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코프리∙렉라자, 전임상부터 상용화까지 시장성 분석해 성공
국내 시스템 부족…의사과학자 발굴 위한 정부 지원 필요

국가임상시험재단,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며, 국산 신약의 글로벌화를 위한 성공사례와 개선점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가임상시험재단,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며, 국산 신약의 글로벌화를 위한 성공사례와 개선점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국산 신약의 글로벌화를 목표하는 회사는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성공적인 상용화를 이룰 수 있었을까.

12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국가임상지원시험재단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컨퍼런스(KIC 2022)에서 주요 제약사의 임상팀, 바이오벤처 대표들이 모여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노력과 개선점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신약 개발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공유하며, 신약후보물질의 초기 임상부터 상용화까지 전주기적인 단계에서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의사과학자 양성,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상부터 상용화까지 면밀한 시장 수요 분석

국산 신약 개발 성공 핵심

국산 신약의 글로벌화를 이끈 의약품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대표적이다.

엑스코프리는 미국에 출시된 3세대 뇌전증 치료제로 완전 발작 소실 비율이 21% 달할 정도로 좋은 효과를 자랑한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작년 한해 매출은 782억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
     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

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는 전임상 부터 단계별로 확실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 엑스코프리 성공의 주된 요인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임상2상부터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약승인신청(NDA)를 염두해 두고 피보탈 스터디처럼 엄격하게 관리했다. 

조 대표는 “FDA가 주로 질의하는 것은 안전성에 대한 내용임을 사전에 인지, 안전성 관리 방안에 더욱 신경썼다”며 “임상2/3상을 거치며 용량을 최대치로 설정했을 때 관리가능한 용량에 대한 데이터를 차곡차곡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성 관리 가이드라인에 대한 수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리월월드 데이터를 통해 임상에서의 투여 기준으로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던 타 약물과의 상호작용이나 부작용 발생률 또는 감소 방안 등을 보고하고 있다”며 “또, 유능한 MD들을 영입한 것이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의학전문가들을 통한 임상 설계로 유럽의약품청(EMA)와 FDA를 모두 만족시킨 피보탈 스터디의 1, 2차 주요 목표점을 설정해 빛을 봤다”고 덧붙였다.  

유한양행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 제노스코 라이센스인 초기 단계부터 시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분석해왔다. 

비소세포폐암에서 어떤 바이오마커가 시장성이 높은지, 해당 바이오마커가 갖는 미충족 수요는 무엇인지 초기부터 치밀하게 사전조사했다.

유한양행 오세웅 소장은 “비소세포폐암 EGFR 변이의 가장 큰 미충족 수요는 뇌 전이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라는 의료진의 피드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그것이 YH25448이었다”며 “뇌혈관장벽(BBB)를 통과해 비소세포폐암에서 표준치료요법으로 여겨지는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보다 뇌전이에서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초기부터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미충족 의료수요를 파악해 그에 맞는 약물을 발굴하고, 개념검증(POC)을 통해 임상에서 증명하는 과정을 거쳤다. 비즈니스에서는 파트너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도 1차 치료제 등극을 위해 이레사(게피티닙)와 직접 비교 임상3상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연말쯤이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전임상, 임상, 상용화, 시판후조사(PMS)에 이르는 임상의 모든 단계를 차별화해 접근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한미약품 백승제 상무는 “전임상부터 제품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성공에 대한 정의는 모두 다르다. 임상단계에서는 P값이 0.05이하로 떨어지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포지오티닙의 일례로, FDA 항암자문의원회(ODAC)에서 긴급사용승인에 대한 부정적 투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임상 담당자들은 통계적 파워를 입증했다는 부분만 고려해 이해를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개발은 이과에서 시작해 문과로 끝나는 학문이다. 이과에서 아무리 파워를 보여도 커머셜 단계에서 과학이 실제 가치(value)로 트랜스포메이션돼야 하는데, 과학이 과학으로 끝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전임상에서 P값이 나왔다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절한 가치로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되어야 커머셜 성공으로 인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수준으로는 현재 FDA가 요구하는 제조∙품질관리정보(CMC) 수준을 맞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CMC 수준을 임상 설계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고려해야하며 확신이 생기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빨리 포기하거나 시점에 맞는 회사의 판단이 필요하다.

HK이노엔 송근석 전무는 “임상 개발 단계에서부터 CMC를 고려해 약리학자를 먼저 만나야 한다”며 “임상 시작 후에는 오퍼레이션이 목적이라 신약 개발을 위한 원팀으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약의 글로벌화는 회사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규제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며 규제 기관에 의사과학자 등과 같은 전문가들이 배치돼야 한다는 점에 입을 모은다. 

다만, 국내에서는 의사과학자들에 대한 대우가 의사에 미치지 못해 의대에서 의사과학자를 선택하는 비율은 매우 적다. 

오 소장은 “개발자들이 부족하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산업기술 폭이 좁고, 중국 파트너들을 만나보면 위원회 절반이 MD다. 국내에서는 MD에 대한 대우가 부족해 동기부여가 안 된다"며 “적절한 대우가 이뤄져 의대생들이 의사과학자를 선택하는 비율이 올라가 산업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에 따른 정부와 규제기관의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배병준 이사장은 “국산 신약의 글로벌화가 이뤄져 성공사례가 창출되면, 현 건보 체계 내에서도 가치에 대한 인정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며 “규제 선진화를 위해서는 한국에서만 요구하는 독자적 규제들이 풀려야 한다. 신속한 행정을 위해 규제 당국에 전문가가 배치돼야 하는 것은 것은 필수적”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