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심장 이종이식이 유일한 치료인 환자에게 수술 시행
장기수급 불균형 해결 위해 국내외 이종장기이식 연구 진행 중

▲미국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은 지난 7일 형질전환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사진제공=미국 메릴랜드대학.
▲미국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은 지난 7일 형질전환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사진제공=미국 메릴랜드대학.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최근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이종장기이식(Xenotransplantation)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종장기이식은 유전적 변형 유무와 관계없이 동물의 살아있는 장기나 조직, 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종장기이식은 심각한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다. 말기 장기부전 환자의 유일한 희망은 새로운 대체장기를 이식하는 것이지만 이식에 필요한 장기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 기증 및 희망 등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누적 4만 3000여 명이다.

하지만 실제 기증자는 10분의 1 수준인 약 4000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장기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 보건자원 및 서비스 행정국에서 운영하는 장기이식 대기자 시스템(organdonor.gov)에 의하면, 약 10만 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매년 6000명 이상이 장기 이식 전 사망한다.

이종장기이식은 부족한 장기를 무한정 공급할 수 있고 환자에게 최적화된 건강한 장기 및 조직 공급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각광받는다.

<1> 사람에게 돼지 장기를…이종장기이식 어디까지 왔나?

<2> K-이종장기이식, 쫓아갈 것인가? 선도할 것인가?

이종장기이식 시대 '가능성' 봤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은 지난 7일 형질전환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 환자는 사람 심장을 이식받을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정돼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돼지의 심장 이식이 유일한 치료옵션이었다. 이 환자는 수술 후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이 심장 이종이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미국 메릴랜드대학.
▲미국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이 심장 이종이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미국 메릴랜드대학.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 31일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실험용 치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을 근거로 이번 수술을 긴급승인했다.

수술을 진행한 미국 메릴랜드대학 Bartley P. Griffith 교수는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이식은 획기적 수술이다.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갔다"며 "모든 것을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지만, 세계 최초로 수술에 성공함으로써 환자에게 중요한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다.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외과)는 "이번 심장 이종이식은 일반적인 이식을 받아야 하는 보통 환자가 아닌, 이식하지 않으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시행한 수술"이라며 "심장 외 다른 장기의 이종이식 시대가 온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FDA는 이종장기이식 임상시험을 잘 승인하지 않았다"며 "심장 이종이식을 받은 환자가 오래 생존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이종장기이식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는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다른 장기의 이종이식 임상시험 승인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과 유사하고 면역학적 차이 없는 안전한 장기 개발 연구 중

▲심장 이종이식 전 돼지 심장. 사진제공=미국 메릴랜드대학.
▲심장 이종이식 전 돼지 심장. 사진제공=미국 메릴랜드대학.

미국의 심장 이종이식 사례는 형질전환돼지 개발 후 최초로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했다는 의미가 있다. 

형질전환돼지는 사람의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제거한 돼지이다.

이종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은 초급성 거부반응, 체액성 급성 거부반응, 세포매개성 거부반응이 있다. 

공여동물로 돼지를 이용하는 이유는 인간과 장기 크기가 유사하고 동물원성 감염병의 위험이 낮으며 번식이 쉽고 유전자 조작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영장류는 사람과 계통학적으로 가깝지만 번식이 까다롭고 사람과 장기 크기가 다르며 종간 감염 전달 위험이 크다.

이번 심장 이종이식에는 사람의 면역체계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3개와 돼지 심장 조직의 과도한 성장을 초래하는 유전자 1개를 비활성화시키고 인간 면역체계에 관여하는 유전자 6개를 새로 삽입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심장 이종이식 수술이 성공했을지라도 완벽한 형질전환돼지가 개발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에 사람의 장기와 더 유사하고 면역학적 차이가 없으며 안전한 장기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학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윤 교수는 "미국에서 완성형의 형질전환돼지를 개발한 것처럼 이야기 한다. 하지만 형질전환은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형질을 전환한 것으로 사람과 가장 유사한 장기를 만들 수 있는 형질전환돼지인지는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사람과 비슷하고 면역학적 차이가 없는 장기를 개발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종장기이식 시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아직 극복되지 않은 감염병이 있다는 문제가 아닌, 어떤 감염병이 나타날지 100%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며 "형질전환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치명적인 감염을 유발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영장류 전임상실험에서 검증 필요

국내 인공췌도이식 첫 임상 기대

이종장기이식을 사람에게 시행하려면 선행조건으로 영장류를 이용한 전임상실험에서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 효과에 이어 우려할만한 부작용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며 영장류에서 확립된 면역 프로토콜이 사람에게도 이용 가능한지도 평가해야 한다. 또 돼지에게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감염병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형질전환돼지의 심장, 신장, 간, 폐 등 고형장기에 대한 영장류 전임상실험이 주로 진행돼 왔다.

영장류 전임상실험에서 보고한 가장 긴 생존기간은 심장 195일, 신장 499일, 폐 14일, 간 29일이다. 심장과 신장의 생존기간이 폐와 간보다 길다는 점에서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고형장기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였다(Front Immunol 2020;10:3060).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신부전으로 뇌사상태가 빠진 환자에게 형질전환돼지의 신장을 이식했고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람의 신장 위치에 직접 이식하지 않고 허벅지 혈관에 돼지 신장을 부착하는 '준이식'이었지만, 즉각적인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노폐물을 걸러내고 소변을 만드는 신장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과 윤익진 교수팀이 형질전환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식 후 심장기능은 최장 60일까지 이어졌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이종췌도이식 연구에 두각을 보인다. 현재 무균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계획서(IND)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종췌도이식은 인슐린 결핍이 있는 환자 중 △저혈당 무감지증 환자 △심각하게 요동치는 혈당으로 기존 치료로는 조절이 불가능한 환자 △다회 인슐린 치료, 인공췌장으로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 △이미 신장이식을 받았거나 신장이식이 예정돼 면역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등이 가능하다. 

이종췌도이식 연구를 진행하는 가천대 길병원 김광원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식약처에서 이종췌도이식 후 종양이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이를 보완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영장류 전임상실험에 이어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는 점에서 적어도 인공췌도이식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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