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 DPP-4 억제제 대비 통풍 위험 11% 낮아
GLP-1 제제와 비교한 미국 연구 결과, 통풍 위험 36% 감소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로 개발돼 심부전 치료제로 떠오른 SGLT-2 억제제가 통풍 치료제 영역도 넘보고 있다. 

SGLT-2 억제제가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의 통풍 위험을 다른 항당뇨병제보다 유의하게 낮추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SGLT-2 억제제의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에 관심이 모인다.

대만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병 환자는 DPP-4 억제제를 투약한 이들보다 통풍 위험이 11% 감소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2월 발표된 미국 당뇨병 환자 대상 코호트 연구에서도 SGLT-2 억제제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와 비교해 36%의 통풍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 코드+통풍약 처방 민감도 분석, SGLT-2i군 통풍 위험 15%↓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SGLT-2 억제제가 당뇨병 환자의 통풍 위험을 낮추는지 평가한 대만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는 JAMA Network Open 11월호를 통해 발표됐다(JAMA Netw Open 2021;4(11):e2135353). 

2016년 5월~2018년 12월 대만 국립보건원 데이터베이스에서 당뇨병 환자로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군(SGLT-2 억제제군, 4만 7905명)과 DPP-4 억제제로 치료받은 군(DPP-4 억제제군, 18만 3303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여성은 49.22%(11만 3812명)를 차지했다. 평균 나이는 61.53세였다. 

통풍 위험은 SGLT-2 억제제군과 DPP-4 억제제군 각 4만 7905명을 성향점수매칭해 비교·분석했다. 통풍 진단은 국제질병분류 9차 개정판(ICD-9-CM)과 10차 개정판(ICD-10-CM)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약물은 SGLT-2 억제제의 경우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 등이 포함됐다. DPP-4 억제제는 △네시나(알로글립틴) △트라젠타(리나글립틴) △자누비아(시타글립틴)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 △가브스(빌다글립틴) 등이 해당됐다.

1000환자년(patient-years)당 통풍 발생률은 SGLT-2 억제제군 20.26명, DPP-4 억제제군 24.30명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잠재적 위험요인 보정 후 통풍 위험을 비교한 결과, SGLT-2 억제제군이 DPP-4 억제제군 대비 11% 유의하게 낮았다(HR 0.89; 95% CI 0.82~0.96).

특히 SGLT-2 억제제군 중 포시가군의 통풍 위험이 DPP-4 억제제군보다 14% 가장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HR 0.86; 95% CI 0.78~0.95).

이어 ICD-9-CM과 ICD-10-CM의 진단 코드와 함께 통풍 관련 약물 처방 기록을 활용해 민감도 분석을 추가로 진행했다.

그 결과, SGLT-2 억제제군의 통풍 위험이 DPP-4 억제제군보다 15% 의미 있게 낮으며(HR 0.85; 95% CI 0.74~0.97), 특히 자디앙군에서 17%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HR 0.83; 95% CI 0.69~0.98). 

SGLT-2 억제제군의 통풍 위험 감소 결과는 하위분석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 65세 이상 고령보다는 미만의 젊은 환자에게서 강력한 연관성이 관찰됐다. 

또 만성 콩팥병 동반 당뇨병 환자의 경우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더라도 DPP-4 억제제와 비교해 통풍 위험 차이가 없었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SGLT-2 억제제가 만성 콩팥병 환자의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만성 콩팥병 동반 환자에게서는 SGLT-2 억제제와 통풍 발생 간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를 진행한 대만 중국의약대학 Chi-Jung Chung 교수는 "이번 연구는 SGLT-2 억제제가 당뇨병 환자의 통풍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SGLT-2 억제제가 대만에 2016년에 도입돼 처방받은 환자군이 상대적으로 적고 추적관찰 기간이 짧다. 향후 장기간 추적관찰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0인년당 통풍 발생률, SGLT-2i군 4.9명 vs GLP-1군 7.8명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와 함께 지난해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월호에는 미국 민간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의 통풍 위험을 평가한 연구가 발표됐다(Ann Intern Med 2020;172(3):186~194).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새롭게 처방받은 당뇨병 환자 29만 5907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1000인년(person-years)당 통풍 발생률은 SGLT-2 억제제군 4.9명으로 GLP-1 제제군 7.8명보다 2.9명 적었다. 통풍 위험은 SGLT-2 억제제군이 GLP-1 제제군 대비 36% 유의하게 낮았다(HR 0.64; 95% CI 0.57~0.72). 

연구를 이끈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Michael Fralick 교수는 "염증성 관절염 중 하나인 통풍은 당뇨병 환자에게 특히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통풍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약물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환자에게 효과적인 항당뇨병제 중 하나다. SGLT-2 억제제가 통풍 위험을 낮추는 추가 혜택이 있을 수 있음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만 연구와 미국 연구를 보면, SGLT-2 억제제의 통풍 위험 감소는 DPP-4 억제제보다 GLP-1 제제와의 비교에서 수치상 크게 나타났다.

이는 GLP-1 제제의 경우 혈중 요산 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조사된 것과 달리, 가브스, 트라젠타 등 일부 DPP-4 억제제는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춘다고 확인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즉, DPP-4 억제제는 혈중 요산 농도를 감소시키는 양성대조(positive control)약물이므로 대만 연구에서 SGLT-2 억제제의 통풍 위험 감소 정도가 상대적으로 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SGLT-2 억제제, 통풍 위험 낮추는 기전은? 

대만 연구팀은 SGLT-2 억제제 치료 시 당뇨병 환자의 통풍 위험이 낮아지는 기전을 크게 세 가지로 제안했다. 

먼저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 또는 고인슐린혈증으로 인해 통풍의 주요 위험인자인 고요산혈증 위험이 높으나, SGLT-2 억제제는 대규모 연구에서 혈중 요산 농도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Chung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근위관세포에서 요산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URAT1(uric acid transporter 1) 등의 신세뇨관 요산 수송체를 억제해 요산 배설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또 SGLT-2 억제제는 잔틴 산화효소(xanthine oxidase)를 억제하고 혈중 요산 농도를 감소시킬 수 있는 SIRT1(sirtuin-1)을 활성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잔틴 산화효소는 퓨린을 대사시켜 요산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어 그는 "급성 통풍 발작은 NLRP3 인플라마솜(inflammasome)을 활성화해 인터루킨-1β 생성을 촉진한다"면서 "SGLT-2 억제제는 급성 통풍 발작과 연관된 NLRP3 인플라마솜 활성과 인터루킨-1β 분비를 유의하게 억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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