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중환자의학회,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체계를 위한 기자회견' 1일 개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장→ 비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축소…적절한 치료 어려워

▲대한중환자의학회는 1일 학회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체계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좌부터) 대한중환자의학회 박성훈 홍보이사, 홍석경 중환자실표준화이사, 서지영 차기 회장, 류호걸 국제협력이사.
▲대한중환자의학회는 1일 학회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체계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좌부터) 대한중환자의학회 박성훈 홍보이사, 홍석경 중환자실표준화이사, 서지영 차기 회장, 류호걸 국제협력이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중환자 진료에 경고등이 켜졌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를 위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확장한다면 비(非)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크게 축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코로나19 중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제한적인 중환자 병상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회복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으로 합의된 환자는 중환자실 입실을 제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1일 학회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체계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코로나19 환자 허가 병상 3% 추가→비코로나19 중환자 병상 30% 축소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지난달 1일 343명에서 29일 661명으로 급증했으며 이번달 1일 기준 700명대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런 경향이라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학회 홍석경 중환자실표준화이사(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중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중환자 진료체계가 준비되지 않는 상황에서 폭증한다면 이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상급종합병원들은 정부의 병상동원령에 따라 허가 병상의 1.5%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마련했다. 이를 위해 비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10% 이상 축소해야 했다.

향후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허가 병상의 3%가 추가 동원될 경우 인력, 공간, 시설, 장비 등 부족으로 비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30% 이상 축소 운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학회 서지영 차기 회장(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은 "우리나라 중환자 병상은 일반 병상과 달리 전문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확장성이 매우 낮다"며 "따라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장은 비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의 심각한 축소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암, 심장, 뇌 등 수술 환자의 집중치료와 응급 중환자 진료가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 현황. 대한중환자의학회 제공.
▲코로나19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 현황. 대한중환자의학회 제공.

학회 류호걸 국제협력이사(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현재 서울대병원은 고위험 수술, 즉 수술 후 중환자 병상에 반드시 입원해야 하거나 합병증 위험이 높아 중환자 병상에 여력이 있어야 하는 수술의 경우 이미 스케쥴을 조정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중환자 병상을 분산시키기 위함인데, 코로나19 중환자를 더 받아야 한다면 비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환자 진료할 수 있는 의료인력 제한적

중환자 병상뿐 아니라 인력 문제도 제기된다. 중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코로나19 중환자 관리에 인력이 투입된다면 결국 비코로나19 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들게 된다.

서지영 차기 회장은 "인공호흡기를 하는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1개 늘어난다면 비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1개 이상 줄여야 한다"며 "코로나19는 감염병이기에 조심해야 하므로, 코로나19 중환자에 대한 의료인력은 비코로나19 환자보다 더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2배가량의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홍석경 이사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중환자실 가동률이 75~80%라고 말하는 것은 공간적 계산으로 나온 수치"라며 "하지만 수도권 병상대응팀에서는 환자를 받을 여력이 거의 없다. 평소 의료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공간 확보는 될지라도 인력 확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말기장기부전 등 회복가능성 낮은 환자, 중환자실 입실 제한 검토해야

효율적인 중환자 병상 운영을 위해서는 정부, 보건당국, 의료계가 장기적 안목으로 중환자 진료체계를 시급히 재정비하고 구축해야 한다는 데 학회의 의견이 모였다. 또 단계적 일상회복은 중환자 발생 현황과 가용한 중환자 병상에 근거해 속도 조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게 학회 진단이다. 

아울러 학회는 중증도 및 치료 후 회복가능성 등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진행되고 있는 현행 병상 배정 방식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회복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학회는 정부, 보건당국, 학계, 의료계, 시민사회가 제한적인 중환자 병상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의 사회적 합의를 도모해야 하며 진료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중환자 병상 부족에 따라 국제적으로 회복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으로 합의된 환자들의 중환자실 입실 제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복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으로 합의된 환자는 △말기장기부전(뇌, 심장, 간, 신경근골격계 등) △중증외상/중증화상(예측 사망률>90%) △심각한 뇌기능장애(대량 뇌출혈, 중증 치매 등) △말기암(기대여명<6개월) △ASA score Ⅳ-Ⅴ(Ⅳ: 생명을 위협할만한 심한 신체질환이 있는 환자, Ⅴ: 생존이 어려운 빈사상태의 환자) △예측 생존율<20% 등이다. 즉 코로나19 상황이 아닌 평소에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다고 할 수 없는 환자다.

홍석경 이사는 "상급종합병원 2곳을 보면 회복가능성이 낮음에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가 약 20%를 차지한다. 연명치료 거부에 동의한 코로나19 환자도 중환자실에서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회가 제시한 중환자실 입실 제한은 회복가능성이 크게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만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서지영 차기 회장은 "정부와 보건당국은 단순히 상급종합병원의 병상을 동원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중환자 병상 확보에 급급할 것이 아니다. 향후 지속될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코로나19 중환자 및 비코로나19 중환자 진료체계에 대한 선제적 준비를 해야 한다"며 "정부와 보건당국은 중환자 병상의 효율적 운영과 중환자 진료체계 정비 및 구축을 위해 중환자 전문 의료진과의 논의 창구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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