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아두헬름 이은 항체약 '레카네맙' 주목…"근본적 치료·예방 기대"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치매는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질환 중 하나다. 많은 치료 후보물질이 치매 정복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효능 입증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베타 아밀로이드 타깃 항체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이 지난해 6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아두헬름 등장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실제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은 24일 가톨릭중앙의료원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치료를 원하는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아두헬름을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달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한 양 이사장을 만나 효능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아두헬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고용량 투약 시 효과 확인…"국내 치료에 활용하고 싶다"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

아두헬름은 FDA 허가를 받았으나 임상4상인 시판후조사(PMS)를 통해 효능을 확인해야 한다.

아두헬름의 임상3상 ENGAGE와 EMERGE 두 가지 중 ENGAGE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EMERGE는 고용량에서만 인지기능 감소를 막는 효과가 확인됐다는 한계가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약물 효능과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아두헬름 승인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20년 만에 탄생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아두헬름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도 아두헬름 효능과 국내 도입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대한치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아두헬름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새 희망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양 이사장은 아두헬름이 국내에 도입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효과를 확인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개발된 만큼 치료를 원하는 환자에게 투여해볼 수 있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 고용량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를 보인 약은 없었고,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결과도 없었다"며 "아두헬름이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고용량 투약 시 인지기능 감소를 막았다. 이 결과만 보더라도 국내 환자 치료에 활용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아두헬름 국내 허가를 두고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아두헬름 국내 도입을 막는 장벽 중 하나는 가격이다. 바이오젠이 책정한 아두헬름 첫 출시 가격은 환자당 연간 약 6000만원으로 고가다. 

미국은 아두헬름 급여 적용을 임상연구 대상자로만 제한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아두헬름을 허가할지라도 급여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아두헬름이 고가인데다 환자군 선별을 위해 MRI·PET 등 뇌 영상 검사를 진행하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급여를 적용하기엔 근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셉트를 복용함에도 증상이 나빠지는 환자가 있어 의학적 측면에서 아두헬름 도입을 요구하는 의견이 많다. 다만, 사회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아두헬름에 이은 또 다른 항체치료제 레카네맙(BAN2401)도 학계 주목을 받고 있다. 레카네맙은 지난해 FDA로부터 혁신치료제와 신속심사 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됐다.

그는 "레카네맙은 아두헬름의 개량된 형태로 흔한 이상반응인 뇌부종 발생률이 낮고, 약 1년 반 동안 투여한 환자들이 치료에 만족한다고 보고된다"며 "레카네맙 임상연구는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성공한다면 더 앞선 단계, 즉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환자를 타깃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레카네맙의 임상연구 결과가 올해 12월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레카네맙으로 알츠하이머병 근본적 치료 및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알츠하이머병 분야에서 항체치료제를 이용한 임상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치매 치료의 새 지평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콜린 제제, 동물실험에서 뇌기능 개선·신경세포 생성 확인

양 이사장은 효능 논란으로 임상재평가 대상이 된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치료제의 치매 분야 임상 총괄책임자(PI)로 효능 검증을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뇌 기능 개선과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을 확인했다. 메커니즘 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단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과 크기가 작고 인지기능검사 점수는 검사 당시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져, 효능이 있을지라도 증명하기 어렵다. 임상연구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사용할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성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지중재치료 급여화 필요한 이유는?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

대한치매학회는 치매 치료와 함께 예방을 위한 인지중재치료 급여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인지중재치료는 인지훈련, 인지자극, 인지재활 외에도 운동, 영양, 인지치료, 혈관 위험인자 관리, 정신요법 등으로 인지장애를 예방, 치료, 개선하는 비약물적 치료법이다. 

핀란드에서 진행된 FINGER 연구는 혈관인자관리, 인지중재, 영양, 운동 등 포함한 다중영역중재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국형 FINGER 연구라 불리는 슈퍼브레인 연구에서도 인지중재치료 진행 시 인지기능 개선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새로운 치료는 급여 적용 여부에 따라 환자 접근성이 달라진다. 급여화되지 않으면 환자 접근이 어렵다"며 "인지중재치료가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FINGER와 슈퍼브레인 연구를 근거로 인지중재치료 급여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대한치매학회는 새로운 미션과 비전을 제시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는 "미래 30년을 보고 학회 미션과 비전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본 학회가 대한의학회 정회원으로 승격됨에 따라 대외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외 학술 활동을 발전시키고 치매 관련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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