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식학회 17일 추계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 개최
세포 및 조직 3년·장기 5년 이내 임상시험 위한 계획서 제출 예정
"국내 이종장기이식 연구, 사람 대상 임상시험까지 고려할 수준에 올라"

▲대한이식학회는 17일 콘래드호텔에서 '제53차 추계국제학술대회(ATW2023)'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이종장기이식 연구 현황과 향후 계획을 전했다. (좌부터)이화의대 권복규 교수,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 옵티팜 김현일 대표이사.
▲대한이식학회는 17일 콘래드호텔에서 '제53차 추계국제학술대회(ATW2023)'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이종장기이식 연구 현황과 향후 계획을 전했다. (좌부터)이화의대 권복규 교수,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 옵티팜 김현일 대표이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이종장기이식 전문가들이 5년 이내에 사람 대상 임상시험 진입을 가시화하고자 속도를 낸다.

동물 대상 비임상시험을 통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보건복지부 국가 과제로 췌도 등 세포와 조직은 3년 이내에 신장 등 장기는 5년 이내에 임상시험을 위한 계획서(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종장기이식 현실화를 위한 전문가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학계는 이종장기이식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이식학회는 17일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53차 추계국제학술대회(ATW2023)'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제시했다.

목표는 비임상시험서 생존기간 연장해 임상시험 논의하는 것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

지난해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세계 최초로 성공하고 올해도 수술이 이뤄지는 등 이종장기이식 성공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형장기 위주 연구가 활발한 해외와 달리 췌도, 각막 등 이종세포 및 조직 중심 연구가 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영장류 비임상시험에서 장기 생존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조사돼 최근 사람 대상 임상시험까지 고려할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서울대 이종장기사업단 중심으로 진행된 돼지-영장류 실험 결과, 췌도는 603일, 각막은 933일로 해당 분야에서 최장 생존기록을 기록했다. 또 세계이종이식학회(IXA)에서 권고하는 비임상시험 조건도 만족했다.

이종이장기이식 연구가 발전하는 데에는 다중형질돼지 기술 발전과 면역억제 기술 발전, 이종 고형장기이식 성적 개선 등을 꼽을 수 있다.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외과)는 "전 세계적으로 영장류 비임상시험이 비용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등 대다수 국가의 연구는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라며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는 곳은 미국과 한국밖에 없다고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종장기이식 연구 목표는 비임상시험에서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신장은 1년 이상, 심장은 3개월 이상 늘려 임상시험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면역회피 프로토콜을 개발해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이종장기이식 연구 협력체를 구성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5년 이내에 IND를 승인받는 것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옵티팜 김현일 대표이사.
▲옵티팜 김현일 대표이사.

이종장기이식 연구를 하는 국내 기업 옵티팜은 세계적으로 뒤처지지 않을 수준의 형질전환동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형질전환돼지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유전자 4개를 제거한 돼지를 개발했고, 바이러스·세균이 유입되지 않도록 국제 기준 146종, 국내 기준 148종에 대해 검사하는 등 설계안전성검토(DFS) 시스템을 구축한 시설을 만들어 사람에게 형질전환동물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옵티팜 김현일 대표이사는 "전 세계에서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수준의 원료동물을 갖고 있고 두각을 보이는 회사는 미국 e제네시스와 리비비코이며, 옵티팜도 이곳에 뒤지지 않고 좀 더 높은 수준의 형질전환돼지를 만들고자 연구하고 있다"며 "현재 국방부가 7년간 약 188억원을 지원하는 이종혈액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복지부를 통해 6~7년간 고형장기 및 세포·조직 연구에 약 540억원을 집중 투자해 이종장기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종장기이식 임상시험이 시작된다면 투석이 어려운 말기 신부전 환자부터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병원 민상일 교수(이식혈관외과)는 "이종장기이식은 환자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새로운 생명을 환자에게 주는 치료"라며 "현재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대상은 투석이 불가능하거나 5년 이내 사망 위험이 높고 장기 기증자가 없는 등에 해당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다. 이들이 이종장기이식에 가장 적절한 대상자"라고 설명했다. 

비용·신종 감염병 문제 등 장애물 있어

이종장기이식 연구 진행에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비용이다. 이종장기이식 시 새로운 감염병 문제가 나타날 경우를 대비한 조치도 필요하다. 

윤 교수는 "가장 큰 걱정은 연구에 사용할 원숭이 비용이 내후년에 3~4배 오른다는 것"이라며 "또 연구팀이 다양한 임상시험을 병행하고 있기에 이종장기이식 연구에만 몰입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잘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의대 권복규 교수(의학교육학교실)는 "이종장기이식 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는 환자뿐 아니라 밀접접촉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COVID-19)가 박쥐에서 시작된 만큼 이종장기이식 시 감염병 위험이 가장 크다. 이를 막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리적 가격으로 이종장기 제공할 수 있도록 신경쓸 것"

▲이화의대 권복규 교수.
▲이화의대 권복규 교수.

학계는 이종장기이식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고 대중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윤리적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사람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종장기이식에 대한 여론이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권 교수는 "이종장기이식 연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간담회를 열고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자 국민 여론을 수렴해 왔다. 약 70% 국민이 사람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동물을 사용하는 것에 고무적이라고 답했고, 동물권 보호 운동을 하는 이들도 적어도 인류를 구하기 위해 동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면서도 "다만 이 과정에서 비임상시험 시 기본적인 윤리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장기 공급 시 형질전환동물 개발사가 비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학계는 이를 해소하고 합리적 비용으로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교수는 "미국에서는 개발사가 이종장기 비용을 높게 책정하는 상황이 보이고 있다. 돈이 없어 이종장기이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연구가 국가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가격 형성 측면에서 한 기업이 독점하는 일은 쉽게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개발 비용을 고려하면 초기 공급 가격은 비싸겠지만, 이종장기는 공공재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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