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중환자의학회 '세계 패혈증의 날 심포지엄' 9일 개최
패혈증 등록사업 결과 및 제2기 심층조사 진행 계획 발표
1시간 이내 패혈증 묶음치료, 환자 예후에 중요…수행률은 5.8%에 불과

▲서울아산병원 임채만 교수(호흡기내과)는 9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패혈증의 날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지역발생 및 병원발생 패혈증의 역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패혈증은 뇌졸중 또는 급성 심근경색과 같이 치료 '골든타임'이 있는 질환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였다. 

치료 골든타임은 1시간이다. 국내 등록사업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1시간 이내 패혈증 묶음치료(sepsis bundle)를 수행하면 패혈증 환자의 사망 위험 감소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1시간 이내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은 상당히 낮아, 이를 끌어 올리고 환자 예후 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됐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9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패혈증의 날 심포지엄'에서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패혈증은 '관리 가능한 질병' 

전 세계적으로 매년 패혈증 환자는 5000만명이 확인되고 1100만명이 사망한다고 보고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1~2015년 18~60세 인구군에서 연간 9000명 이상의 패혈증 환자가 발생하고 2700여명이 사망했다. 

패혈증은 치명률이 높지만 '관리 가능한 질병'으로 평가된다.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진료를 표준화하는 등 사회적으로 패혈증에 관심을 가진다면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로 호주·뉴질랜드는 패혈증 역학조사를 도입한 2000년대 초반 당시 패혈증 사망률이 35%였으나 10여 년이 지난 후 20% 이하로 줄었다.

서울아산병원 임채만 교수(호흡기내과)는 "10여 년 사이에 약간의 치료 진전이 있었을지라도 특별한 패혈증 치료법이 새롭게 등장하지 않았다"며 "결국 사회가 패혈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패혈증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KSA, 국내 지역사회발생·병원발생 패혈증 역학조사 진행

패혈증의 심각성과 관리 및 사회적 관심의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대한중환자의학회는 한국패혈증연대(Korean Sepsis Alliance, KSA)를 구축하고 국내 지역사회발생 및 병원발생 패혈증 역학조사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주도의 패혈증 정책연구 용업사업으로, 제1기 패혈증 과제는 2019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2년 동안 1년 단위로 진행됐다. 제1 세부과제는 자료수집 및 역학적 특성 분석, 제2 세부과제는 정책적 대안 도출 및 제언 등으로 구성됐다.

KSA 참여병원은 역학조사 첫해 16곳에서 현재 19곳으로 늘었다. 상급종합병원은 12곳, 종합병원은 7곳이며, 수도권은 9곳, 비수도권은 10곳이다. 

역학조사 현황을 보면, 지난 8일 기준 총 1만 1333건의 패혈증 환자가 등록됐다. 이 중 약 80%는 지역사회발생패혈증, 약 20%는 병원발생패혈증 환자다. 평균 나이는 지역사회발생패혈증이 72세, 병원발생패혈증이 66세였고, 장기부전을 평가하는 SOFA 점수는 각 6.1점과 6.7점으로 병원발생패혈증 환자가 상대적으로 젊고 중증도가 높았다.

패혈증 사망률은 지역사회발생패혈증 26%, 병원발생패혈증 34.4%로 조사됐다.

임채만 교수는 "질병관리청과 KSA가 수행한 지난 2년간의 패혈증 등록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패혈증의 역학적·임상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국내 전체 패혈증 사망률은 약 38%로, 이전 연구에 비해 감소세나 여전히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정리했다.

병원별 사망률 편차 커

지역사회발생 '18~58.3%'·병원발생 '10~75%'

국내 패혈증 환자의 사망에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제2 세부과제에서는 병원별 패혈증 사망률 편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중환자의학과)는 '패혈증 관리를 위한 의료 시스템 및 의료 정책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국내 패혈증 환자에서 1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률은 5.8%에 불과했다.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중환자의학과)는 '패혈증 관리를 위한 의료 시스템 및 의료 정책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국내 패혈증 환자에서 1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률은 5.8%에 불과했다. 

병원 사망률은 지역사회발생패혈증이 18%에서 58.3%까지, 병원발생패혈증이 10%에서 75%까지 보고됐다. KSA 참여병원은 패혈증에 관심이 있는 의료진이 근무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병원별 사망률 차이가 컸던 것이다.

주목할 결과는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이다. 

