과의 병용요법을 진행하고 있는 렉라자가 오히려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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