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박성혜 뇌은행장(병리과)
"뇌기증 홍보를 적극적으로 시행…연구 인프라 구축하고 뇌연구 활성화 기반 마련해야"

▲서울대병원 박성혜 뇌은행장(병리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서울대병원 박성혜 뇌은행장(병리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에 노인인구가 늘면서 치매,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앓는 환자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에서는 뇌질환의 발병 양상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사후 뇌기증을 통한 뇌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기증받은 뇌조직을 보관·관리하고 연구자에게 분양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뇌은행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해, 1967년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1978년, 네덜란드 1985년, 브라질 2003년에 뇌은행이 설립됐다. 

우리나라도 뇌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뇌연구에 관심이 커지면서 뇌조직 및 임상정보 등 뇌자원에 대한 연구자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4년에야 한국뇌은행이 설립되는 등 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뇌은행 역사가 짧다. 이에 뇌조직을 확보하고 뇌기증 희망자 등록을 통해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뇌연구 활성화를 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前한국뇌은행 뇌은행장(2015~2017년)이자 現서울대병원 뇌은행장인 서울대병원 박성혜 교수(병리과)를 만나 국내 뇌연구의 현 단계와 활성화 방안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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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②]뇌자원으로 뇌질환 '미스터리' 푼다
[신년특집-③]"뇌연구 위한 뇌를 구합니다"
[신년특집-④]"사람은 떠나도 뇌연구 플랫폼은 남는다"

- 한국뇌은행이 설립되기 전 국내 뇌연구 진행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먼저 외국에서 뇌조직을 구해오기 어려웠다. 중요 부위는 양이 적고 사용하면 없어지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자국 내 연구가 아니면 뇌조직을 쉽게 공유하지 않았다. 게다가 외국에서 국내로 뇌조직을 운송하는 과정이 까다로울뿐더러 오래 걸리고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물론 국내에서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 사인규명을 위한 부검을 통해 채취한 뇌조직을 연구에 조금 사용할 수 있었다. 사후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증하지 않은 인체자원은 연구에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뇌기증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뇌조직, 뇌척수액 등 인체자원을 연구에 원활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뇌은행 설립이 필요했다. 의과대학 소속이 아니고 기초연구를 하는 연구자는 뇌조직을 얻을 방법이 없었는데, 뇌은행이 구축되고 최근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이들도 인체자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 현재 국내 뇌연구 수준은 어느 단계인가?

뇌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성과도 내고 있지만,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단계라고 본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첨단기술을 뇌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최상의 단계에 있는 만큼, 향후 우리나라에서 뇌연구를 더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은 2013년 뇌과학 프로젝트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출범했다. 발전한 기술을 뇌연구에 접목해 더 좋은 연구를 하자는 목적이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첨단기술을 접목한 더 좋은 뇌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와 비교해 연구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뇌연구원, 카이스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서 뇌과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은 1998년에 '뇌연구촉진법'이 제정됨에 따라 설립됐다. 이를 통해 뇌연구를 활성화하려고 했지만 국내 뇌연구자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앞으로 한국뇌연구원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요하고 훌륭한 뇌연구기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뇌연구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병원 박성혜 뇌은행장(병리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서울대병원 박성혜 뇌은행장(병리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 뇌연구를 위해서는 뇌기증 희망자의 뇌조직뿐 아니라 생전 임상정보 확보도 필요할 것 같다. 임상정보 확보 문제는 없나?

뇌기증 희망자 중 질병이 없거나 경도 질병을 앓고 있다면 사실상 임상정보 수집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후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이들의 사망 전 임상정보를 리뷰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이 치매 뇌조직은행에 뇌기증 희망자의 검사비용을 지원하는 것처럼, 국가에서 뇌기증 희망자의 임상정보를 체계적으로 모으기 위해 재정적으로 지원해준다면 임상정보 확보가 용이할 것으로 생각된다. 

- 뇌은행을 운영하고 뇌연구를 하면서 느낀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면?

사망한 분들의 뇌자원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시설 마련뿐 아니라 연구원 및 관리하는 분들에 대한 인건비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뇌은행을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병원의 경우 환자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뇌은행 설립 후 약 5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구축한 것을 앞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질병청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고 있으니 앞으로 재정적인 문제는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뇌은행 운영과 뇌연구는 사명감 없이 하기 어렵다. 많은 연구자가 사명감으로 연구하고 있으니, 오랫동안 뇌은행을 운영할 수 있는 지원이 이어지길 바란다. 국내 뇌연구는 시작단계에 있다. 사람은 떠날지라도 뇌연구 플랫폼은 계속 남아서 앞으로 젊은 연구자들이 뇌조직을 연구에 사용하고 그다음 세대들도 이용할 수 있길 희망한다.

- 국내 뇌연구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선 장기기증운동과 같이 뇌은행 및 뇌기증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뇌기증 희망자가 많아져야 한다. 그다음에 다양한 질병의 뇌조직을 구득해 난치성 뇌질환의 기전을 확인하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 국내외 데이터를 공유해 인종 간 차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기증받은 많은 뇌조직을 토대로 유전자연구, 분자적연구 등을 진행한다면 향후 뇌질환의 치료법 개발 연구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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