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국내 기업 개발 항암제, '렉라자'와 '포지오티닙'
렉라자, 이레사 대비 유효성 입증...1차 치료제로서 가능성 확인
포지오티닙, 올해 FDA 신속승인 좌절...재도전 나서나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2023년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치료제가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도전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지난해 미국 내 허가받은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의 효능·부작용 이슈를 딛고 레카네맙으로 내년 새롭게 FDA 허가 도전에 나섰다. 레카네맙을 바짝 뒤쫓고 있는 릴리도 같은 아밀로이드 베타 기전인 도나네맙을 통해 내년 FDA 허가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알츠하이츠병 이외에도 급성 편두통 비강 스프레이 제제 자베게판트와 뒤센 근이양증 치료제 SRP-9001이 내년 FDA 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가 내년 초 비소세포폐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1차 치료 사용으로 국내 허가 변경 이후 본격 FDA 허가 도전에 나선다고 밝히면서, 롤론티스(에플라페그라스팀) 이후에 국산 신약이 FDA 허가를 받을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① 알츠하이머병 정복 가능할까? ‘도나네맙 vs 레카네맙’
② 희비 엇갈린 국내 기업 개발 항암제, '렉라자'와 '포지오티닙'
③ '등장 임박' 뿌리는 편두통 치료제 ‘자베게판트’, 희귀근육질환 신약 ‘SRP-9001’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등극으로 FDA까지 도전나서는 유한양행 ‘렉라자’

국산 31호 신약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유한양행 렉라자는 최근 Laser301 임상3상 연구 결과를 통해 1차 치료제로서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현재 렉라자는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 EGFR 변이서 2차 치료제로만 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2 유럽종양학회 아시아학회(ESMO Asia 2022)와 국내 기자간담회를 통해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기존 치료제 대비 무진행생존(PFS) 등 다양한 평가지표를 유의미하게 개선했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 중간 결과, 렉라자는 기존 1차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이레사(게피티닙) 대비 유효성을 입증했다. 

LASER301 연구는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활성 EGFR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393명(아시아인 258명, 비아시아인 135명)을 대상으로 1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1세대 타이로신키나제억제제(TKI) 이레사 대비 렉라자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무작위 배정, 이중눈가림, 다국가 임상3상으로 진행됐다. 

1차 목표점인 PFS에 대한 분석 결과, 렉라자 투여군은 20.6개월, 이레사 투여군은 9.7개월로 나타나 렉라자 투여군이 이레사 투여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PFS를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HR 0.45, 95% CI 0.34-0.58, p<0.001). 

특히 유한양행은 아시아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종에 따른 하위 그룹 PFS 분석 결과, 아시아인 환자군에서 렉라자 투여군은 20.6개월, 이레사 투여군은 9.7개월로 나타났다(HR 0.46).

렉라자는 엑손19 결손 돌연변이(Ex19del)를 가진 환자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엑손 21 L858R 치환 돌연변이(L858R) 치환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군에서도 효과를 보였다.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EGFR 변이형에 따른 하위 그룹 분석 결과 Ex19del를 가진 환자군에서 렉라자 투여군

은 20.7개월, 이레사 투여군은 10.9개월로 나타났고(HR 0.46), L858R를 가진 환자군에서는 렉라자 투여군은 17.8개월, 이레사 투여군은 9.6개월로 확인됐다(HR 0.41). 

2차 목표점인 객관적 반응률(ORR)에 대한 분석 결과, 렉라자 투여군 76%, 이레사 투여군 76%로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반응지속기간(DOR)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는 렉라자 투여군이 19.4개월, 이레사 투여군은 8.3개월로 나타났다.

전체 생존 기간(OS)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데이터 성숙도 29%), 사망에 대한 위험비는 0.74(95% CI 0.51-1.08, p=0.116), 등록 후 18개월 시점에 렉라자 투여군의 생존 비율은 80%, 이레사 투여군의 생존 비율은 72%로 나타났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렉라자 투여군과 이레사 투여군은 기존에 보고된 각각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일관된 결과를 보여줬다. 렉라자 투여군에서 가장 빈번히 보고된 이상반응은 감각이상 39%, 발진 36%, 가려움증 26% 순으로 보고됐고, 보고된 이상반응 대부분은 1~2 등급 수준의 경증 이상반응이었다. 간질성 폐질환(ILD) 및 3등급 이상 QTc 연장 같은 이상반응 발생률은 각각 2.5%, 1%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좌심실 박출률 감소는 관찰되지 않았다.

단, OS는 현재 중간 데이터(interm)로 유효성 입증 여부는 추적 관찰 후 판단될 예정이다.

유한양행 조욱제 사장은 “올해 초에 1차 치료제로 허가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추후 파트너사인 얀센과 논의해 FDA 및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얀센은 프론트 라인에서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내성 환자에게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MARIPOSA 임상3상 연구와 다양한 EGFR 변이가 있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단독 혹은 렉라자 병용요법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 CHRYSALIS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조합은 타그리소, 지오트립(아파티닙), 이레사 등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ORR이 절반 이상 나타나는 등 비소세포폐암 EGFR 변이 엑손19, 엑손21 L858R 치료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포지오티닙 허가 재도전 나설까?

렉라자와 함께 유력하게 FDA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거론됐던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은 긴급사용승인이 좌절됐다.

한미약품은 2022년 11월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FDA로부터 “현 시점에서는 포지오티닙을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의 CRL(Complete Response Letter)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을 이전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HER2 엑손20 삽입 돌연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2021년 12월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다만, 당시 FDA 항암자문위원회(ODAC)은 포지오티닙과 같이 HER2를 타깃하는 다이이찌산쿄의 ADC 항암제 엔허투와 비교했을 때 유효성면에서 뒤쳐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엔허투는 HER2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DESTINY-Lung02 임상2상 연구에서 ORR 57.7%, 부분관해(PR) 55.8%을 기록했다. 

반면, 포지오티닙은 비소세포폐암 90명의 환자에게 포지오티닙 16mg를 투여한 ZENITH20 코호트2 연구결과에서 ORR 28%(95% CI: 19, 38), mDOR 5.1개월을 기록했다(95% CI: 4.2, 5.5).

안전성 측면에서도 ODAC은 포지오티닙 16mg를 투여했을 때 57%의 환자가 투약 용량 감소를 경험하고 85% 환자가 3~4등급의 부작용이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또 임상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용량 최적화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은 당분간 허가 받은 롤론티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지만, 허가 재도전에 나설 계획도 배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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