SSC(surviving sepsis campaign)에서 권고하는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은 △1시간 5.8% △3시간 28.1% △6시간 43.1%로, 패혈증 환자 절반가량이 6시간이 지난 후에도 묶음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게다가 자료 수집 기간별 1시간 이내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지역사회발생 및 병원발생 패혈증 모두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병원발생패혈증은 1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사회발생패혈증에 대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묶음치료 수행률은 1시간 이내의 경우 차이가 없었지만, 3시간 및 6시간 이내는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이 10~15%p 높았다. 병원발생패혈증은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의 1시간, 3시간, 6시간 이내 수행률이 5~20%p 더 높았다.

의료기관 종별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은 지역사회발생패혈증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1시간 이내 수행률이 약 4%p, 3시간 및 6시간 이내 수행률이 약 10%p 더 높았다. 병원발생패혈증도 상급종합병원의 1시간, 3시간, 6시간 수행률이 각각 8%p, 13%p, 53%p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 시 사망 가능성 32~40%↓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과 환자 사망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1시간 이내 수행률이 환자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임을 확인했다.

다변량 요인 보정 모델에서 1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률에 따른 지역사회발생패혈증 환자의 사망 가능성은 40% 유의하게 감소했다. 또 3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 시 사망 가능성은 13%, 6시간 이내는 14% 낮아졌다.

이 같은 경향은 병원발생패혈증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됐다. 묶음치료 수행률에 따른 패혈증 환자의 사망 가능성은 △1시간 32% △3시간 31% △6시간 21% 감소했다. 

즉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을 높이면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이 어렵다고 평가된다.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의 장벽을 조사한 결과 △의사의 패혈증 인지가 늦음 △1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에 대한 교육 부족으로 묶음치료를 수행하지 않음 △항생제가 현장에 구비돼 있지 않아 1시간 이내에 항생제를 투약할 수 없음 △의사 인력 부족으로 묶음치료 처방이 늦음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묶음치료 수행이 늦음 등 문제점이 제기됐다.

결국 패혈증 묶음치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을지라도 인력 요인, 교육 부족, 1시간 이내 항생제 투약의 어려움 등이 묶음치료 수행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패혈증 환자의 예후 향상을 위해 △패혈증 감시체계 구축 △패혈증 진료지침의 제작 및 보급 △장기적인 관리 등 방안이 제기됐다.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중환자의학과)는 "우리나라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은 너무 낮다"며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패혈증을 조기 발견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며, 병원발생패혈증 감시 및 치료에 신속대응팀 활동이 필수적이다. 이를 더 활성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서 교수는 이어 "1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이 어려운 구조적 원인에 대한 전국적 실태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반복적인 의료진 교육과 대국민 홍보활동으로 패혈증이 뇌졸중 또는 급성 심근경색과 같이 골든타임이 있는 질환임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정책 대안 임상 적용 가능할까?…'제2기 패혈증 과제' 3년간 진행

제1기에 이어 KSA는 '제2기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 과제를 올해 7월부터 2024년 7월까지 3년간 진행한다.

기존 제1·2 세부과제에 더해 학회가 제언한 정책적 대안을 임상현장에 적용해보고 실현 가능성을 검증한다. KSA 소속 전국 15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이 참여한다. 

▲서울아산병원 오동규 교수(호흡기내과)는 '제2기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 진행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오동규 교수(호흡기내과)는 '제2기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 진행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과제는 총 5가지다. 먼저 우리나라의 대표성 있는 패혈증 자료 수집을 위해 2만건 이상의 세계적 패혈증 코호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성인패혈증사건(ASE)의 국내 도입 가능성과 효과를 평가해 패혈증 역학자료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구상이다. 

기존 패혈증 진단코드나 개별 연구자 수기 탐색을 통한 역학조사는 패혈증 발생을 저평가하고 기관 사이에 일관성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미국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ASE 정의를 단일기관 및 다기관에 시범 적용해 기관별 패혈증 발생률을 비교·분석하고 패혈증 발생의 시계열적 변화를 평가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자동화된 패혈증 스크리닝 및 진단도구를 실제 전산에 도입하는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패혈증 조기 진단을 향상시키고 환자 예후를 개선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이다.

아울러 궁극적으로 패혈증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묶음치료 수행률 평가체계와 이를 근간으로 한 적절성 평가지표를 개발해, 패혈증을 잘 관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책과 유인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패혈증 진료지침을 개발하고 여러 임상연구를 수행해 패혈증 관리정책의 근거를 창출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 오동규 교수(호흡기내과)는 "이번 과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진료지침을 만드는 것이다. 유관학회와 협의해 패혈증 진료지침 개발위원회를 구성하고, 개발에 이어 배포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일본은 자국 실정에 맞는 패혈증 진료지침을 개발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실제 임상에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내 보험 여건과 실정을 반영한 진료지침을 개발해 함께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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