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한이식학회 온라인 공청회 개최
시범사업으로 DCD 장단점 파악 후 법 제정 논의

[메디칼업저버 허희윤 기자] 대한이식학회가 주최한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termination of Death, DCD) 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제는 DCD를 현실화 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였다.
 

▲1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 제도 도입을 위한 온라인 공청회에서 발언하는 패널들
▲1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 제도 도입을 위한 온라인 공청회에서 발언하는 패널들

1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공청회에서는 DCD 도입을 두고 절차마련, 법, 소통의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DCD란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으로 뇌사판정 후 장기기증과는 다른 개념이다. 심장사로 혈액순환이 멈춘 환자의 장기를 기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패널들은 이번 공청회에서 DCD를 현실화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정확한 장기기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 의료진들이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법이 제정돼야 한다 ▲국민들과 일반 의사들에게 DCD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편견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패널들은 "DCD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가 매우 낮고 현재 장기기증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 않다"며 "근본적으로 DCD가 무엇인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알리기 위한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복제시했다.

DCD는 기증자의 상태에 따라 5가지 차원으로 나누어지는데 ▲Ⅰ단계는 병원 도착 시에 이미 순환정지가 발생 ▲Ⅱ단계는 병원 밖에서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실패 ▲Ⅲ단계는 뇌사상태가 아닌 환자에서 가족의 동의 하에 연명의료중단 후 순환정지 발생 ▲Ⅳ단계는 뇌사자에서 장기 적출 전 순환정지가 발생 ▲Ⅴ단계는 이전 단계와 유사하거나 병원 내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이다.

공청회가 열린 목적은 국내에서 연명의료중단이 시행되고 있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DCD Ⅲ단계 도입이었다.

그러나 DCD 시행에 걸림돌로 인지도가 낮다는 문제가 제시됐다.

최선애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사무원은 "순환정지사에 대한 개념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대한이식학회가 제시한 절차안을 위한 설문조사도 사실은 이식학회 회원을 위주로 진행됐다. 그만큼 DCD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고 생각이 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마련돼도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DCD 공청회에서 떠오른 또 다른 쟁점은 법 제정의 문제이다.

DCD 현실화를 위한 구체적 법안을 발표한 주호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기이식법만 개정하는 1안 ▲연명의료결정법도 같이 개정하는 2안 ▲기존 장기이식법에 심장사에 대한 정의를 포함하는 3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패널들은 심장사의 정의를 확실히 잡아야 DCD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의견을 통일했지만, 법 시행 방향에 있어서는 상반되는 의견을 보였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환자 수가 많아졌지만, 담당 주치의들이 장기기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굉장히 꺼려한다. 관련 법이 없기 때문에 편법처럼 법을 어겨가면서 권유를 할 수는 없다"며 "연명의료법과 장기기증법을 연합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하종원 대한이식학회 이사장은 "장기기증은 사망 후에 이뤄지는 것이다. 장기기증하고 사망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의료진 사이에서도 개념이 헷갈리기 때문에 순환사의 정의를 분명히 하고 법적으로 절차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법 시행에 있어 순환사의 정의를 확실히 정립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신중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재명 고려대 교수는 "10년 전에도 같은 주제로 공청회를 했었다. 장기기증자 법 개정을 우선 바꾸고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시간의 단축을 강조했다.

한편 패널들은 시범사업 운영을 통해 DCD를 현실화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었다.

김동식 고려대 교수는 "시범사업과 구체적인 법안 마련의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세부적인 프로토콜 마련 등 디테일이 따라올 것이다. 시범사업을 빨리 구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범사업에 적극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이에 최선애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사무원 역시 "시범사업 시행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범사업 시행 시 의료진의 혼란이 없도록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만들어 진행 후 파악된 장단점을 기반으로 법을 제정하는 방법이 이상적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환자나 가족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됐다.

최은경 경북의대 교수는 "건강한 상태의 환자가 연명의료중단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상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의미 환자의 상태가 악화해 가족들에게 연명의료중단 의사를 물을 때 장기기증 여부를 같이 묻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명의료중단 결정이 끝난 후 물어보는 게 적절한 순서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재명 교수는 "실제로는 환자의 소생불가능성을 너무도 잘 인지한 상태에서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내리게 된다. 오히려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한 사람의 장기기증 동의를 얻어내기가 쉬울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와 같이 일부 상반된 의견이 있었으나 패널의 공통적인 의견은 "DCD 도입을 통해 장기기증이 늘어나 생명 나눔이 더 보편화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이다.

공청회 좌장을 맡은 안규리 생명잇기 이사장은 "DCD 현실화를 위해 상당한 습득이 필요하다. 시범사업을 통해 절차나 법을 수정해 가는 방향으로 의견이 정리됐다. 보건복지부와 교수들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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